[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벼랑끝에 몰린 위태로운 북한 외교
2023.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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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외국에서 운영되던 북한 공관들이 계속해서 문을 닫고 있습니다. 그 배경은 무엇이며 북한 외교, 어디까지 와 있는지, 한국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들여다 봅니다. 안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
MC : 앞서 언급했습니다만, 북한의 해외 공관들이 하나 둘씩 문을 닫고 있습니다. 한때는 북한외교도 전성기를 누릴 때가 있었을 텐데 말이죠.
안찬일: 그렇습니다. 한때 북한의 외교적 공세가 찬란하던 시절도 분명 있었습니다. 적어도 70년 말까지였습니다. 그 당시 남북한의 외교적 역량은 도토리 키 재보기였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70년대 중반 비동맹 운동이 활발하던 시절 저 아프리카 등 좀 문영이 뒤떨어진 나라들에서 평양정권의 인기는 괜찮았았습니다. 아프리카 지도자들을 평양으로 불러들여 체육관이나 건설해주고 농기계 몇 백대 집어주면 김일성 만세를 부르던 사람들은 지금 모두 무덤으로 가 버렸습니다. 북한 경제가 무너져 내리며 국제적 위신도 함께 하강했고, 고난의 행군을 겪은 1990년대 중반 이후 북한의 해외 공관들은 도산과 파산을 이어가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돈이 없어 공관 수도세와 전기세도 제대로 못내는 북한과 어느 나라가 외교관계를 유지하려 들겠습니까?.
MC : 북한의 공관이 문을 닫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요?
안찬일: 오늘날 북한은 수교국 대비 재외공관 운영수가 유난히도 부족한 나라로, 159개국과 수교하면서도 진작 재외공관은 50여개 수준을 간신히 유지해 왔습니다. 고립된 국가라는 점에서 외교의 중요성이 일반국가보다 낮은 것도 이유로 거론되지만 사실 재외공관을 운영할 만한 역량이 안되는 것이 더 큰 이유입니다. 그런데 최근 스페인, 우간다, 앙골라, 홍콩 등 4개의 재외공관도 폐쇄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앞으로도 10여 개 이상의 국가에서도 재외공관을 폐쇄할 가능성이 알려지면서 결국 재외공관수는 더 현저하게 줄어들게 될 전망입니다. 외교적 레버리지 제고에 있어서 핵심적 자산인 재외공관을 줄이는 북한의 조치는 현재 북한이 구사하고 있는 대외전략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것이며, 결국 외화의 고갈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MC : 재외공관 운영은 외화 보유고와도 연결되는 문제일 텐데요. 그 동안 북한의 외환확보 및 공관 운영상황은 어땠습니까?
안찬일: 세계 여러나라들은 북한 대사관이 어떻게 살림살이를 하는지 이제 널리 알려졌습니다. 한 마디로 ‘자력갱생’ 정신으로 구차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의 통치자금마저 고갈의 저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오늘 평양 정권은 해외공관 운영에서 일체 지원금을 보내주지 못하고 모두 현지 자체 해결입니다. 대사관 임대료도 자체해결, 식사도 자체해결, 공작비도 자체해결, 자 그러니 어떻게 대사관을 유지할 수 있겠습니까?
MC : 한 때는 북한 외교부가 마약과 밀수 등을 통해 공관 유지비를 마련한다는 언론 보도가 심심찮게 전해지곤 했는데요. 어떤 내용인가요?
안찬일: 모두 진실입니다. 고난의 행군 뒤 평양 정권의 지원이 끊기자 해외 북한 대사관들은 마약이나 양담배, 양주 등을 밀수하고 되팔아 외화를 벌어 대사관 유지비로 썼습니다. 외교관의 면책특권을 이용한 것입니다. 외교관은 세관 통과가 자유인 점을 철저하게 이용한 것입니다. 심지어 어떤 대사관에서는 평양에서 받은 수퍼노트, 즉 100달러짜리 위조달러를 아프리카 나라들에 유통하여 공작금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이건 완전히 국제범죄를 노골적으로 저지른 것입니다. 잘못된 평양 정권의 체면을 유지하고자 신성한 외교에서 이런 범죄를 저지르고도 ‘주체조선의 명성’이나 뭐니 떠들어댔으니 얼마나 부끄러운 일입니까? 흔히 “나라없는 백성은 상가집 개만도 못하다”는 말이 있습니다만 “가난한 나라의 외교관은 도적놈 중의 도적놈‘이 되고 만 것입니다.
MC : 북한의 외교전략에 변화의 기미는 안 보이나요?
안찬일: 얼마전 김정은 총비서가 러시아로 찾아가 푸틴을 만날때만 해도 마치 국제무대에 달려나갈 듯 하더니 그 기세는 어디로 갔는지 오리무중입니다. 핵무력을 완성했다고 판단한 북한이 현재 그 지위에 부합하는 대외적 역할에 공세적으로 나서려는 움직임으로 읽는 사람들은 크게 실망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대만문제 등에 사사건건 개입하는 것은 핵강국으로서 국제무대에서 목소리를 높이겠다는 의지라기 보다 곤궁한 외화를 벌기 위한 장사질밖에 안되는 것으로 그 마각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결국 이런 의지의 표명은 북한-러시아 간 무기거래에서 보듯이 실제 가시화된 정책으로 이어지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북한은 국제문제에 관여하여 외교적 레버리지를 높이는 데 진력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재외공관이라는 자산도 더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소한 교두보가 있어야 국제무대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경제난과 자금난에 허덕이는 북한은 되레 재외공관을 줄일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MC : 박사님께서는 이러한 북한 외교 변화의 원인이 무엇 때문이라고 보시는 건가요?
안찬일: 모든 돈을 끌어모야 핵무기를 만들고 나아가 이를 더욱 고도화하고 나니 생긴게 뭡니까? 그리고 바로 이 핵무력을 등에 업고 외교적 레버리지 신장에 나서고 있는데 정작 핵무기 제작으로 국가 재원을 탕진해 외교적 레버리지의 핵심적 자산인 재외공관은 폐쇄해야만 하는 상황이 도래하였습니다. 이는 북한이 직면한 현재의 딜레마와 아이러니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입니다. 현재 북한의 식량난이 매우 심각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당시보다 더 열악하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불필요한 핵안보를 위해 식량안보를 포기하는 선택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핵안보는 김정은 정권을 위한 것이고, 식량안보는 북한주민을 위한 것이 근본적인 배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본질이 다른 기형적 안보의 패러다임입니다.
MC 남한은 윤석열 정부들어서 대통령의 외교순방도 잦고 주변국들에 대한 관계를 한층 다지고 있는데 남북의 외교활동 정리를 좀 해주시죠.
안찬일: 네, 한미동맹 수준은 역대 최강이고, 사실상 한국이 주도하여 한미일 소다자 협의체도 구현해 냈습니다. 나토-AP4 융합외교에서도 한국은 주도적 역할에 나서고 있고, 대 중동 외교를 추동한 결과 제2의 중동 붐이라는 선순환을 창출해 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근간으로서 GPS 외교와 인도-태평양전략이 가동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선순환을 이어가기 위해 한국은 내년에 룩셈부르크, 리투아니아, 마셜제도, 보츠와나, 수리남, 슬로베니아, 시에라리온, 아르메니아, 에스토니아, 자메이카, 잠비아, 조지아 등 12개 국에 추가로 재외공관을 개설하여 총 177개국에서 재외공관을 운영할 예정입니다. 김정은 정권은 외교가 뭔지 알고나 있을까요? 교두보 없는 외교는 발사대 없이 미사일을 날려보내겠다는 망상 그 자체입니다. 제발 북한 인민들 생계부터 우선 해결하고 비대칭 전력 개발에 매달리지 않으면 외교는 커녕 내치에서도 혁명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MC :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안 박사님 수고하셨습니다.
안찬일: 네, 수고하셨습니다.
MC: 함께 해주신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