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웜비어 가 ‘김정은 징벌은 현재진행형’
2023.11.23
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청취자 여러분도 기억하시겠지만, 지난 2015년 말, 북한을 방문했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가 북한에 억류됐다가 2017년 풀려난 뒤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웜비어 학생의 부모는 김정은 정권에 대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며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한국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안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
MC : 먼저, 혹시 모르시는 청취자들을 위해 오토 웜비어가 누군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찬일: 네, 오토 프레더릭 웜비어는 북한에 2016년 1월 2일부터 2017년 6월 13일까지 1년 5개월가량 억류되었던 미국인 대학생으로, 고문과 학대 끝에 혼수상태로 미국에 돌아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한 비극적인 인물입니다.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출신으로 프레드 웜비어(Fred Warmbier)와 신디 웜비어 사이에서 태어난 3명의 자녀 가운데 장남으로 자랐으며 유대인 혈통을 갖고 있습니다. 그의 아버지인 프레드 웜비어는 금속가공 전문 회사를 경영하는 기업인이었습니다.
오토 웜비어는 버지니아 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2015년 말에 여행자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했다가 2016년 1월 2일 평양의 양각도국제호텔에 설치된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고 한 혐의로 긴급 체포되었습니다.
MC : 웜비어 군이 훔치려 했었다는 정치선전물이라는 게 도대체 뭐였나요?
안 찬 일: 네, 북한에는 공공기관이나 숙박시설 가리지 않고 우상선전물이 많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까? 아마도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사진이 들어간 액자이거나 호텔에 비치된 선전물일 수 있는데 사실 그것은 되돌려 주면 되는 것이지 그걸 범죄로 몰아 체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북한은 우상 숭베의 나라다보니 단순한 호기심으로 가져가려던 행동을 정치적 범죄로 규정하고 사람을 잡은 것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MC : 그런데, 그게 그렇게 중한 범죄행위인가요? 어떻습니까?
안찬일: 네, 2016년 3월 16일 북한의 최고재판소는 “미국 정부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추종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일심단결의 기초를 허물어버리기 위해 관광 명목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입국하여 엄중한 반공화국 적대 행위를 감행한 혐의로 국가전복음모죄를 적용하여 오토 웜비어에게 로동교화형(징역형) 15년을 선고한다.“고 발표하였습니다. 단순하게 사진 몇 장 집어들고 나오려던 웜비어 학생을 졸지에 중범죄자로 만든 것입니다.
MC : 그런데 어떻게 하다 웜비어 군이 숨지게 된 건가요?
안찬일: 네, 북한은 17개월 뒤인 2017년 6월 13일에 웜비어를 석방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미국의 끊임 없는 석방 노력과 또 그의 건강이 경각에 다다르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모국 송환 당시 웜비어는 혼수상태였으며 진단 결과 뇌조직에 광범위한 손상을 입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결국 국가와 가족의 품으로 돌가갔지만 같은 해 6월 19일 오토 웜비어 대학생은 끝내 사망하였습니다. 멀쩡하던 청년이 북한이란 인간 생지옥의 감옥에서 얼마나 시달리고 고통받았으면 옴짝달싹 못하고 죽음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었겠습니까?
MC : 그 이후 웜비어 가족은 어떤 조치를 취했나요?
안찬일: 네, 웜비어 가족의 행동을 보고있노라면 과연 이토록 정의롭고 또 아름다운 ‘복수’가 또 있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북한에 억류됐다 숨진 미국인 대학생 고(故) 오토 웜비어의 부모가 미국 은행에 동결돼 있던 북한 자금 약 220만 달러를 회수했다고 미국의 한 언론이 지난 15일 보도했습니다.
아들이 세상을 떠난지 6년 반이 지났지만 북한을 상대로 한 프레드·신디 웜비어 부부의 ‘정의 실현’은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명문 유대인 집안인 이 가족이 북한 핵·미사일 자금원으로 지목 받은 가상 화폐까지 파헤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뉴욕남부 연방법원 재판부는 지난달 23일 “미국 은행에 예치된 북한 자금을 웜비어 부모에게 지급하라”고 판시했습니다. 소유권 이전이 승인된 자금은 미국 뉴욕멜론 은행에 예치된 220만 3258달러로 원 소유주는 ‘러시아 극동은행’입니다.
부부는 “극동은행이 북한 고려항공의 대리·대행 기관이다”라고 주장하며 해당 자금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했는데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입니다. 지난해 5월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극동은행이 북한 고려항공에 재정·물질·기술 지원을 제공했다며 소유한 자금을 동결했습니다.
MC ; 이번 북한 자금 회수사례 말고도 그 이전부터 웜비어 가족의 노력이 있었죠?
안찬일: 네, 그렇습니다. 웜비어 부부가 아들의 죽음에 대한 북한 책임을 묻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고 돈을 받아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아들이 세상을 떠난 이듬해인 지난 2018년 워싱턴DC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법원으로부터 5억 달러의 손해배상액을 인정받은 것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이 판결을 근거로 전세계 곳곳에 흩어진 북한 자산을 추적해왔습니다. 2019년 북한산 석탄을 불법 운반하다 인도네시아 당국에 억류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해 매각 대금 일부를 건네 받은 것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북한 자금을 회수하고 책임을 묻기 위한 부부의 노력도 놀랍도록 치밀했습니다. 이번 판결을 끌어낸 것도 지난 2019년 미 의회가 통과시킨 ‘오토 웜비어 북핵 제재 강화법’이 시작이었습니다. 이 법은 북한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자금 뿐 아니라 제3자 대북 금융 제재 대상의 자금에 대해서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습니다.
지난해 재무부가 극동은행을 제재하면서 ‘오토 웜비어 북핵 제재 강화법의 정신에 따른 것’이라 했는데 이 제재를 근거로 동결 자금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었으니 부부가 아들 이름을 딴 법안의 첫 수혜자가 된 셈입니다.
MC : 앞으로 웜비어 가족들이 구상하고 있는 계획이 있다면 소개해 주시죠.
안찬일: 네, 웜비어 가족들은 김정은을 두둔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하거나 북한 인권 문제에 소극적인 문재인 정부를 질타하는 등 세상에 영향력을 줄만한 메시지를 내놓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 사는 웜비어 일가는 지역에서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유태인 가문입니다. 부부는 삼남매 중 장남인 오토가 22세의 젊은 나이로 숨지자 모든 연줄을 동원해 보복 조치에 나섰는데 복수는 7년 가까이 멈출줄 모르는 현재 진행형인 것입니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서는 “안 그래도 제2의 고난의 행군을 겪는 북한이 정말 호되게 걸렸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 웜비어 부부는 지난 2019년 11월 서울을 방문해 “김정은이 사람을 잘못 선택했다”며 “내가 죽는 순간까지 김정은 정권과 싸우겠다”고 단언했습니다. 평양정권에 맞서 싸우는 웜비어 부모님의 모습은 가상하고 눈물겹습니다. 단지 자식의 복수를 위해서가 아니라 저 분들은 분명 평양 정권의 반인권적인 행태에 분노가 폭발한 것이고, 그 응징방법을 찾아 고군부투하고 있는 것입니다.
MC :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안 박사님 수고하셨습니다.
안찬일: 네, 수고하셨습니다.
MC: 함께 해주신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