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북한군을 틀어쥔 노동당 군정지도부의 실체

워싱턴-홍알벗 honga@rfa.org
2023.12.28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북한군을 틀어쥔 노동당 군정지도부의 실체 북한이 지난 9월 20일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6차 정치국 회의를 열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가한 가운데 그의 러시아 방문 결과를 논의했다. 지난 9월 22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회의에서는 김성남 당 국제부장이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귀환 보고를 했다.
/연합

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다사다난했던 2023년이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지난 한해동안 북한정권은 건국 사상 처음으로 세차례에 걸쳐 열병식을 강행했습니다. 이 때문에 열병식에 참가했던 병사들이 큰 고통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한국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인 안찬일 박사와 함께 ‘북한군을 틀어쥔 노동당 군정지도부의 실체라는 제목으로, 북한의 군 관리실태에 관해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안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

 

MC : 2024년 갑진년 새해가 바로 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안 박사님께서는 2023년 올 한 해를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안찬일: 네, 뭐 그리 만족하지는 못하지만 무탈하게 보낸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rfa를 통해 바깥 세상의 소식을 매주 이렇게 북한 동포들에게 전한 것은 빼놓을 수 없는 자랑이고 긍지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북한 인민들처럼 외부 정보에 갈증을 느끼는 사람들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아직 인터넷을 못쓰는 북한은 문명의 진화에 이탈한 체제라고 평가해야 합니다. 그런즉 외부 정보를 북한 인민들에게 전하는 사명을 수행하고 있는 자유아시아방송이야말로 시대의 등불, 문명의 길잡이라고 생각합니다.

 

MC : 감사합니다. 말이 나온 김에 한 해를 마무리하는 북한 동포들에게 인사도 좀 해 주시죠.

 

안찬일: 그럴까요. 친애하는 북한 주민 여러분! 그리고 평양의 엘리트 여러분! 희망과 미래가 없는 북한에도 2023년은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지난 한 해동안 어려분은 배고픔과 노력동원, 열병식의 고통으로 참 많이 힘들엇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내일이 있기에 인간 사회는 존재하는 것입니다. 지난 한 해 동안 김정은 정권은 핵공갈과 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등으로 북한의 경제를 파탄시키고 인민생활을 도탄에 빠뜨렸지만 새해 2024년에는 그런 방식으로 계속 달리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얼음장 밑에서도 강물은 흐르듯 평양에도 봄은 오리라 확신합니다.

 

MC : 자, 그럼 이제 본격적인 주제로 넘어가 볼까요? 북한 군부를 지배하는 방식이 근래 그 패러다임을 좀 달리하고 있다는데 무슨 내용입니까?

 

안찬일: 네, 지키는 자를 누가 지키는가? 강력한 군대 통제에 대한 오랜 명제 아니겠습니까. 북한은 건국 이후 단 한번의 쿠데타가 없는 희한한 나라입니다. 군부는 노동당에 절대 충성하다 못해 아부굴중하는 집단으로 전락하였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답변은 간단합니다. 막강한 군부를 노동당이 직접 통제하는 시스템으로 북한군에는 중대(특수 부대는 소대)까지 정치장교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들의 임무는 군대를 당적으로 통제하고 군인들을 당과 수령에게 충성하는 사람들로 만드는 사상교양사업입니다. 대만군대에도 정치작전 장교가 있지만 북한처럼 강력한 당조직까지 구축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현재 군대 안에 당 조직이 있는 군대는 중국의 인민해방군과 북한군이 유일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MC : 그런데 북한이 이런 군대의 정치화를 뛰어넘어 근래 다시 군대에 대한 노동당의 통제 시스템을 바꾸었다는데 그 원인은 무엇인가요?

 

안찬일: 네, 최근 들어 북한이 전략무기 고도화에 따라 군부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걸 막기 위해 김정은 정권 들어 노동당 군정지도부를 신설하고 그 위상을 강화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널리 알려진 대로 과거 북한군 통제와 검열은 북한군 총정치국이 주도했습니다. 총정치국은 곧 북한군 당위원회이기도 하지요. 원래 당 규약에 북한군 당위원회는 일반 사회의 도(북)당위원회와 동일한 급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비교가 안 될 만큼 큰 규모로 팽창했는데, 현재 북한군에는 보통 중사 이상이면 거의 노동당원들이기 때문에 당원 수가 사회보다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당원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군대가 충성집단이란 말이지만 현재 헐벗고 굶주리는 군대라 마냥 노동당에 충성하고 있다고 보면 오산입니다.

 

MC : 그러면 이런 군대 내 당원들을 관리 통제하는 기구는 어떻게 조직되어 있습니까?

 

안찬일: 오늘 북한군에는 총정치국에 인민군당위원회, 군단에 군단 당위원회, 사단에 사단 당위원회, 연대에 연대당위원회, 대대에 당 초급당위원회, 중대에 당세포가 조직되어 있습니다. 사회와 똑같이 당세포가 말단 조직까지 갖추고 있는 것입니다.

 

군 총정치국의 경우 김정은 총비서 집권 초기엔 군 차수와 국방위·국무위 부위원장,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 등이 그 수장을 맡았습니다. 김 총비서는 2011년 12월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뒤 최고지도자 자리를 물려받았습니다. 그러나 점차 군 대장과 국무위원, 정치국 위원 등으로 총정치국장 직급을 낮추었고, 이는 곧 총정치국의 위상 변화를 뜻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군대끼리 견제하는 조직구조를 뜯어고쳐 노동당 중앙위원회회 안에 군정지도부를 두게 되었습니다.

 

MC : 그렇다면 노동당 군정지도부는 언제 생겨났고, 군정지도부의 임무는 무엇인가요?

 

안찬일: 현재 북한군에 대한 당적 지도와 검열을 담당하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군정지도부는 지난 2020년 설립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군정지도부장은 그간 ·오일정(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 현 노농적위군 사령관, 대장) 등 군부 유력 인사들이 맡아왔고, 올 9월엔 '군부 실세' 박정천이 이 자리에 임명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황병서 차수가 군정지도부장을 맡고 있다는 설도 있어 좀 더 확인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군 총정치국과 당 중앙위 조직지도부, 군사부 등 기존 군 통제기구가 존재함에도 북한이 군정지도부를 새로 설치한 건 군 통제기구 간 역할 변화를 짐작케 한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처럼 군정지도부를 강화한 건 김정은 정권이 유일한 성과로 내세우고 있는 핵과 전략무기 고도화가 군부의 성과로 치환되는 상황을 당적 통제를 통해 사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MC : 그런데, 기존의 총정치국이 있는데 왜 또 당중앙에서 2중 통제하는 기구를 만들었는지가 궁금합니다. 그 배경을 설명해 주시죠.

 

안찬일: 김정은 정권은 군대 수뇌부를 믿기 어렵게 된 것입니다. 즉 ‘당-국가' 체제 정상화 시도와 군부에 대한 당적 통제 강화를 더욱 고도화 함으로써 체제 유지에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군부의 안정화를 도모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분석하면 이해가 쉽다고 생각됩니다. 군정지도부는 김 총비서가 독재정권을 유지하는 개인적 차원에서도 세력을 통제·관리하려는 수단이며, 그가 당 중앙위 조직지도부와 군정지도부·총정치국 등을 중첩한 다중적 통제를 통해 군 통제기구 간 알력과 갈등을 관리하겠다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데, 이는 여전히 군부가 북한 체제를 유지하는 수단이면서도 동시에 체제 위협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걸 방증한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MC : 그러면, 이 같은 변화는 김정은의 딸 김주애로의 4대 세습과도 연관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건가요?

 

안찬일: 그렇습니다. 노동당의 유일통치 80년이 다가오는 현 시점에서 무섭게 반발하고 있는 군대를 장악해 나가는 일은 간단하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볼 때는 군정지도부는 군대 장악의 최후 수단이지만 최종 수단이라고도 보여집니다. 그 선이 무너지면 군사혁명도 일어날 수 있는게 북한입니다.

 

MC :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안 박사님 수고하셨습니다.

 

안찬일: , 수고하셨습니다.

 

MC: 함께 해주신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정영, 웹담당: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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