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경제부장’이 아니라 ‘경제구조’자체를 바꿔야 한다

워싱턴-이현기 leeh@rfa.org
2021-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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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 ‘경제부장’이 아니라 ‘경제구조’자체를 바꿔야 한다 사진은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대형 피켓.
/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 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북한이 얼마 전 노동당 제8기 제2차 회의를 소집하였습니다. 주된 안건은 경제문제였습니다. 그런데 의아한 것은 임명된 지 불과 1개월밖에 안 된 김두일 경제부장을 경질한 것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경제부장으로 그전의 오수용을 롤백 즉 업무복귀를 지시 했다고 안찬일 박사가 자유아시아방송과 회견에서 밝혔습니다. 안 박사는 구실은 김두일이 경제부장 역할을 제대로 못 했다는 것인데, 이래도 되는 것인지, 임명된 지 불과 한 달밖에 안 된 경제부장이 뭘 잘못했다는 것인지? 일도 시작 안 한 사람에게 과연 과오가 있는 것인지 관심을 끌지 않을 수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노동당 경제부장이 아니라 경제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라는 제목으로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안찬일 박사님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잘 지냈습니다.

질문 1: 먼저 노동당 중앙위원회 안에서 경제부장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알아 볼까요?

안찬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안에는 국제부와 군수공업부 경공업부 등 분야별로 부서가 약 16개 정도 있는데 경제부는 김정은 시대 들어와 경제담당 비서 아래 부장을 두는 시스템으로 진화하였습니다. 사실상 고난의 행군 뒤 북한 경제가 거의 통째로 무너져 버렸기 때문에 노동당이 관리하고 말고 할 경제의 형체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여동생 김경희가 한때 경공업부 부장으로 위세를 날렸지만, 과연 경공업이 살아났습니까? 어느 누가, 어떤 분야를 담당하든 북한 경제는 회생이 어려운 지경에 도달한 지 오랩니다.

질문 2: 이번에 김두일 경제부장이 한 달 만에 해임되고 오수용 전 경제부장이 다시 복귀했다는 내막은 무엇인지요?

안찬일: 오수용은 이번 8차 당대회 인사에서 좀 뒤로 물러나 제2 경제위원회(군수공업분야 담당) 위원장으로 갔었습니다. 그런데 그를 다시 복귀시킨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변덕스러움을 드러낸 것이라고 사료됩니다. ‘구관이 명관’이란 속담도 있지만, 오수용이 어슬렁거리는 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겐 좀 위로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질문 3: 어느 정권, 어느 집권당에서도 책임을 맡기고 한 달 만에 책임을 묻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보여집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안찬일: 바로 그 점입니다. 북한의 통치는 ‘공포통치’ 그 자체입니다. 중국 속담에 “원숭이를 죽여 닭을 놀라게 하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노동당 8기 제2차 전원 회의 장면을 보면 마치 2013년 12월 장성택을 잡아가는 모습을 로동신문에 공개하듯 조용원 조직 비서가 김두일 부장을 일으켜 세워놓고 삿떼질하는 모습이 공개되었습니다. 물론 김정은 총비서도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이것은 경제부장을 죽여 다른 당 간부들을 놀라게 만드는 전형적인 공포정치입니다.

질문 4: 많은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경우 어떤 개별적 간부보다 정책을 통째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지적을 하는데 경제문제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안찬일: 정확한 지적입니다. 북한 경제는 이미 고사된 지 오래되었습니다. 김두일 경제부장이 임명된 지 한 달 만에 북한의 고사된 경제를 숨 쉬게 했다면 그는 21세기 인류 최고의 영웅이 될 것입니다. 까놓고 말해 김정은 위원장이나 김여정 부부장에게 경제부장을 맡겨 보시죠. 절대 안 됩니다. 북한의 경제구조 자체를 뜯어고쳐야 합니다. 쉽게 설명드리죠. 북한 경제가 그럭저럭 돌아가던 6-70년대 상황으로 돌아가 보면 설명이 쉬워집니다. 당시 경제는 내각이 틀어쥐고 정준택 국가계획위원회 위원장 같은 경제전문가가 북한 경제를 주물렀습니다. 노동당에는 경제부장이란 직책조차 없었습니다. 정당이 경제를 장악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현재 북한의 상황은 노동당이 경제정책도, 자금도 모두 틀어쥐고 경제의 숨통을 막고 있습니다.

질문 5: 이번 당 전원 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내각의 역할을 강조했다는데 그건 어떤 의미인가요?

안찬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나흘간 열린 당 전원 회의에서 올해 경제계획 수립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신랄히 비판하였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2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전원 회의가 2월 8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됐다"며 "김정은 총비서가 여러 부문의 사업을 신랄히 비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보고에서 "내각에서 작성한 올해 인민 경제계획이 그전보다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며 "내각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으며 성(부서)에서 기안한 숫자를 기계적으로 종합하다 보니 어떤 계획은 현실 가능성도 없이 높여놓고 어떤 부문에서는 반드시 해야 할 것도 계획을 낮추는 폐단이 나타났다"고 지적했습니다. 부문별로는 농업에서 영농자재 보장이 어려운 상황에도 알곡 생산목표를 주관적으로 높였다며 관료주의와 허풍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꼬집었습니다.
반면 전력 부문에서는 "탄광·광산에서도 전기가 보장되지 않아 생산이 중지되는 애로가 존재한다"고 이례적으로 전력난을 인정하면서, 올해 전력생산계획이 현재 수준보다도 낮은 것을 문제 삼았습니다. 또 건설 부문에서 평양 살림집 건설 계획을 낮춘 것을 두고 "보신과 패배주의의 씨앗"이라며 "올해 평양시에 1만 세대 살림집을 무조건 건설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총비서는 아울러 국가 차원에서 자재 보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각자 도생식으로 자력갱생을 추진하는 문제도 지적했습니다.
김 총비서는 "지금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내각과 국가경제지도기관이 고유한 경제조직자적 기능과 통제 기능을 복원하는 것"이라며 "권한 타발, 조건 타발만 하며 속수무책으로 앉아있던 낡은 타성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질문 6: 그런데 북한 경제의 문제점을 김정은 총비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왜 문제가 풀리지 않는지 그것이 궁금합니다.

안찬일: 문제의 핵심은 경제구조입니다. 북한 경제는 사회주의경제도, 그렇다고 반사회주의 경제도 아닌 이른바 노동당이 장악한 ‘궁정경제’ 내지 소수의 달러에 의존하는 ‘달러경제’입니다. 당 정 군 고위간부들은 달러로 움직이면서 아래 인민들보고 경제를 발전시키라고 하면 그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겠습니까? 여기에 고비용의 군수공업은 인민경제를 고사시키는 거대한 바윗돌 같은 존재입니다.
북한 경제는 중국처럼 개혁과 개방의 길을 걸어야 합니다. 사회주의식의 집단방식에서 과감하게 탈피해, 소유 면에서 개인 및 가족소유를 확대해 나가야 합니다. 인민경제의 저변에서 확산되고 있는 장마당 경제를 온 나라에 확대하면 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노동당 경제부장을 열 번 백번 바꿔도 아무 소용없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방송은 여기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안찬일: 네 감사합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MUSIC

지금까지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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