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시 5만 세대 살림집 건설의 명과 암

워싱턴-이현기 leeh@rfa.org
2021-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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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시 5만 세대 살림집 건설의 명과 암 김덕훈 북한 내각총리가 평양시 1만세대 살림집 건설장을 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 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한국전쟁 중 처참하게 파괴된 평양을 보고 미국의 한 군사 전문가는 “평양은 봉건시대로 되돌아갔다. 100년 안에 다시 도시의 모습을 갖추기는 어려울 것이다”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러나 김일성 시대에 평양은 비교적 도시계획이 잘 된 도시로 탈바꿈하였고, 김정일 시대에 들어서도 인민문화궁전 등 현대적 시설들이 전시용으로 꽤 잘 건설되었었다고 안찬일 박사가 자유아시아방송과 회견에서 밝혔습니다. 안 박사는 하지만 평양은 구조적인 면에서는 복구되었다고 할 수 있으나 평양 시민들의 삶의 질은 오히려 퇴보하였다고 보는 견해가 더 크며 오늘 김정은 위원장이 추진하는 5만 세대 살림집 건설도 마찬가지 시각에서 보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해서 오늘은 “평양시 5만 세대 살림집 건설의 명과 암” 이런 제목으로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안찬일 박사님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잘 지냈습니다.

질문 1: 먼저 북한은 지금 UN과 미국의 핵무기 개발에 대한 대북 제재로 사실상 경제적 어려움이 벼랑 끝에 서 있는데 별안간 평양시에 5만 세대 살림집을 짓는다는 게 누가 봐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안찬일: 그렇습니다. 누가 봐도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을 벌이겠다는 것인데, 벌써부터 부실 공사와 또 수만 명의 군인들을 평양에 동원시키고 나서 쿠데타가 일어나는 것은 아닌지? 과연 제대로 5만 세대를 지어낼 수 있는지 등등 우려의 목소리 또한 높습니다. 그 본질부터 콕 집어 지적하자면 아마도 김정은 위원장의 치적을 자랑하려는 ‘선전공사’ 캠페인이라고 생각됩니다. 현재 김정은 위원장은 공식 집권 9년을 맞고 있지만, 아무것도 내세울 치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북한 인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다 못해 뱃가죽과 등가죽이 맞붙었다고 아우성입니다. 그래서 노동집약적 주택 건설로 평양시를 환하게 만들고 그걸 또 김정은 시대의 ‘위대한 창조물’이라고 요란하게 떠들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질문 2: 아 그렇군요. 그렇다면 현재 평양시 인구는 얼마이며, 또 주택입주가 안 된 말하자면 무주택자는 얼마나 된다고 봐야 할까요?

안찬일: 평양시 인구는 ‘고무줄 인구’란 말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노동당의 마음에 따라 늘궜다, 줄였다 하기 때문에 그런 말이 생겨난 것입니다. 북한에서 가장 출신성분이 좋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중구역과 모란봉구역 등의 중심 인구는 변동이 없지만, 당국이 평양시 인구를 늘이고 싶으면 대동강 이남의 강남군 등을 평양시에 편입시키면 인구가 약 280여만 명에 달하고, 필요에 따라 주변 군들을 다시 군으로 떼 내면 인구는 200만 명으로 줄어드는 그런 식입니다. 본질은 평양시민들 중 집이 모자라 고통받는 사람보다 식량 공급 등이 안 돼 굶주림에 고통받고 있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입니다. 잠자리 마련보다 밥상을 차려 달라는 것이 평양시 인민들의 요구인데, 그렇게 보면 지금 김정은 위원장은 헛발질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질문 3: 이번에 평양시 어느 구역에 5만 세대 살림집을 짓게 됩니까?

안찬일: 네 북한은 평양을 크게 서평양과 동평양으로 나누는데, 이번에 북한은 서평양의 송신지구와 금천지구, 동평양의 서포지구와 9.9절 거리지구에 5만 세대 아파트를 건설한다는 것입니다. 이 지역은 려명거리와는 또 다르게 평양시의 외곽구역을 형성하는 변두리인데 여기에 살림집을 짓는다는 것은 연료 문제, 전력 문제로 교통이 미발달된 주변 접근을 볼 때 난개발이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질문 4: 이번에 착공식 현장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나오는 등 심혈을 기울이는 모양새를 보여주고 있는데 과연 그 성과가 벌써부터 의문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어떻습니까?

안찬일: 네, 북한이 추진 중인 평양시 5만 세대 살림집 건설이 완공되면 평양 도시구획이 동·서·북 방향으로 대폭 확장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11일 평양시 살림집 건설 사업이 추진될 지역의 위치를 상세하게 소개하며 이같이 전망했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2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평양시 살림집 건설 착공식을 요란하게 진행했습니다. 착공식을 진행한 송신과 송화지구를 시작으로 서포·금천지구, 9·9절 거리지구까지 살림집을 지어 올해 주택 1만 세대, 5년 안에 5만 세대를 짓겠다는 계획입니다. 문제는 위치상으로 볼 때 북한이 새로 지을 주택구 5곳은 평양시 중심부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197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에 형성된 창광거리·통일거리나 최근 10년 사이에 조성된 창전거리(2012년), 미래과학자거리(2015년), 려명거리(2017년) 등 과거 주택구가 대동강 변을 따라 형성돼 시 중심부에 자리 잡은 것과는 큰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번 사업 중 가장 먼저 착공에 들어간 송신·송화지구는 중구역으로부터 동쪽 방향으로 동대원구역을 지나서 사동구역 내에 있는 곳으로 평양시의 외곽지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선신보는 "이 일대의 수질이 매우 좋아 대동강맥주공장, 대동강식료공장, 평양기초식품공장 등이 자리 잡고 있다"고 자랑했지만, 그 공장시설을 그대로 두고 아파트를 지을지, 아니면 철거하고 짓겠다는 것인지 그 소개가 없었습니다.
서포지구는 평양 중심부로부터 북쪽 방향의 평양비행장으로 가는 길 도중에 있는 형제산구역 안에, 금천지구는 광복거리를 지나 만경대 갈림길에서 청년영웅도로를 따라 남포항으로 향하는 도중 만경대구역에 위치해 있습니다.
또 9·9절 거리는 1998년 9월에 개통된 거리로, 금수산태양궁전과 잇닿은 림흥 로타리로부터 북쪽 방향으로 뻗어 나가 있는 약 8㎞ 길이의 거리입니다. 조선신보는 "평양시의 인구는 계속 불어나고 새 시대의 문명한 생활 조건을 충족시켜 주는 살림집은 부족되다"며 이번 주택 건설 사업의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이어 완공시 "평양의 도시구획은 동서 방향과 북쪽 방향으로 확대돼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질문 5: 북한의 대규모 건설은 어떤 준비된 기업이 참여한다기보다 대부분 군인들을 동원하는 식인데 평양시에 한두 개 군단 규모의 군부대가 진주하면 집권 세력이 많이 불안해 할 것 같습니다. 그 점도 설명해 주시죠.

안찬일: 그렇습니다. 골조공사의 대부분은 군인들이 동원돼 병력 집약적 방식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술도, 자재도 절대 부족하니 군인들의 힘으로 살림집을 짓는 것입니다. 평양 중심부와 거리를 두고 군부대를 진주시킨다는 사실에서 집권 세력의 쿠데타 우려 등을 한눈에 읽을 수 있습니다. 건설구역을 살펴보면 평양 중심을 군부대가 3개 방면으로 포위하는 형식이어서 노동당이 매우 불안할 텐데 이번 공사를 밀어붙이는 걸 보면 그만큼 김정은 위원장 치적 창조가 다급하다는 것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방송은 여기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안찬일: 네 감사합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MUSIC

지금까지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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