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우리는 일생을 살면서 참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그래서 삶은 다양한 만남의 연속이며 그 중엔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만남도 있죠. 어디서 누구를, 언제 만나느냐에 따라 우리의 인생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여기는 서울>, 오늘은 아주 특별한 만남의 장을 찾았습니다. 북한 인권과 통일에 관심이 있는 다양한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는데요. 그 현장 담아봤습니다.
(현장음)현장에 도착해 주신 분들, 뒤에 다과가 준비돼 있습니다. 북한 음식과 다과를 즐기시면서… 2시부터 심포지엄을 시작하니까 자유롭게 자리에 착석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난 4월 27일, 서울 강남에서 열린 한반도 임팩트 심포지엄.
북한 인권과 통일 분야 전문가들, 남북 청년 등 80여 명이 모였습니다.
(현장음)여기 설명이 있습니다. 이거 북한 과자인데요. 이거는 밀가루로 만든 손가락 과자이고요. 이거는 국수 강정이라고 국수를 튀겨서 만든 거예요. 이거는 북한 사탕이고요. / (북한에서) 가져온 건 아니죠? / 한국에서 탈북민 분들이 사업하시는 곳에서 저희가 주문했습니다.
한반도 임팩트 심포지엄은 탈북민 청년들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 북한 사회의 문제점을 찾아보고 그 해결책을 남한 청년, 인권 활동가들과 함께 찾아본 9주의 과정을 발표하는 자리입니다. 한반도 임팩트 메이커스 즉 ‘한반도의 강력한 효과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라는 이름으로 5명의 남북 청년들이 1개 조를 만들고 총 7개 조, 35명의 청년들이 북한 주민들의 삶을 개선할 해결책을 찾아보는 시간이었는데요, 해결책이 100% 실현될 수 없지만 북한 사회의 문제를 깊이 들여다 봤다는데 의미가 큽니다. 그리고 이날 심포지엄은 그 결과를 많은 사람과 공유하는 자리입니다. 더 브릿지, 황진솔 대표의 말입니다.

(현장음-더 브릿지 황진솔 대표)지난 몇 달간 남북 청년들이 협력해서 최선을 다해 북한 현지의 문제를 발굴했고 그리고 그 솔루션을 해결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이렇게 남북의 다름을 어떤 새로운 가치 그리고 기대로 바꿔낸 남북 청년들의 결과물이 너무 감사하고 오늘 그것들을 공유할 수 있어서 귀한 시간인 것 같습니다. 남북 청년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한반도의 가치를 충분히 공감하고 이 자리를 통해서 새로운 것을 함께 꿈꾸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심포지엄의 기조연설에 나선 서울 유엔인권사무소 이메쉬 포카렐 부소장도 북한 인권의 창의적 해결을 강조했습니다. 또 이를 위해 사회적, 경제적 성취를 이뤄가고 있는 탈북민 청년들의 관심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특히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 북한 인권 개선 활동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남북한 청년들이 주역이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현장음) Youth are natural innovators in this digital era. We can also help civil society and human rights organizations to find creative solutions to this information drought. / 청년들은 디지털 시대에 가장 적합한 혁신가이자 시민사회 및 인권단체가 겪는 정보 가뭄에 대한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특별한 존재들입니다.
심포지엄 첫 번째 세션인 토크 콘서트가 시작되는데요.
(현장음)북한 친구들이 지역 사회에서 경험했던 북한의 현지 문제들을 1,2년 동안 총 14가지를 도출을 했고요. 그거에 대해서 남한 청년들이 팀을 이루어서 우리가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솔루션을 도출했습니다.

한반도 임팩트 메이커스에 직접 참여했던 남북 청년들이 오늘 토크 콘서트의 주인공입니다. 보통 심포지엄은 발표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지만 이날은 자유로운 대화 형식으로 진행됐습니다. 무대에는 탈북민 출신의 박은희 매니저와 탈북 청년 오강민 씨와 남한 청년 이정인 씨와 박연경 씨, 북한인권 활동가 김정환 씨가 함께 올랐습니다.
(현장음) 안녕하십니까 저는 함경북도 온성에서 온 오강민이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북한이라는 사회를 바라볼 때 항상 우리는 정해진 큰 틀에서 바라보잖아요. 그런데 북한이란 사회를 좀 더 세밀하게 깊숙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가장 중요한 것은 남북 청년들이 함께 아이디어를 공유하면 뜻깊은 일치가 될 것 같아 참여하게 됐습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고려대학교 통일외교안보 전공 재학 중인 박연경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내가 잘만 한다면 좀 실질적인 산출물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지원하게 됐었고…
이번 활동에 참여한 35명의 남북한 청년들이 집중해 들여다본 곳은 식품·보건, 문화·예술, 식수·보건, 교육 불평등, 여성 불평등, 여성·보건, 연료·에너지 등 총 7개의 문제입니다. 이중에서 가장 좋은 해결안을 도출해 최고상을 수상한 조는 식수,보건 문제를 다뤘습니다. 지하수를 이용할 수 있는 가정용 펌프와 정수 문제를 한번에 해결하는 새로운 장치를 제안했습니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여한 오강민 씨 조가 집중한 문제는 여성 건강 문제인데요. 강민 씨는 해결책을 함께 고민하는 그 과정 자체도 큰 의미가 있었다고 하는데 직접 들어보시죠.
(오강민)저희 아이템은 어쨌든 북한 여성들의 그런 낙태 피임 등 여성의 건강권에 대해서 솔루션을 도출했거든요. 논문을 뒤져가면서 전문가들한테 메일도 보내면서 정말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감동도 받았고 저도 더 열심히 해야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제 스스로에 대한 아쉬운 점이 컸는데요. 북한의 여성, 피임, 건강권에 대해 논의하면서 제가 잘 모르고 있었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공부를 좀 더 많이 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강민 씨는 북한 여성 건강권을 선택해 연구한 이유나 배경을 북한 남성으로서, 이 자리에서 밝히고 싶답니다.
(오강민)북한 남성으로서 한번 얘기해 보겠습니다. 제가 2018년도에 그 미국에 있었습니다. 그때 rfa 기사를 하나 보게 됐는데 그 기사가 충격적이었습니다. 한 여성의 건강, 낙태, 피임 그리고 성폭행 관련된 기사 내용이 있었어요. 그 기사를 보고 제가 충격을 받았던 이유는 북한에서 피임을 실천한다는 거였어요. 저는 없는 줄 알았거든요. 그리고 두 번째는 실천하는 중에서도 70~80퍼센트가 여성이었고, 당연히 여성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피임을 위해 하는 것이) 대부분 삽입형 루프로 되어 있는데 북한 같은 경우에는 구리로 돼 있습니다. 근데 그게 대부분 한 3년 최대 5년 간 사용해야 하는데, (북한에서는) 한 번 넣으면 그걸 평생 몸에 지닌 채 지내야 하는 상황이더라고요. 아시겠지만 부작용도 상당히 심하기 때문에 갑자기 '아.. 우리가 지금 북한 정권 이런 거 보는 게 아니라 정말 실제적으로 이런 부분을 좀 바라봐야 되겠다'라는 생각을 했고 계속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강민 씨를 비롯한 팀원들은 북한 여성 건강권 중 특히 생리대, 즉 위생대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고 해결책을 제시했습니다. 바로 인도의 생리대 영웅, 인도 ‘패드맨’의 사례를 이용한 것입니다. 펄프와 부직포로 간단하게 가공해 생산 단가 0.03 달러에 생리대를 만드는 기계를 고안하는 것인데요. 인도 측에 연락해 북한에 기계를 보내는 것을 검토해보겠다는 답변까지 들었습니다.
(현장음)이거 영상 보시면 첫 번째 기계에 펄프를 넣어서 부풀린 다음에 이런 틀에 고정을 시키고 모양을 만들어서 부직포로 한 번 감싸면 한 개가 완성이 돼요. 그래서 이 기계를 북한으로 도입을 하자라는 게 저희의 솔루션이었습니다. 인도 패드 맨이 되게 좋게 봐주셔서 북한에 도입하는 거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다는 답변까지 받았습니다.
-Closing Music-
이쯤 되면 다른 조들이 제시한 해결책도 궁금한데요, 청년들의 해결책이 실제 문제의 해결로 이어질지 알 수 없지만, 우리는 세계의 모든 발명은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됐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청년들이 바라보는 문제점과 해결책 그리고 청년들의 못다한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계속됩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