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려운 문제에 대한 해법은 어떨까요?
남북 청년들과 북한 인권 활동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북한의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해 해법을 찾아봤습니다. 이 모임의 이름은 한반도 임팩트 메이커스, 이들이 내놓은 해법은 ‘한반도 임팩트 심포지엄’을 통해 발표됐는데요. <여기는 서울>에서 그 현장 담아봤습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 전해드립니다.
(현장음)끝 질문으로 한 줄 답변의 질문을 좀 드리고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나에게 북한 인권이란? / 나와 우리를 위한 약속과 가장 중요한 행동 / 보기도 정답도 없는 무지무지하게 넓은 도화지 / 평생 풀어야 할 풀어야 할 숙제? / 지금 우리가 관심 갖지 않으면 어쩌면 다가올 지도 모르는 우리의 미래라고 전하고 싶습니다. / 저에게 북한 인권이란 정말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인권! 맛있는 음식을 배부르게 그리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그런 자유. 또한 마음대로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 정부의 제한 없이 자유롭게 다른 도로 움직일 수 있는 그런 이동의 자유. 그런 것들을 북한에 2,500만 명의 저희 고향 분들과 나누는 것입니다.
한반도 임팩트 심포지엄의 1부는 남북 청년들이 생각하는 ‘북한 인권’으로 마무리됩니다. 다음은 참석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스페셜 세션, 특별 공연이 이어집니다.
함경북도 온성 출신의 탈북 화가 강춘혁 씨가 즉석에서 그림을 그리는 라이브 드로잉 쇼를 선보이는데요. 한반도 지도를 형상화한 그림에 함께라는 뜻의 영어 together와 자유를 뜻하는 freedom을 적었는데요. 어떤 메시지를 담았을까요? 드로잉 쇼를 마친 강춘혁 씨에게 직접 들어봤습니다.
(인터뷰-강춘혁)우리가 한반도의 자유와 평화를 찾으려면 혼자가 아닌 둘이, 같이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남한 청년과 북한 청년들이 함께 평화를 만들어 가자는 의미로 작업을 했습니다. 애들 두 명이 아래위로 서로 팔을 맞잡고 있는 것으로 한반도를 형상화해 봤고요. 한반도의 평화 문제는 남북한의 문제, 모두의 문제가 되겠죠. 그러면 결국 혼자만의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니라 함께 같이 노력해야 한다는 그런 메시지를 담아서 그렸습니다.

2부는 남북한 청년들이 함께 연구한 북한 사회문제 해결 방안을 부스 형태로 전시하고, 직접 설명하는 자리입니다.
여성들의 위생대(생리대) 접근성을 높일 위생대 제작 기계 도입과 인식 개선에 대한 솔루션을 준비한 <봉선화>조. 물 부족 문제의 해결책으로 ‘순결샘 뽐푸’를 도출해 낸 <3다水> 조 등 7개 조가 각자 작은 공간 안에 자신들의 연구를 전시, 설명합니다. 현장을 찾은 사람 누구나 그 공간에 들어가 청년들에게 직접 설명을 듣고, 질문할 수 있었는데요. 청년들의 열정만큼 행사장 안이 시끌시끌합니다.
(현장음)저희의 스토리는 저에 대한 이야기에요. 한 아이가 영재학교에서 겪게 되는 북한 생활상을 담았고요. 이 아이가 어떻게 북한 사회에 대해서 인지를 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독립적인 진정한 자유를 찾아서 자신의 삶을 얻어 찾아가는 여정을 작품으로 만들었습니다.
예술 표현의 자유를 위한 외부 정보의 접근성을 증진하는 방법을 제안한 <당연한 신세계>조의 부스에서
전효진 씨가 열심히 설명 중입니다.
효진 씨는 양강도 출신으로 한국에 정착한 지 올해로 10년차가 됐고 웹툰 작가로 활동 중인데요. 팀 내에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 내 표현의 자유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제가 북한에서 왔고 북한 관련 활동을 하다 보니까 (이번 프로젝트를)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됐습니다. 저희가 맡았던 분야는 북한에서 표현의 자유, 특히 예술인들의 표현의 자유로 특정 지었어요. 보는 독자로 하여금 '저렇게도 살 수 있다'는 인지 변화를 주고 싶어서 저희가 도출해 낸 솔루션은 북한 내에서는 예술을 펼치지 못했던 예술인들. 그들 위해 탈북민의 예술 작품을 북한으로 다시 보내 보는 거죠.
효진 씨는 북한에서 조금 특별한 학교에 다녔답니다. 다양한 분야의 재능 있는 친구들이 모인 곳에서 효진 씨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학생이었다는데요. 효진 씨의 그림이 문제가 됐답니다.
(인터뷰)제가 중학교 1~2학년 때 '집에서 아빠가 방귀를 뿡뿡 뀌는 그림'을 그렸는데 다들 재미있다고 하는 거예요. 그랬는데 나중에는 혁명적인 그림을 그리지 않고 풍기 문란한 그림을 그렸다고 하면서 아빠가 추궁받게 됐어요. 그걸 보면서 그림을 그리면 안 되겠다 싶어서 (미술을) 관뒀어요. '여기서는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이 아니라 그려야 되는 그림만 그려야 되는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북한에서는 그림을) 아예 접고 있었고 아예 그쪽은 생각을 안 하고 있었어요. 여기(한국) 와서 저의 이야기를 어떤 형태로든 나누고 싶어서 작품(웹툰)으로 옮겼습니다.
효진 씨는 한국에 와서 표현의 자유는 당연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비로소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 만화를 마음대로 그릴 수 있었습니다. 웹툰 작가로 활동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만화를 제작하던 중 한반도 임팩트 메이커스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고, 효진 씨는 자신의 경험을 팀원들에게 공유했습니다.
2020년 북한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해 외부 정보에 대한 접촉은 물론 유포에 대해 강력히 처벌하고 있습니다. 효진 씨는 이 같은 북한의 상황을 보며 북한 주민, 특히 북한 예술가들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그들에게 폭넓은 창작의 영역을 소개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런 생각을 담아 효진 씨네 조 이름은 <당연한 신세계>라고 정했습니다.
<당연한 신세계> 조는 만화를 소리로 들을 수 있도록 ‘오디오 북’을 제작해 배포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실현된다면 북한에서도 다양한 매체를 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으로 시작했고 견본으로 오디오 북도 제작했지만 북한으로 전달할 방법이 아직 없습니다.

다른 팀들의 해결안도 비슷한 상황인데요. 청년들은 자신들이 도출해 낸 해결책이 실제 문제의 해결로 언제 이어질지 알 수 없지만, 이런 과정들은 꼭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북한에 대해, 북한 인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했고 그 속에서 북한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됐다는 청년들의 이야기, 좀 더 들어봤습니다. 식품·보건 문제를 다룬 <조선식약청>조의 대학생 이덕현 씨입니다.
(인터뷰)식품 보건 문제에 대해서 북한에 관한 정보를 찾기가 정말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원론적인 논의만 진행될 수밖에 없었는데 저희 팀의 탈북민분이 실제 본인이 북한에 있었을 때 경험했던 현실적인 문제들. 북한의 주민들이 식품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들을 하는지 굉장히 자세히 조언을 주신 덕분에 솔루션까지 만들 수 있었습니다. '전력난이 심해서 식중독에 걸릴 확률이 높다' 이런 정도의 정보를 접할 수밖에 없었는데 전력난이 심한 것은 맞지만 아예 냉동기를 못 가동할 수준은 아니라고 알려줬고 그렇다고 모든 개개인이 냉동기를 돌릴 수준은 되지 않아서 김치움 같은 것을 통해 ...
또 북한 출신 조원은 장마당에서 식품을 판매할 때 대부분 음식을 맨바닥에 놓다 보니 상할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는데요, 거기서 착안해 다음과 같은 해결책을 생각했습니다.
(이덕현)태양광 아이스박스와 자전거를 결합해서 장마당 내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하자는 솔루션이 나왔습니다.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를 결합한 아이스박스를 만들어 보고자 북한 주민들에게 친숙한 자전거를 결합해, 식자재를 보다 더 안전하고 편하게 운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런 장치를 이용해 유통 과정에서의 식료품 변질을 방지해서 낭비되는 식품을 줄이고 주민들을 더욱 신선하고 안심할 수 있는 식재료를 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을 했고요. 북한 주민들의 식중독 발생 빈도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합니다.
-Closing Music-
한반도 임팩트 메이커스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청년들은 서로의 솔루션을 보고 놀랐다고 말합니다. 당장의 실현은 어렵겠지만 꽤 창발적이고 현실성 있는 솔루션이 많기 때문이라는데요. 자신들이 제시한 솔루션이 북한 주민들에게 전해지는 그날을 꿈꾸는 청년들의 얼굴엔 기대감이 가득합니다.
(이덕현)저희의 솔루션이 지금 당장은 어려울지라도 저희는 그래도 가능성이 0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작게 저희 팀 뿐만 아니라 북한 인권에 관심 있는 분들의 꾸준한 노력이 있다면은 저희 팀의 솔루션뿐만이 아니라 북한 주민들의 인권 향상을 위한 꿈만 같은 일들이 언젠가는 이루어지지 않을까... 마냥 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