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사람들도 다이어트 하나요?

탈북 방송인·조미영
2021.10.18
북한사람들도 다이어트 하나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7 세계 다이어트 엑스포에서 한 참석자가 운동기구를 체험해보고 있다.
연합

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인서트) 안녕하세요. 저는 경기도 부천에 살고 있는 이미영라고 합니다. 북한에선 다이어트를 살까기라고 한다고 들었어요. 한국에선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 중 하나가 다이어트인데, 북한 일반 주민들도 다이어트를 하는지 궁금합니다.

한국엔 여성들을 기분 좋게 하는 인사말이 있습니다. ”어머~ 너 왜 이렇게 살 빠졌어” 이 말입니다. 몇 년 전에 청진의 저랑 같은 동네에서 살다 갓 탈북한 언니를 만났는데, 그 언닌 저를 보더니 '어머 쟤 왜 이렇게 못쓰게 됐소'라고 하더라고요. '못 쓰게?' 아주 잠깐 갸웃했다가 아 맞다. 살 빠졌단 얘길 북한에선 이렇게 했었지...’ 하고 다시 기분 좋아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살 쪘다, 살 빠졌다, 날씬해졌다이런 한국식의 표현, 그리고 몸이 났다. 몸 좋아졌다. 풍채 좋다. 반대로 못쓰게 됐다. 여위었다. 영실이 같다는 북한식 표현. 여러분 느껴지시나요? 살에 대한 인식이 다이어트와 살까기라는 용어 만큼이나 남북이 다르다는 거요.

제가 한국에 살아보니, 맛있는 먹거리가 넘쳐나 손만 뻗으면 어디서든 먹을 것이 잡히는 환경에서 음식에 대한 유혹을 떨쳐내고 적당량을 조절해 먹는 게 참 어려운 일입니다. 게다가 늘 사무실에 앉아 컴퓨터로 일하고 지하철, 버스, 자가용 등을 타고 이동하고, 승강기로 오르내리면서 걷는 일조차 별로 없다 보니 여긴 살이 찌기 참 쉬운 환경입니다.

현대사회 들어 한국뿐 아니라 먹을거리가 풍부해진 많은 나라에서 비만은 이미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유럽의 어느 나라에선 음식에 넣는 사탕가루의 양을 줄이라는 지침을 기업들에 내리고 있고 텔레비젼에서도 비만의 위험성에 대해서 안내하는 방송들이 많아지면서 건강한 몸을 위한 다이어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죠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에서 날씬한 몸은 그냥 '몸매가 좋다.'라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날씬한 몸을 보며 먹는 걸 조절할 줄 아는 절제력이 있는 사람이구나.’ 탄탄한 근육을 보며 운동을 꾸준히 하는 부지런한 사람이구나. 운동을 많이 하는 걸 보니 건강한 사람이겠구나. 건강하게 몸 관리를 잘하는 걸 보니 일도 참 책임감 있게 잘하겠구나.’ 라는 식으로 그 사람이 갖고 있는 몸 자체가 그 사람을 판단케 하는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얼마전 김정은 위원장이 전에 비해 살이 많이 빠진 모습으로 TV에 등장한 걸 봤습니다. 목 뒤에 접혔던 살이라든지, 헐거운 옷을 입었음에도 가려지지 않았던 배, 그리고 팔목과 손가락까지 전에 비해 확연히 살이 빠진 모습이었습니다. 비만은 여러 질병의 원인이 된다고 하는데, 김정은 위원장이 건강을 염려해 다이어트를 한 것 같다는 내용의 보도였죠.

물론 사람마다 체질이 달라서 같은 양을 먹어도 살로 가는 비율이 다를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비만까지 가는 데에는 과식이나 고기 위주의 식사, 과도한 음주, 운동부족 등이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의사들은 말합니다. 북한주민 전체가 반세기 넘게 이밥에 고깃국을 최후의 꿈으로 얘기하고 있는데 비만치료를 받는 지도자라니몹시 씁쓸해지네요.

전에 북한에서 먹어도 살 안 찌는 사람을 국가밥 먹고 양심 없다라는 표현을 썼었는데, 정말 국가밥 먹는 이는 대체 누구고, 정말 양심 없는 이는 누구인 걸까요? 오늘 질문의 대답으로 북한에서 살까기를 하는 사람, 지도자 동지 외에 청취자 여러분 주변에 혹시 더 있으신가요?

지금까지 서울에서 탈북민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출연 조미영, 에디터 이예진, 웹팀 최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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