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 살고 있는 20대 여자입니다. 저는 공포영화를 많이 무서워하는 편이긴 한데요. 그래도 여름에는 무서운 걸 참아가며 공포물 영화나 드라마를 보게 되더라고요. 어디서 보니까 실제로 무서운 걸 보면 몸의 체온이 좀 떨어져서 덜 덥게 느껴진다고도 하던데, 북한에 도 여름에 공포영화 보면서 더위를 달래는 그런 비슷한 문화가 있나요?”
(음악 up & down)
이곳 한국에선 더위를 식히는 방법이 여러가집니다. 차가운 음료나 에스키모(하드 아이스크림)를 먹기도 하고, 누군가는 또 이열치열이라며 아주 뜨끈뜨끈한 국물 한 사발로 땀을 쭉 빼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집에서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랭풍기를 틀어놓고 쇼파에 누워 공포영화나 드라마를 보기도 합니다.
'여름에는 역시 으스스한 귀신 영화가 최고야' 하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무서우면 한기를 느껴서 인지, 무더운 여름에는 어김없이 새로운 귀신영화나 공포영화가 나오고 또 일명 '납량특집’이라고 해서 오락방송에까지 귀신이야기가 등장하는데요. 확실히 한국의 무더운 밤엔 무서운 이야기가 숨죽이고 듣게 되는 흥미로운 소재가 되는 듯 합니다.
한국의 영상물들이 북한으로 많이 들어가고 있어 아마 한국 공포영화를 보신 분들이 계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론 하지원 주연의 '폰'이나 임수정, 문근영 주연의 '장화홍련'도 벌벌 떨며 끝까지 다 봤던 기억이 납니다.
귀신영화에선 극의 이야기나 영상미, 음악과 효과음, 연출 등 많은 영화의 장치들이 사람들의 집중도와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데요. 그렇게 영화에 집중하다 보면 정말 어느새 온몸이 서늘해지고 닭살이 돋아나고 정말 덥다는 생각조차 잊게 되는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엔 오래전부터 여름철 무더위를 책임질 전통적인 귀신이야기들이 존재했는데요. '남자를 홀려 잡아먹는 꼬리 아홉 달린 여우 구미호나 머리를 풀어헤친 채 소복을 입고 여기저기서 나타나는 처녀귀신은 한국에서 아주 전통적인 귀신이라고 할 수 있죠. 그리고 다른 나라에도 각각의 형태의 귀신들이 존재하는데요. 중국엔 두 팔을 앞으로 펼치고 콩콩 뛰어다니는 강시, 그리고 유럽엔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다는 흡혈귀, 그러니까 뱀파이어가 있죠.
하지만 어떤 귀신도 맘 편히 발붙일 수 없는 곳이 아마 북한이 아닐까 싶은데요. 북한은 모든 형태의 영적인 것들을 미신으로 규정하고 사람들의 사상을 좀먹는 아편같은 것이라며 오랫동안 세뇌와 선전을 이어오고 있는데요. 영적이고 종교적인 믿음과 행위 역시 철저히 탄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질문자 분에게 대답을 드리면 제가 기억하는 한, '북한에는 귀신영화가 없다!'입니다. 북한에선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 객관적으로 증빙될 수 없는 이야기는 모두 한낱 거짓말 영화, 거짓말 이야기로 치부됩니다.
귀신 영화나 드라마가 어떤 하나의 이야기, 소재를 가져와 거기에 상상력을 가미해 작품을 완성한다고 본다면, 현실이 이미 공포이고 두려움인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오히려 그런 영화들이 그다지 큰 공포로 안 느껴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올해도 한국에선 지난달부터 '악귀'라는 제목의 귀신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방영되며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데요. 현실에서 있었던 일들을 소재로 귀신이야기에 접목해 상상력을 더한 드라마는 한켠으론 이 무더위를 날려주는 오락의 영역으로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공포는 오로지 ‘영화에서나 보는 오락 소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며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인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김상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