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대동강 맥주가 한국 맥주보다 맛이 더 좋은가요?

평양 대동강맥주축전 모습.
평양 대동강맥주축전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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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대구에 살고 있는 40대 남자입니다. 저는 원래도 맥주를 좋아하는 편인데, 요즘 같이 푹푹 찌는 날엔 정말 맥주 생각이 간절합니다. 일 끝나고 한 잔 하면 바로 그냥 온몸이 시원해지거든요. 맥주 애호가로서, 북한 맥주 중에 대동강 맥주를 아직 못 먹어봐서 아쉬운데요. 몇 년 전부터 논란 아닌 논란이 있었던 것처럼 대동강 맥주가 정말 한국의 맥주보다 더 맛이 좋은가요?”

(음악 up & down)

이런 날씨엔 그저 차가운 거, 시원한 거 그런 것만 계속 찾게 되죠. 특히 말씀하신 대로 일 끝나고 집에 들어가서 찬 물로 목욕 싹 하고, 랭풍기 바람 시원하게 나오는 전실 쇼파에 앉아 갓 랭동기에서 꺼낸 시원한 맥주 한 잔 쭈욱~ 들이키면 뭐,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싶은 마음이죠.

그래서 여름엔 시원하게 마실 수 있는 맥주 소비가 더 많아진다고 합니다. 한국엔 맥주 종류가 굉장히 많은데요. 한국에서 생산되는 카스, 테라, OB, 하이트 등 대기업에서 만든 맥주가 대중적으로 인기가 가장 많고요. 또 최근에는 소규모의 회사들이나 지역별로 생산되고 판매되는 맥주만 수십 종류가 됩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은 자유무역체제잖아요. 외국과 거래를 하는 기업들이 들여온 세계 여러 나라의 수입 맥주들도 많은데요. 맥주 하면 가장 유명한 독일부터 일본, 벨기에, 중국, 윁남, 네덜란드 등 마음만 먹으면 거의 모든 나라의 맥주를 꼭 그 나라에 가지 않고도 한국 내에서 맛볼 수 있습니다. 십여 년 전부턴 수제 맥주 열풍도 불면서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들어진 맥주가 아닌, 각 술집들에서 자체적으로 제조한 수제 맥주가 만들어져 미식가들, 또 맥주 애호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죠.

그런데 한국인들은 이렇게 전 세계 다양한 맥주를 즐기면서도 정작 가장 가까운 곳 북한에서 제조한 맥주는 먹어보기 어렵습니다. 한국에서 '북한의 대동강 맥주가 그렇게 맛이 좋다더라' 라는 이야기가 언젠가부터 퍼지기 시작했는데요. 그 근원지는 10년 전 영국의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대동강 맥주보다 맛없는 한국 맥주’라는 글 때문이었습니다. 한국 맥주는 맥아 함량이 낮고 강냉이나 쌀을 사용해 맛이 떨어진다는 내용이었는데요. 발효법 등 방식의 차이를 무시했다며 업계의 논란까지 일었죠.

대동강 맥주는 고 김정일 위원장이 2001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발티카 맥주 공장을 시찰한 뒤 “우리도 세계 최고급 맥주를 만들라”고 지시하면서 각별한 관심과 지원으로 2002년 4월에 첫 생산됐다고 하죠. 북한에선 '말씀'이 내려간 생산에 대해선 모든 것이 우선 배정되기 때문에 맥주를 만드는데 필요한 홉도 최우선적으로 배정하고 빠르게 수송을 하는 등 강력한 지원을 받았는데요. 그렇게 대동강 맥주는 초반 병입기술 부족으로 맛의 편차가 발생하는 등의 문제도 빠르게 해결했고, 현재는 연간 5만㎘를 생산해 평양시내 200여 곳의 맥주집에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 한국에 온 탈북민들에게 '대동강 맥주가 한국 맥주보다 맛이 좋은가?'라고 질문하면 대답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북한 사람이라고 해서 북한에서 생산되는 걸 다 맛볼 수 없거든요. 한국하고는 다릅니다. 시장의 요구에 의해 만들어지고 전국으로 유통되고 판매되는 한국과 달리, 북한은 계획량만큼 만들어지고, 또 생산품도 이미 지정된 곳으로만 공급이 나가기 때문입니다. 대동강 맥주가 지방에 있는 인민들에게까지 보내주라는 '지도자의 말씀'이 없는 한, 지방으로 오는 량은 모두 몰래 빼돌린 것들일 뿐이죠.

그리고 또 한 가지, '한국 맥주보다 정말 맛이 더 나은가?'라고 물어보셨는데, 이 질문에 대한 답도 현재 한국에서 살고 있는 탈북민들에게 질문하면 신뢰도가 어쩌면 살짝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사실 먹는 것과 관련해서는 여기 한국에 온 이후 기억의 오류가 좀 많이 일어나는 편이거든요. 뭐든 넘쳐나는 한국에선 이제 웬만해선 북한에서 먹어보고 느꼈던 그 맛의 감동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아마 오늘 질문엔 혁명의 수도 평양에 사는 간부 동지들이 가장 잘 대답할 것 같기도 하네요. 대동강 맥주뿐 아니라, 온갖 외국산 맥주와 술을 즐기면서 그야말로 특권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 말입니다. 질문에 답이 됐길 바라며 여기서 마무리할게요.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인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