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질문있어요] 해외에서 유행 중인 김밥, 북한에서도 먹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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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 살고 있는 40대 여자입니다. 저는 평소에 김밥을 엄청 좋아해요. 그리고 김을 너무 좋아해서, 늘 쟁여 두고 먹는 편인데, 얼마 전에 탈북민이 얘기하는 영상을 보니까, 북한에선 김밥을 딱 한번인가 먹었다고 하더라고요. 북한에선 김밥이 자주 먹는 음식이 아닌가요? 김이 정말 그렇게 귀한 건가요? ”

(음악 up & down)

몇 주 전 어린이들의 소풍에 대해 말하면서도 도시락 얘기가 잠깐 나왔었는데, 김밥은 도시락용으로도 아이들에게 정말 인기이고, 어린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간단한 요기로, 맛있는 한끼 식사로도 정말 많이 찾는 한국인의 소울 푸드, 영혼의 안식이 되는 음식이라고들 말합니다.

하지만 탈북민에게 김밥은 좀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이 분명 있습니다. 특히 지금도 이상하게 느껴지는 대화 중 하나가 바로 이겁니다. '밥 먹었어?' '응 먹었지, 김밥 한 줄 대충' '아구.. 왜 김밥이야~ 뭐 좀 잘 챙겨 먹지...' 혹시 여러분들도 뭔가 이상하단 느낌을 받으셨어요?

한국에서 김밥은 편하고, 간단하고, 대충 끼니를 때워야 할 때 먹는 음식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시간에 쫓기거나, 바쁜 사람들이 편의점 같은 곳에서 김밥 한 줄 사서 일하면서, 이동하면서 먹기도 하죠. 그래서 누군가 김밥으로 끼니를 때웠다고 하면, 듣는 사람은 식사를 제대로 못했다고 생각해서 걱정해주게 됩니다. 바로 그런 대화인 거죠.

북한에서 김밥이 자주 먹는 음식이 아닌 거냐고 물으셨는데, 네. 아니에요. 북한엔 김이 정말 귀해요. 일단 북한 내에서는 황해도 서해안 딱 한 군데에서만 나기 때문에 북한산 김은 정말 귀하고, 요즘은 중국을 통해 중국산 김이 들어오면서 김 가격이 좀 낮아진 부분이 있긴 하나, 여전히 식량이 귀한 북한에선 돈이 있으면 최대한 쌀을 사는데 보태다 보니, 일상적으로 김을 사먹지는 않게 된다는 거죠. 그리고 김밥도 여기 한국의 김밥하곤 조금 다른데요. 일단 북한에선 김밥을 만들 때 김을 두 장씩 사용하는데, 이건 김이 달라서입니다.

한국에선 김밥용 김이 따로 나오잖아요. 아주 검은 색 종이 마냥 매끈하고 네모반듯하게 생겼죠. 북한의 김도 네모난 모양은 같지만, 김밥용 김으로 따로 나온 건 아닙니다. 김을 얋게 펴서 말리는 과정에서 중간중간 구멍이 크게 나있다 보니 한 장만 사용해서 밥을 말면 밥이 다 튀어나올 수가 있기 때문에 적어도 두 장은 겹쳐서 김밥을 만들게 됩니다. 그래도 늘 옆구리가 툭 터져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속 재료도 좀 다른데요. 요즘 한국에선 김밥에 밥은 적게 넣고, 속을 많이 넣어서 만들더라고요. 가끔은 속을 너무 많이 넣어서 김밥 하나가 어찌나 큰 지 한 입에 들어가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요. 고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홍당무나 버섯 등 남새 위주로 돼 있는 김밥도 있고, 고기파들을 위해 소고기나 돼지고기 등으로 꽉꽉 채운 고기김밥도 있고요. 저 개인적으론 요즘 묵은지를 참기름에 살짝 볶아서 넣은 묵은지 김밥도 정말 맛있더라고요.

하지만 북한식 김밥은 속보단 쌀입니다. 밥이 꽤 많이 들어가고, 속에는 소금에 살짝 절여둔 오이나 계란, 그리고 양념한 오가리 등 정도가 기본재료로 들어갔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말 잘 사는 집에선 까나리(작은 멸치)를 넣는 경우도 있긴 했죠. 근데, 이렇게만 들으면 북한 김밥은 속이 너무 없어 맨밥 먹는 것 마냥 슴슴하고 맛없게 느껴지시겠지만, 사실은 이렇게 말아서 자른 다음 김밥 위에 양념장을 예쁘게 똑똑 찍어 올려 완성되는데요. 사실 일년에 한두 번 맛보는 그 김밥이다 보니 지금 한국에서 먹는 어떤 고급 김밥보다도 맛있었습니다.

최근에 방송 보도를 보니까, 한국의 한 식품업체에서 수출하는 랭동김밥이 미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영하 50도 정도에서 순식간에 꽝꽝 얼린 다음 랭동식품으로 수출하는 건데요. 집집마다 있는, 음식을 따뜻하게 데워 먹는 전자레인지를 이용해 간편하게 먹을 수 있어서 아주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한국 음식은 자연에서 나는 남새를 활용하고 주로 삶거나 찌거나 발효시키거나 하는 음식들이 많아서 신선하고 건강에 좋은 건강식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 멀리 미국에까지 수출되는 한국의 랭동김밥, 북한으로도 들어갈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하는 생각하며 이시간 마치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