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1) 여행을 떠나요!

서울-윤하정 xallsl@rfa.org
2015-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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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탄신일인 지난 25일 때이른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나들이객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석가탄신일인 지난 25일 때이른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나들이객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남북, 그리고 해외 청년이 함께 하는 청.춘.만.세

강남 : 안녕하세요, 김강남이라고 합니다. 2010년도에 탈북해서 대한민국에서는 지금 5년이 됐네요. 저 탈북자입니다. 약자의 편에 서는 경찰이 되고 싶어서 경찰행정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고요.

알렉스 : 저는 알렉스라고 하고, 영국에서 왔습니다. 27살이고, 대학원에서 한국학을 공부하고 있어요. 고향에서 한국의 영화나 음악을 많이 접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생겼는데, 한국에 와서 북한에 대한 관심도 생겨서 방송에 나오게 됐어요.

예은 :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예은이고요. 출연자 중에 여자가 저 혼자라서 기쁘네요. 저는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있고요. 러시아가 앞으로 통일에 있어 필요한 국가이기도 하고, 지지를 해줄 국가라고도 생각해서 러시아어를 통해서 남북통일에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진행자 : 그리고 저는 이 청춘들과 함께 하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insert. 한국관광공사 봄 관광주간 CF

부장 : 자네야? 겁도 없이 봄에 휴가 신청한 사람이? 실적 팍팍 떨어진다는 말 안 들려?

직원 : 부장님, 이 좋은 날 여행을 가야죠!

부장 : 이 좋은 날 일을 해야지!

직원 : 봄에 여행가라고 봄 관광주간이 생겼다니까요.

부장 : 그때가면 돈이 나와, 밥이 나와.

직원 : 할인 혜택 많아서 부담도 적고, 볼거리 많아서 추억도 많아집니다.

부장 : 그래?

직원 : 부장님, 여행은 봄에 가는 겁니다.

부장 : 언젠데?

내레이션 : 떠나세요. 인생 가장 빛나는 시간은 봄에 있습니다.

내레이션 : 봄에 여행 떠나라는 재밌는 광고였는데요. 5월 1일부터 14일은 남한 정부기관이 정한 관광주간입니다.

날씨도 좋고 공휴일도 많은 5월에 여행을 활성화해서 지역 경제도 함께 일으켜보자는 건데요. 실제로 5월 1일이 근로자의 날이라서 쉬는 직장이 있고, 5일은 어린이날, 또 지난 25일은 석가탄신일 휴일이라서 전국 곳곳은 물론이고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나들이 인파로 남한은 명절 이후 또 한 번의 민족 대이동이 있었습니다. 춥지도, 아주 덥지도 않은 5월은 세계적으로 여행하기에 참 좋은 시기인데요. 이때부터 휴가철인 8월까지 세계의 여행객들이 곳곳을 누비게 됩니다. 남북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김강남, 강예은 씨, 그리고 영국에서 온 알렉스 잭슨 씨도 여행이라면 할 얘기가 많다고 하는데요. 청춘들의 여행이야기, 지금부터 들어보실까요?

진행자 : 요즘 날씨가 좋아서 남한 국내여행은 물론이고 해외여행도 많이 한다는데, 여러분은 5월을 어떻게 보내고 계세요?

예은 : 저는 최근에 가족들과 공평항(경기도 화성시)이라고 저희 집 근처 항구에 다녀왔어요. 가족들과 바다도 보고, 회도 먹고 잘 놀다 왔어요.

알렉스 : 여행은 많이 가는데, 5월이라서 특별히 가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쉬는 날이 있으면 여행은 많이 가죠. 이번에는 남이섬이라는 곳에 다녀왔는데, 경기도에 있는 자연이 아주 아름다운 섬이에요.

진행자 : 드라마 촬영도 했던 곳이라서 특히 일본 관광객들이 많이 와서 드라마 촬영 현장을 둘러보곤 하죠.

예은 : 남이섬은 연인들 여행지로 굉장히 유명해요(웃음). 저는 아직 한 번도 안 가봤어요.

알렉스 : 그런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평일에 갈 수 있으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강남 : 저도 남이섬에는 가봤는데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낭만적이지는 않더라고요. 알렉스가 말한 것처럼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진행자 : 남한은 사계절이 있잖아요. 그래서 너무 춥거나 더울 때는 여행을 자제하는 편이고, 휴가가 있지만 사실상 직장인들의 경우 평일에 휴가를 내는 게 쉬운 편은 아니라서 공휴일에 여행을 가다 보니까 사람들이 관광지에 한꺼번에 몰리는 현상은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왜 이렇게 사람들이 여행을 좋아할까요? 가면 복잡하고, 사람 많고, 돈 많이 쓰고 그러는데.

강남 : 여유가 있어서 그런 거 아닐까요? 제가 북한에서 와서 이렇게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북한에서는 여행을 사치라고 생각해요. 여행의 ‘여’자로 모릅니다. 거의 꿈도 못 꾸는 거죠. 여행할 돈도 없고. 그래서 장사로 다니는데, 그것도 증명서를 안 주니까 거의 불법으로. 장사 다니면서 ‘아, 청진 와봤다! 김천 와봤다!’ 그냥 이 정도지, 뭘 즐기고 이런 건 말도 안 돼요.

진행자 : 그렇다면 강남 씨는 북한에서 이렇다 할 여행을 가본 적이 없는 건가요?

강남 : 평양에서 가봤습니다. 지방 사람들은 꿈도 못 꾸는 일인데, 평양은 같은 북한인데도 다른 배경 속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돼요. 평양은 사회주의 체제가 그런대로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도시라서 거의 배급이 다 나오고, 사람들이 살기 바빠서 탈탈거리는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어요. 아주 여유로웠어요. 평양에서 만경대 유역에서 놀이기구와 동물원, 혁명 사적지를 봤던 게 아마 남한의 여행이 아니었을까.

진행자 : 그러니까 지역을 이동해서 여행한 건 아니네요?

강남 : 그렇죠, 일단 이동의 자유가 없으니까. 내가 돈을 벌기 위해서는 이동할 결심을 내리지만 여행하기 위해서는 절대로 안 떠나요. 안 떠나는 게 아니라 못 떠나요. 도와 도의 경계를 넘는 목적이 여행이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해서 장사를 다니는 거죠.

진행자 : 그럼 남한에서는 여행을 떠나봤어요?

강남 : 저는 남한에서 해외여행도 떠나봤고, 국내여행도 했습니다. 국토대장정도 나름의 여행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진행자 : 그렇죠, 걸으면서 전국을 돌아보는 거죠.

강남 : 내가 많이 좋아졌다, 남한에 온 것을 감사하고 행복하게 생각했죠. 그렇게 고생을 사서 하는 게 너무 신기하고 재밌더라고요.

예은 : 강남 씨 말 대로 남한 사람들이 소득수준이 높아져서 휴가나 그럴 때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까지도 여행에 관심을 많이 갖는 것 같아요. 좀 여유로워져서.

진행자 : 여유가 가장 중요한 거군요(웃음).

강남 : 여유가 없으면, 먹고 살기 힘들면 여행의 ‘여’자로 몰라요. 저는 남한에서 여행이라는 단어가 진짜 존재한다는 걸 알았어요. 북한에서도 여행이라는 단어는 알았어요. 하지만 그 단어가 어떻게 사용되는지는 몰랐어요.

진행자 : 그러니까 여행을 실행하는 사람은 없었던 거군요.

강남 : 그렇죠.

진행자 : 예은 씨 말처럼 제가 어렸을 때 봤던 드라마만 해도 남한에서도 신혼여행을 갈 때 정말 잘 가야 제주도고, 아니면 인근의 온천들을 갔었는데, 요즘은 너도나도 해외여행을 가는 것 같긴 해요.

예은 : 심지어 저희 동생은 수학여행으로 중국을 가더라고요. 그래서 놀랐어요. 저희 때는 제주도나 경주, 이런 역사적인 도시에 갔었는데, 동생은 해외로 가더라고요.

진행자 : 남한에서는 수학여행이라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때 한 번씩 단체로 여행을 가거든요.

강남 : 북한에 수학여행과 비슷한 게 있는데요. 등산이 비슷하지 않나 싶어요. 북한에서의 등산은 맛있는 걸 싸서 하루 산에 가서 게임하다 내려오는 거예요.

진행자 : 남한에서는 소풍이라고 하죠.

강남 : 그런 단어가 다르게 사용된다는 걸 남한에 와서 알았어요. 북한에서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렇게 1년에 4번 정도 등산을 가는데 생활이 안 좋아지면서 부모들이 항의를 해서 한두 번 가는 학교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전날이면 애들이 무척 들떠 있어요. 엄마들은 도시락, 북한에서는 벤또라고 하는데 도시락을 싸고, 명절 같아요. 그게 아마 남한의 수학여행과 비슷하지 않을까.

진행자 : 남한에서는 소풍이라고 해요. 아침에 출발해서 저녁에 돌아오는 거죠. 봄, 가을 이렇게 두 차례 있고요. 수학여행은 1박2일, 2박3일로 다른 지역으로 갑니다.

강남 : 왠지 북한에서는 그게 여행 같았어요. 걸어서, 그런데 그냥 걸어가지도 않아요. 군사훈련을 하면서 걸었어요.

예은 : 어머(웃음)!

강남 : 포탄이 떨어졌을 때 어떻게 숨어야 하고, 그렇게 걸었어요.

진행자 : 남한에서는 춤추고 노래하고, 보물찾기 하고.

그런데 남한에서도 세대차이가 느껴질 정도로 과거의 여행과 지금 젊은 친구들이 하는 여행은 많이 달라졌어요. 우리한테는 아직까지도 여행이 뭔가 특별한 거지만 알렉스가 봤을 때 여행은 굉장히 자연스럽죠?

예은 : 지금도 여행 와있는 거 아니에요(웃음)?

진행자 : 그렇네요.

알렉스 : 여행은 많이 가요. 남한에서는 그냥 버스타고 무척 싸게 잘 수 있는 숙박시설도 있고. 찜질방 같은 것도, 북한에서는 사우나라고 하죠. 거기에 돈을 조금 내고 자고, 구경하고 이런 건 한 달에 한두 번씩 하고 있어요.

진행자 : 알렉스는 처음 여행했을 때가 몇 살이었던 것 같아요? 기억하기에?

알렉스 : 국내여행은 태어났을 때부터 계속 했는데, 처음에 외국 갔을 때는 초등학교 때 부모님과 그리스에 갔어요. 여행이 얼마나 재밌는지 알게 돼서 그때부터 계속 여행하고 싶고. 저는 가고 싶지 않은 나라는 없어요. 다 가보고 싶어요.

진행자 : 몇 개 나라나 여행을 해본 것 같아요? 몇 개 도시?

알렉스 : 아마 20개 나라 정도? 도시는 모르겠어요. 많이많이 갔어요.

진행자 : 유럽은 특히나 대륙으로 이어져 있고, 따로 여권을 검사하지도 않으니까 학생들도 자동차 운전하면서 방학 때면 여행을 많이 하더라고요. 사실 우리는 중고등학생이 여행 간다고 하면 부모님이 위험하다고도 하는데, 유럽에 있는 사람들은 많이 다니죠?

알렉스 : 그렇죠. 저는 부모님 없이 친구랑 처음 여행했을 때가 중학교 1학년 때 한 달쯤 스페인에 갔어요. 13살 때. 그때 친구 형이 책임져서 괜찮았어요.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어서 아주 좋았어요.

예은 : 대단하다!

진행자 : 그러니까요. 그렇게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다니니까 여행에 대한 특별한 거부감도 없고 낯선 것도 없는 것 같아요.

알렉스 : 네, 여행하면서 가본 적이 없는 곳에 가면 무서울 때도 있지만 그 무서운 느낌도 재미의 하나라고 생각해요. 그런 걸 즐기며 다니는 게 좋아요.

진행자 : 가서 뭘 하는데요?

알렉스 : 언어가 잘 통하지 않아도 사람들과 얘기하는 거 좋아해요. 같이 밥을 먹을 수 있으면 밥도 먹고, 많이 구경하고.

예은 : 그런데 여행 다니면 세계의 각지를 다닌 거잖아요? 그러면 거기서 사람들도 많이 만나서 친구도 무척 많을 것 같아요.

알렉스 : 네, 외국에서 만난 친구들이 다 인터넷에서 연결되고, 가끔 연락도 하니까.

예은 : 좋겠다, 다음에 또 놀러 가면 그 친구와 놀 수 있잖아요.

진행자 : 예은 씨가 기억하는 첫 번째 해외여행은 언제예요?

예은 : 저는 태국에 갔었어요, 초등학교 6학년 때. 교회에서 하는 선교프로그램으로 태국에 갔다 캄보디아로 넘어가서 거기서 봉사활동 하고 선교하고 그랬어요.

진행자 : 선교를 하기 위해서 해외에 나간 거네요.

진행자 : 그럼 강남 씨는?

강남 : 저는 제일 첫 번째 해외여행이 일본이었는데 모든 게 신기했어요. 남한도 신기한데 해외까지 나가다 보니까. 두 번째 여행지는 스리랑카였는데...

28살 같은 나이지만,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여행을 접한 알렉스와 남한에 와서야 여행을 알게 된 강남 씨는 여행에 대한 생각도, 여행하는 방식도 다를 수밖에 없겠죠. 또 남한에서 여행이라는 문화를 누리며 살기 시작한 세대에게서 태어나 자란 예은 씨 역시 이들과는 다른 여행 방식이 있을 것 같은데요. 청춘들이니 여행에 대한 호기심도 세계로 뻗어나갑니다. 다음 시간에는 세 청춘의 해외여행 이야기 들어볼까요? <청춘만세>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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