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1) 메리 크리스마스

서울-윤하정 xallsl@rfa.org
201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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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오후 서울 명동거리가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오후 서울 명동거리가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남북, 그리고 해외 청년이 함께 하는 청.춘.만.세

강남 : 안녕하세요. 섹시한 남자 김강남입니다. 북한에서 왔고요, 저의 꿈은 경찰청장입니다. 대학에서 경찰행정학과에 재학 중입니다. 여러분 만나서 반갑습니다.

예은 : 안녕하세요. 저는 평범한 남한 대학생 강예은입니다. 남한 청년이 소소하게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함께 이야기를 나눠봤으면 좋겠어요. 반갑습니다.

클레이튼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미국 켄터키 주에서 온 촌놈 클레이튼이라고 합니다. 한국에 거주한 지 5년 됐는데 몇 주 전에 대학원 졸업하고, 지금은 월급의 노예 다 됐습니다. 반갑습니다.

진행자 : 그리고 저는 이 청춘들과 함께 하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Insert.

진행자 : 메리 크리스마스! 성탄절에 케이크가 빠질 수 없겠죠?

예은 : 네, 사진 찍어야겠다.

강남 : 우리 같이 찍어요. 하나, 둘, 셋!

진행자 : 자, 촛불을 부시고. 즐거운 성탄절 보내세요!

다함께 : 메리 크리스마스(웃음)!

내레이션 : 12월 25일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일입니다. 크리스마스, 그러니까 성탄절로 기념하고 있는데요. 기독교 국가는 물론이고, 종교를 떠나 전 세계 곳곳에서 축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남한도 예외는 아닌데요. 25일이 공휴일인 데다 연말 분위기까지 더해져서 한껏 들떠 있는 모습입니다. 남북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김강남, 강예은, 그리고 미국에서 온 클레이튼 윌리그 군과 함께 하는 <청춘만세>. 각각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살아온 세 명의 청춘들은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낼까요? 또 남한의 크리스마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지금부터 들어보시죠.

진행자 : 안녕하세요. 저희가 방송 시작하기 전에 케이크와 함께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좀 내봤습니다(웃음). 요즘 길거리 등에서는 크리스마스 분위기 많이 나죠?

예은 : 네, 가게나 백화점, 아파트 단지에도 트리 장식이 돼 있어요.

강남 : 트리 장식이라는 게 나무에 불 들어오고, 꾸며 놓은 거 말하는 건가요?

예은 : 네, 그리고 캐럴도 많이 틀어주고요.

진행자 : 크리스마스 노래죠. 아무래도 12월이 되면 연말이기도 하고, 성탄절 즈음이 되면 이런 분위기가 잘 조성이 되는데.

일단 크리스마스, 지난번에 강남 군이 가장 할 말이 없는 주제라고 했잖아요. 아마도 크리스마스, 성탄절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클레이튼일 것 같아요.

클레이튼 : 네, 미국인이니까요. 미국에서는 생일만큼 큰 기대감 갖는 날이 크리스마스입니다. 왜냐면 선물 받을 수 있으니까, 특히 젊은 사람들이 많이 기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 남한에서도 지금은 크리스마스가 어린이들에게 선물 주는, 연인들 사이에서도 선물 교환하는 축제 같은 분위기이기는 한데, 사실 크리스마스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일이죠.

클레이튼 : 원래 그렇게 시작했지만, 요즘은 가족들과 시간 보내고 친척들, 친구들에게 선물 주는 그런 의미 갖고 있습니다.

진행자 : 미국은 국가적으로 대부분이 기독교 신자죠.

클레이튼 : 네, 지금 거의 50%입니다.

진행자 : 미국에서는, 유럽의 많은 국가들도 마찬가지고 크리스마스가 남북한의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이죠? 보통 2주 정도 쉬지 않나요?

클레이튼 : 네, 보통 학교에서는 2~3주 쉬고, 일하는 사람들도 크리스마스 전날에는 오전만 근무하고 일찍 퇴근할 수 있고요.

예은 : 남한에는 크리스마스 이외에도 석가탄신일이 있잖아요. 크리스마스가 예수님의 탄생을 기린다면 석가탄신일은 부처님의 탄생을 기리는 날로 하루씩 공평하게 공휴일로 지정돼 있는데, 혹시 북한에도 종교 기념일이 있나요?

강남 : 그런 거 없어요. 저는 남한에서 산 지 5년 돼서 크리스마스나 석가탄신일을 다 이해하지만 이 방송을 처음 듣는 분들은 아마 당황할 거예요. 북한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하려면 노래를 불러야 해요. ‘땅땅땅 땅땅땅(징글벨)’ 이 노래는 사람들이 알아요.

예은 : ‘징글벨’을 어떻게 알아요?

진행자 : 제가 듣기로는 북한에 유명한 영화가 있었는데, 거기에 미군이 등장한대요. 그 미군이 크리스마스에 이 노래를 들어서 안다고 하더라고요.

강남 : 네, 이 노래는 알아요. 남한에서 와서야 크리스마스라는 말은 알았고요. 여기 와서 그걸 결합한 거죠. 이게 크리스마스 노래였구나!

진행자 : 제가 여기 오기 전에 백화점에 들렀는데, 사람들이 크리스마스에 무언가 선물하려고 그러는지 너무 많은 거예요. 미국은 절반 이상이 기독교 신자라고 했지만, 남한은 천주교와 개신교를 합쳐서 30% 정도라고 하거든요. 그런데 크리스마스라고 해서 이렇게까지 들썩이는 모습을 보면 좀 의외라는 생각도 들어요. 특히 북한에서 온 강남 군이나 미국에서 온 클레이튼 모두 남한의 크리스마스를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합니다.

클레이튼 :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무척 충격 받았습니다. 미국에서 크리스마스에는 모두 가게 문을 닫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데, 한국은 사람들이 주말이나 쉬는 날처럼 나와서 밥 먹고 영화보고, 데이트하는 사람들도 많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충격 받았습니다.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에 길거리에서 사람을 거의 못 봅니다.

강남 : 저는 남한에 처음 왔을 때 크리스마스를 크게 쇠기에 두 가지를 생각했어요. 일단 명절 같지는 않았어요. 북한에서는 몰랐는데 남한에서 갑자기 명절이라고 하니까 느낌이 없는 거예요. 또 다른 한 가지는 거리가 무척 화려해지는데, 그게 다 전기로, 밤에 야간조명을 밝히더라고요. 정말 대낮처럼 환해요. 그걸 보면서 ‘아, 이 전기를 북한에 갖다 줬으면 좋겠다. 전기가 없어서 캄캄한 곳에서 지내는 사람들이 많은데, 남한에서는 이 명절을 이렇게 즐기는구나. 이 불을 이렇게 소비하지 말고 북한에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진행자 : 번화가뿐만 아니라 아까 예은 씨도 말했지만 아파트 단지 입구에도 야간 조명을 다 해놓거든요.

예은 : 심지어 집에서도 트리를 많이 해놔요. 저희 집도 매년 12월 25일 즈음이 되면 트리를 창고에서 꺼내서 장식하고, 1월까지는 놔두거든요.

그런데 크리스마스는 사실 서양에서 온 날이잖아요. 한국에서 크리스마스는 명절이라기보다는 기념일처럼 행해지고 있어요. 그래서 클레이튼 씨가 말한 것처럼 길거리에 사람들이 나와서 데이트를 즐기거나 가족들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데이트 상대가 없으면 미국에서 유명했던 ‘나 홀로 집에’라는 영화를 혼자 보겠다는 사람들이 있어요(웃음).

진행자 : 클레이튼도 말했지만 유럽의 많은 국가에서는 심지어 버스도 잘 안 다녀요. 가게도 문을 다 닫고. 그런데 남한에서는 반대로 공연이나 영화 같은 것들이 크리스마스를 겨냥해서 더 많이 만들어지죠. 식당에서도 크리스마스 특별 메뉴들도 있고. 어떻게 보면 남한에서는 크리스마스가 상업적으로 굉장히 활성화되는 날이죠.

여러분은 크리스마스에 어떻게 보냅니까?

강남 : 저는 5년이 된 지금도 이날을 어떻게 즐겨야 한다는 뚜렷한 생각이 없어요. 제가 사회적인 변화에 늦게 적응하는지 모르겠지만.

진행자 : 주변 친구들이 불러내거나 여자 친구가 뭘 하자고 하지 않나요?

강남 : 그러면 나가는데, 와 닿지는 않아요. 아직 해보지는 않았는데, 스키 타러 가보고는 싶어요.

클레이튼 : 저는 그냥 집에서 하루 종일 영화 보기로 했습니다(웃음). 아직 여자 친구 없는데, 그날 데이트하는 사람 많을 테니까 그런 모습 보기 싫어서 하루 종일 집에 있기로 했습니다.

진행자 : 그러고 보니 남한에서는 추석이나 설은 가족과 보내고, 크리스마스는 친구나 연인과 보내네요.

클레이튼 : 그래서 집에서 안 나오기로 했습니다.

진행자 : 예전에 여자 친구 있을 때는 뭐 했어요?

클레이튼 : 여자 친구와 보냈죠. 밥 같이 먹고, 선물 주고.

진행자 :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에 특별히 만드는 요리가 있지 않나요?

클레이튼 : 미국 사람들은 칠면조를 엄청 많이 먹습니다.

예은 : 크리스마스를 한국어로 바꾸면 성탄절이잖아요. 저는 성탄의 의미를 제대로 보내고 있어요. 교회에서 24일 전야제를 해요. 여러 가지 축제 형식으로 발표회를 하거든요. 24일은 그렇게 교회에서 보내고, 25일 낮에도 교회에서 예배를 드릴 거예요.

진행자 : 어렸을 때는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냈어요?

예은 : 어렸을 때도 교회에 갔고,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냈죠. 아니면 친구들과 파티를 하거나.

진행자 : 저도 천주교 신자라서 어렸을 때부터 크리스마스에는 성당에 가고, 항상 엄마, 아빠가 선물을 주시고. 유치원이나 학교에서도 선물을 주고. 친구들끼리도 선물을 주고받잖아요.

어렸을 때 성탄절에 받았던 선물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거 있어요? 저는 바비 인형.

예은 : 저도 인형이요. 제가 정말 갖고 싶었던 인어공주 인형을 꼭 달라고 기도했거든요. 그랬더니 사실 산타크로스는 아니지만 부모님이 그 기도를 듣고 사주셨어요. 그래서 저한테 제일 기억에 남는 선물이에요.

강남 : 저는 빠지겠습니다(웃음).

클레이튼 : 저는 고등학교 때 받았던 게임기. 게임기 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크리스마스에 제가 원하던 게임기를 받아서 기억에 남아요.

진행자 : 선물을 고대하면서 잠을 자면 깊게 잠들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저도 어렸을 때 그 바비 인형을 갖고 싶어서 살짝 잠이 들었다,

부모님이 놓고 가는 걸 보고 말았어요(웃음). 그런데 사실상 선물보다는 어렸을 때 내가 1년 동안 착한 일을 하고 간절히 바라면 뭔가 이루어진다는 게 어린이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키워주는 작용을 할 것 같아요.

사실 강남 군과 예은 양이 두 살 정도 밖에 차이가 안 나는데 크리스마스를 접하는 게 완전히 다르네요.

강남 : 저도 12월에 크리스마스와 비슷한 명절을 북한에서 보냈어요. 22일이 동짓날이잖아요. 북한에서는 동짓날을 무척 크게 생각해요. 한 해 농사나 한 해 일을 잘 마무리한다고.

진행자 : 팥죽 먹는 날이죠?

강남 : 맞아요.

진행자 : ‘예수님 생일에 왜, 남한의 종교도 아닌데 왜?’ 이런 생각을 할 테지만 사실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크리스마스를 기념하지 않을까 싶어요. 종교가 기독교가 아닐지라도.

강남 : 신기한 것 같아요.

진행자 : 그런 차원에서 보면 북한에서 크리스마스가 없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종교의 자유가 없다는 이유가 가장 크지 않을까요.

강남 : 일단 북한 사람들은 크리스마스가 어떤 날이라는 걸 알면 안 될 것 같아요.

북한에서는 종교를 몰라요. 기자님이 방금 ‘종교의 자유’라고 하셨는데, 자유가 뭔지도 몰라요. 종교가 뭔지도 모르고.

진행자 : 종교라는 개념 자체도 없죠?

강남 : 네, 없어요. 왜냐면 그 종교가 필요 없으니까요. 이른바 김일성 장군님을 좋아하는, 그것에서 만족하는 게 끝이에요.

진행자 : 왜 러시아에는 크리스마스가 있는데, 북한에는 없을까요? 클레이튼은 북한에서 가장 큰, 의미 있는 공휴일이 언제인줄 알아요?

클레이튼 : 김일성 생일 아닌가요? 4월 15일?

강남 : 와!

내레이션 : 전 세계인이 즐기는 크리스마스가 왜 북한에는 없을까요? 생각해 보신 적 있나요?

이 얘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가 보죠.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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