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중국] 설치 한달 만에 사라진 마오쩌둥 동상
2023.11.23
- 탄생 130주년을 맞아 마오쩌둥의 정치적 고향 후난성에 세워진 3미터 동상
- 1달만에 전격 철거, 배경과 의미는?
- 북한은 알곡 증산, 중국은 향촌 진흥
- 왜 중국은 농촌에 집중하는가
안녕하십니까. <오늘의 중국> 이 시간, 진행을 맡은 김명성입니다.
중국의 한 마을 주민들이 돈을 모아 세운 ‘마오쩌둥 동상’이 철거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오쩌둥 중국 초대 주석의 탄생 130주년을 맞아 후난성 창사의 한 마을 주민들이 세운 것인데요, 한 달 만에 철거됐습니다.
북한 전역에 3만 8000여 개의 김일성·김정일 동상과 모자이크 벽화를 세운 북한과 비교되는 대목입니다. 오늘의 첫 번째 소식은 중국의 마오쩌둥 동상 철거의 의미와 배경에 대한 얘기입니다.
지난 7일 홍콩 매체 성도 일보에 따르면 중국 후난성 창사시 왕청구의 마을 자치 조직인 촌민위원회는 모금을 통해 마오쩌둥 동상을 제작했습니다. 마오쩌둥 탄생 130주년을 맞아 지난 8월부터 제작에 들어간 동상은 약 2개월 만에 완성됐습니다. 완성된 3m짜리 동상은 중국 국경절인 10월 1일에 맞춰 제막식과 함께 공개됐고 현지 주민들은 동상 주변을 '위인광장'으로 명명하고 표지석도 세웠습니다.
동상이 세워진 창사 지역은 마오쩌둥이 혁명 활동을 시작해, 그의 ‘정치적 고향’으로 불리는 곳입니다. 그러나 동상이 세워진 지 한 달만인 이달 4일 동상은 갑자기 철거됐습니다.
철거 소식을 전한 한 인터넷 사용자는 “이달 2일께 마우쩌둥 동상을 철거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이틀 뒤 크레인차를 이끌고 온 일당이 끝내 동상을 가지고 달아났다”고 전했습니다. 동상이 위치해 있던 곳엔 현재 감시 카메라가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오쩌둥 동상 철거는 중국의 온라인상에서도 논쟁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일부 인터넷 이용자들은 지난 2018년 통과된 ‘영웅열사보호법’을 근거로 들며 마오쩌둥 동상 철거는 불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동상 제작을 위해 돈을 낸 후난성의 한 70대 여성은 “마을의 지도자도 기부에 참여했는데, 무엇이 문제여서 동상을 가져갔는지 전혀 모르겠다”며 분노했습니다. 동상 철거를 지시한 주체가 누구인지를 따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다른 한편에선 동상 철거에 찬성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동상을 세우려면 먼저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원한다고 모든 동상을 세울 수는 없다고 주장합니다.
마오쩌둥 동상이 철거된 일은 올해 8월 산둥성에서도 있었습니다. 산둥성 탄청현에는 4m 높이의 마오쩌둥 백옥 조각상이 들어섰는데, 제막식 전날 현지 지방정부가 ‘미승인’을 이유로 조각상을 몰수했다고 합니다. 실랑이 끝에 조각상은 한 민영기업 정원에 다시 세워졌지만, 당국은 공공장소에 놓아서는 안 된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또 지난 2016년 1월에도 중국 허난(河南)성 통쉬(通許)현에 만들어지던 높이 36m의 거대한 마오쩌둥(毛澤東) 동상은 ‘적절치 못하다’는 중국 내부의 비판에 직면하자 설치 이틀 만에 전격 철거된 바 있습니다. 중국 건국의 아버지 마오쩌둥은 많은 중국인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지나치게 화려한 동상을 세우는 것은 ‘우상화’ 작업을 하는 것으로 시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현재 중국 내 몇몇 대학 캠퍼스에 마오쩌둥 동상이 남아 있긴 하지만 지식인들이 박해받았고, 문화 유적을 불태웠던 문화대혁명 시대를 보여주는 유물로 존재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김일성, 김정일의 대형 동상을, 평양을 비롯한 북한 전역에서 볼 수 있습니다. 김 부자의 동상 숫자는 3만 8000여 개에 달하며 모자이크 벽화, 현지지도 말씀비, 기념탑 등이 지금도 전국 도처에 세워져 있고 또 세워지고 있습니다. 대북제재 속에서 민생보다는 핵과 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리는 김정은은 내부 단속을 위해 우상화에 더욱 집착하는 모습입니다.
북한 당국은 주민들에게 주요 명절마다 김일성, 김정일 동상과 기념물을 참배하도록 하는 등 김씨 일가에 대한 우상화는 우상화를 넘어 신격화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이 같은 개인숭배가 이뤄지는 이유는 권력을 승계한 김정일, 김정은이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선대 지도자를 우상화하는 작업을 계속해 왔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마오쩌둥 사후 집권한 덩샤오핑에 의해 복수의 통치 엘리트와 파벌이 권력을 공유하는 집단지도체제를 형성함으로써 전면적 개혁개방 정책과 함께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발전했습니다. 물론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집단지도체제가 무력화되며 1인 독재 권력으로 변질됐지만 아직 지도자에 대한 개인숭배 단계까진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중국은 미국과 적대적 경쟁 관계 속에서도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미국을 방문해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 ‘양국의 경쟁이 충돌로 발전해선 안 된다’는 인식에 공감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로 분석됩니다.
다음 소식은 농사 관련입니다. 북한의 올해 최우선 과제가 알곡 생산 늘리기 즉 농사였습니다. 올해처럼 북한에서 농촌, 농사 관련 지시가 쏟아진 시기가 있었나 싶은데 중국도 농촌 띄우기가 한창입니다.
2023년을 시작하며 나온 중국 정부의 중앙 1호 문건(중앙농촌공작회의)이 농촌 관련이었고 이 문건에는 전방위적 식량 증산이 강조됐습니다. 중국이 목표로 하는 식량 생산량이 무려 5천만 톤이라니 북한과 인구 규모가 다르지만 그래도 놀라운 숫자입니다.
중국 정부는 농촌 진흥, 중국 표현으로 ‘향촌 진흥’을 위해 2021년에는 ‘국가향촌진흥국’을 설치하고 지원금도 대폭 확대했습니다.
이렇게 중국 정부가 향촌 진흥에 사활을 거는 이유, 현재 중국이 처한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전쟁과 기후 위기로 식량문제는 여전히 위협적이고 도시와 농촌, 동부 연해안과 서부 내륙 간 발전 격차는 여전합니다. 농촌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 농촌에 남겨진 아이들 문제도 큽니다. 더욱이 3억여 명에 달하는 농민공(農民工), 즉 농촌에 집을 두고 도시에 나와서 돈을 버는 사람들의 문제도 큰 과제로 나섭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시 주석이 직접 나서 향촌 진흥에 대학생을 비롯한 청년들의 참여를 독려한 점입니다. 지난 5월 3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5.4 청년절’을 앞두고 한 대학생 대표에게 보낸 편지 답신에서 ‘농촌진흥’을 위한 큰 무대에서 ‘공을 세울 것’을 청년들에게 권고하고 농촌에 들어가는 학생들을 크게 칭찬했습니다.
INS- CCTV 지난 5월3일 보도 : "(시진핑 주석은) 청년들이 실사구시의 뜻을 알고, 대중과의 교류 방법을 배우며 고생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여기까지의 농촌 진흥 방식은 북한과 크게 다르지 않는데, 이건 좀 색달라 보입니다. 바로 텔레비전 예능 방송을 활용하는 겁니다.
INS- 중국 예능 ‘농사를 짓자’
최근 중국에서 인기 있는 예능 방송 ‘농사를 짓자’는 농촌의 중요성을 홍보하고 청년들의 농촌행을 적극 독려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선 ‘식량 안보’ 확보, 청년들이 첨단 기술을 활용한 농업 혁신에 앞장설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추세로 볼 때 농촌으로 도시의 젊은이들을 보내는 방안이 향후 중국 청년 일자리 정책의 기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중국 당국은 도시 젊은이들을 농촌으로 보내는 것이 현재 중국이 직면한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할 묘책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중국의 올 6월, 청년 실업률은 20%가 넘습니다. 중국 교육부에 따르면 2022년 대학 졸업생은 1,076만 명이었지만 실제 취업자 수는 254만 명에 불과했고, 2023년 대학 졸업생은 역대 최대 규모인 1,158만 명에 달해 취업난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고 현대화된 중국에서 대학 졸업생들이 과연 자발적으로 농촌으로 가려 할까… 중국 전문가들도 대학생 졸업자들의 자발적인 농촌행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봅니다.
중국 젊은이들은 아르바이트를 하든, 노점상을 하든, 아무것도 안 하고 지내는 탕핑(躺平·무력감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냄)을 하든 도시에서 버티려 하지 농촌을 선택하지 않으려 한다는 겁니다. 또 67%가 넘는 도시 인구 집중화와 매년 쏟아져 나오는 천만 명이 넘는 대학 졸업자를 지금 농촌에서 소화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이 같은 중국의 향촌 발전 전략을 보며 북한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북한은 지난 2021년 12월 노동당 제8기 4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식 농촌진흥정책’을 발표했습니다. 그동안 북한의 농업정책은 주로 곡물 생산 증대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전원회의에서 농촌 문제 해결을 위한 과업을 제시했습니다. 삼지연시 농촌마을을 본보기로 들면서 사회주의 이상촌을 만드는 것이 농촌 건설 정책이라고 밝혔습니다. 과거 농업생산만을 강조해 왔다면 농촌 문제를 함께 해결해 농민들의 마음을 얻어 정권의 안정화를 이루려는 의도로 파악됩니다.
김정은의 농업·농촌 정책을 해결하기 위해선 국가가 농업·농촌에 대한 강력한 투자와 효율적인 정책 지원이 우선돼야 합니다. 그러나 국가재원을 핵·미사일 개발에 쏟아 붓고 미사일, 핵 발사의 후과로 얻은 국제사회의 제재와 고립 속에서 농촌 진흥 정책의 실현 가능성은 희박해 보입니다.
<오늘의 중국> 이 시간 준비된 소식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시간에 인사드리겠습니다. 김명성이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