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영식당 확장하고 정신개조 운동까지
- 마오쩌둥 시대 유물 꺼내든 시진핑의 속내는?
- 마오 시대로 돌아가려는 시진핑과 김일성 시대로 돌아가려는 김정은
- 북한 밀수, 중국 휴대전화 가격 천정부지 솟는 이유?
안녕하십니까. <오늘의 중국>, 이 시간 진행을 맡은 김명성입니다. 요즘 중국에선 마오쩌둥 시대의 유물인 ‘국영식당’이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또 사회주의 정신 개조 운동인 ‘펑차오’(楓橋)’가 다시 도입되는 분위기입니다. 미국 등 서방 국가와의 관계 악화, 부동산 정책 실패 등으로 야기된 국내 경제 위기가 사회불안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란 평가가 나옵니다. 이는 핵무기 개발 폭주로 국제 사회의 제재를 받는 북한이 추진하는 중앙 집권적, 반시장 정책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오늘 첫 소식으로 알아봅니다.
“5위안(0.70달러)으로 쌀밥과 된장국, 야채 무침을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곳입니다.”
지난 11월 10일 중국 인민망은 지린성 지린시에 새로 개업한 ‘공유식당’에서 지역의 독거노인과 배달 기사,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저렴한 가격으로 하루 3끼 식사를 해결한다고 소개했습니다. ‘공유식당’은 길림시 정부가 지원하는 일종의 국영 식당으로 현재 10개의 지점으로 확대돼 지역 인구의 31%를 차지하는 취약계층에 저렴한 식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 지난 10월 30일에는 허베이성 스자좡시 북부 옌시 지역에도 ‘국영식당’이 개업했습니다. ‘국영식당’은 주변의 민간 식당보다 50% 이상 싼 가격인 5위안에 배불리 한 끼를 먹을 수 있어 개업한 지 열흘 만에 약 2만 명이 이용할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합니다.
중국에서 국영식당 부활 움직임은 시진핑 주석이 3연임을 확정한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사회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국무원 민정부는 각 지방도시 내 3~5개 지역에 국영식당을 포함한 주민 봉사 시설을 시범적으로 설치하라는 지침을 내려보냈습니다. 허베이성도 성내 각 도시에 2025년까지 도시별로 500곳, 성 전체로는 5,000곳 이상의 국영식당을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합니다. 대도시인 베이징과 상하이 등에도 국영식당이나 공공식당이 들어섰습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연일 국영식당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당연하겠죠?주변 식당의 거의 절반 가격에 식사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반세기 전에 사라진 국영식당의 부활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만은 않습니다. 국영식당은 통상 지방정부가 민간업자에게 위탁해 운영하는데 건물 임대료 혜택을 제공하고, 연간 수만 달러에 이르는 보조금도 지급합니다.
결국 국영식당이 제공하는 반값 식사는 정부의 세금 지원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 반면에 세금 지원을 받지 못해 제값을 받는 주변 민간 식당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국가가 국영식당에 제공하는 보조금이 사실상 시장의 공정 경쟁을 막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남방도시보는 국영식당은 주변의 작은 식당과 배달업체 등의 연쇄 도산을 불러올 수 있고 “실업자 양산, 상업 활동 부진 등의 부작용이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흥미로운 건 이렇게 지원을 받아도 적자가 나는 국영식당이 늘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중국 지방정부가 부동산 거품 붕괴로 세수가 크게 줄면서 공무원의 로임(임금)까지 체불하는 상황에서 세금으로 국영식당 유지가 지속 가능할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1960년대 수천만 명이 굶어 죽은 대약진 운동 때 등장했던 국영식당의 부활에 중국 사람들은 ‘마오쩌둥 시대로 다시 돌아가는 것 아니냐’, ‘하룻밤 사이 30년 전으로 돌아갔다, 집에 가서 식량표를 찾아야 하나’ 등의 반응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1월 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펑챠오(楓橋) 모델’ 도입 기관 대표들을 접견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펑차오 모델을 추진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펑차오 모델은 1963년 마오쩌둥이 전국적 확대를 지시한 기층 단위의 사회주의 정신 개조 운동이자 치안 관리 방식입니다. 저장성 펑차오진 군중이 지주와 부농, 반혁명 분자 중 교양 개조가 가능한 자들을 상호 비판과 감시, 정신 교양을 통해 사회주의 인간으로 개조한 것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따라서 펑차오 모델을 추진하라는 의미는 각 지역과 기관에 ‘내부 감시를 통해 자체적으로 사회 안정과 치안을 유지하라’는 메시지로 볼 수 있습니다.
국영식당과 펑차오의 부활은 집권 3기에 진입한 시진핑 주석이 국유 부문은 확대하고 민영 부문은 축소하는 행보와 맥락을 같이 합니다. 민간 부문은 공공부문을 위해 희생해도 괜찮다는 것이 시 주석의 경제관입니다.
INS-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10월 16일, 20차 당대회 개막식) : 높은 질적 발전과 전 과정 인민민주주의 발전, 인민들의 풍요로운 정신세계, 모든 인민의 공동부유 실현이 중국 현대화의 본질입니다
과거 계획경제 시대의 유산을 부활시킨 것은 국영기업의 시장 점유율을 높여 국가가 생산·공급·판매를 장악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 등 서방 국가와의 관계 악화에 대비해 시장경제를 축소하고 공급과 소비를 정부의 통제 아래 두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중국의 이 같은 조치들은 북한이 지난해 10월부터 개인 간 식량 거래를 제한하고 양곡판매소를 통해 정부가 식량 통제권을 장악하려는 반시장적인 정책과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됩니다. 결국 김일성 시대 계획경제로의 회귀를 꿈꾸는 김정은과 마오쩌둥 시대의 유물을 부활시킨 시진핑의 공통점은 시장의 영역을 축소하고, 국유 부문의 확대를 노린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가 보여주듯이 수동적이고 폐쇄적인 계획경제는 자율적이고 역동적인 시장경제를 이길 수 없습니다. 계획경제의 종주국인 소련이 망하고, 중국도 계획경제를 버리고 시장경제를 도입한 덕에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들의 독재 권력 강화를 위해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는 중국과 북한 지도부의 행태가 비판받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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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북·중 국경 소식입니다.
북한 당국의 중국 휴대 전화기 단속 강화로 북한에 반입되는 중국 휴대 전화 가격이 코로나 이전보다 2배 넘게 올랐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가격 상승에도 당국의 국경 봉쇄로 휴대전화 반입이 쉽지 않아 휴대전화를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인데요, 이런 기회를 틈타 코로나 기간 단속으로 다량의 휴대전화를 몰수한 국경 지역 보위부원들이 몰래, 단속한 전화기를 비싼 가격에 팔아 폭리를 취한다는 소식입니다.
북·중 국경 소식에 밝은 대북 소식통은 “최근 양강도 혜산지역에서 중국제 휴대 전화, 타치폰의 가격은 1대당 중국 돈 약 3만 8천 위안에서 4만 4천 위안 (5,300~6,100달러) 선에서 거래된다”고 전했습니다. 코로나 이전 1만 1천 위안에서 1만 6천 위안 (1,540~2,300달러) 선에서 거래되던 중국 휴대전화 가격이 코로나 기간을 거치며 2배 넘게 오른 것입니다. 밀수를 통해 반입해야 하므로 위험 부담 비용이 더해지긴 하지만 최근의 가격 상승세는 전례가 없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국경 밀수 통제 강화로 휴대전화 반입이 어려워 밀수꾼은 물론 경비대도 휴대전화를 쓰지 못할 정도”라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함경북도 소식통은 “유심칩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손전화기 구입 가격이 덩달아 올랐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에서 전화카드라고 부르는 유심칩 가격이 오른 이유는 강화된 중국 당국의 휴대 전화 정책 때문으로 보입니다.
소식통은 “중국 당국이 휴대전화 유심칩을 실명제로 하고 1인 1칩 구매로 규제하면서 북한에 들여보낼 중국 휴대전화 구하기가 어려워졌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지역에서 사용되는 중국 휴대전화는 대부분 중국인 명의를 빌려 불법적으로 개통한 일명 ‘대포폰’입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최근 인공지능(AI) 기반 소프트웨어 등 기술력을 활용해 감시·통제를 강화하면서 타인의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중국 휴대전화의 부족으로 북한 내부에서 인권 단체들과 연계해 외부에 소식을 전하던 북한 주민들이 적발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의 추적을 피하려면 주기적으로 유심칩을 교체해 줘야 하지만 워낙 가격이 비싼데다 반입이 어려워 교체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오래된 유심칩을 계속 사용하다 북한 당국의 추적에 걸려 체포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고 소식통들은 설명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국경 지역에서 중국 휴대전화를 이용해 외부와 소통하는 행위를 ‘간첩죄’에 준하는 행위로 엄중하게 취급하고 있습니다. 휴대전화를 이용해 외부의 정보가 북한에 유입되기도 하고, 북한 내부의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기 때문입니다. 중국 휴대전화를 사용하다 걸리면 사안에 따라 엄중 처벌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북중 국경 지역 보위원들은 기회를 이용해 폭리를 취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강도 소식통은 “코로나 기간 혜산 지역에서 중국 휴대전화를 쓰다 단속된 인원들로 구류장이 넘쳐날 정도였다”며 일부 보위원들이 몰수한 휴대전화를 자신의 정보원이나 뒤를 봐주는 밀수꾼에게 비싸게 팔아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주민들의 눈과 귀를 막아 독재정권을 유지하겠다는 북한 당국의 처사도 문제지만 여기에 기생해 어부지리를 얻으려는 보위원들의 행태는 더욱 볼 수 없는 정도입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김명성이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녹음/제작: 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