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중국] 웹드라마 ‘꽃미남 재벌’ 금지

김명성-탈북민, 전 조선일보 기자
2024.11.28
[오늘의 중국] 웹드라마 ‘꽃미남 재벌’ 금지 외모·재력 갖춘 재벌남 주인공이 “잘못된 삶의 가치관 조장한다”며 중국이 웹드라마 규제에 나섰다.
/ 채널A 뉴스 캡처

  

  • 조중 우호의 해이자 북중수교 75주년
  • 지난 4월 평양에서 개막식, 폐막식 일정은 언제?
  • 중국 웹드라마 규제 나서
  • 외모재력 갖춘 재벌남 주인공 잘못된 삶의 가치관 조장한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의 중국] 진행에 김명성입니다.

 

북중 양국은 올해를 ‘조중(북중) 우호의 해로 정하고 성대한 개막 행사를 가졌지만 한 해가 저물어가는 지금까지 폐막식은 열지 않고 있습니다. 그 배경은 무엇인지, 오늘의 첫 번째 소식으로 전합니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조중 우호의 해폐막식은 언제 열리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만약 소식이 있다면 적시에 발표할 것이라며 정확한 일정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북중 양국은 수교 75주년을 맞는 올해 초, 정상 간 친서 교류를 통해 2024년을 우호의 해로 선포했습니다. 이어 중국 공산당 권력 서열 3위인 자오러지(趙樂際)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이 4월 평양을 방문해 조중 우호의 해개막식에 참석하고 김정은 총비서를 만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 대유행 이후 처음 이뤄지는 중국 최고위급 인사의 평양 방문으로 주목받았고 올해 양측의 인적 교류가 다시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고위급 교류는 관측되지 않고 있습니다.

 

관례대로라면 ‘북중 우호의 해폐막식은 올해 중 베이징에서 열려야 합니다.

 

앞서 양국은 북중 수교 60주년이던 지난 2009년엔 베이징에서 북중 우호의 해 개막식을 열었고, 평양에서 폐막식을 각각 개최했습니다. 개막식에는 김영일 당시 북한 총리가 베이징을 방문했으며 폐막식에는 원자바오 총리가 평양을 찾았습니다. 수교 70주년이던 지난 2019 9월엔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하지만 2024년을 1개월가량 남긴 현재까지 폐막식 소식이 나오지 않으면서 북중 관계 이상설이 다시 제기되고 있습니다.

 

북중 관계의 이상 기류는 이 시간을 통해서도 여러 번 전해드린 바 있는데요, 최근 개최된 평양 국제상품전람회에서도 감지됩니다.

 

지난 20, 북한 노동신문은 각국의 상품을 전시하는 제16국제상품전람회소식을 전하며러시아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160여 개 기업체와 회사들이 생산한, 국제경쟁력을 갖춘 제품들이 출품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러시아를 특히 강조하며 기사 사진도 러시아 제품이 출품된 공간을 찍은 1장의 사진만 실었습니다.

 

반면 이 행사에 참석한 왕야쥔 평양 주재 중국대사와 중국대사관 외교관들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습니다. 주북 중국대사관이 홈페이지를 통해 북한의 초청으로 왕 대사가 외교관들과 함께 전람회를 참관했다는 소식을 전한 것과 대비됩니다.

 

그러나 중국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북중 관계 이상설에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습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일부 언론이 북중 관계에 대해 '실체 없는 억측' '과장된 선전'을 하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지만 이례적인 상황이 연속되며 북중 관계 이상설은 잦아들지 않고 있습니다.

 

국제 사회에서는 특수부대 파견 등 러시아와 과도한 밀착을 보이는 북한에 중국이 의도적인 거리 두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정상 각도 발사나 7차 핵실험처럼 한반도 위기 수위를 크게 끌어올릴 대형 도발 가능성에 대해 중국이 사전에 경고성 메시지를 낸 것이란 지적도 나옵니다.

 

남성욱 한국 고려대학교 교수의 말입니다.

 

[남성욱 고려대학교 교수] (북러가) 밀착을 강화함으로써 중국 입장에선 자신들의 영향력 범위에 있는 북한이 이탈하는 것에 대해 상당히 심기가 불편해하고 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가 밀착하고 러우 전쟁이 동북아로 파급돼 동북아의 군사적 정치적 안정이 무너지는 것을 중국 입장에선 상당히 경계하는 것이기 때문에...

 

김정은 총비서가 노리는 것이 북중러 대 한미일 대결 구도를 만들고 이 가운데 어부지리를 챙기는 것이라면 적어도 중국은 이 그림 안으로 들어가길 원하지 않거나 주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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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인터넷에서는 3분 이내의 짧은 동영상 드라마가 인기입니다. 보통 숏폼이라고 부르는데요. 드라마의 내용을 짧게 여러 편으로 나눠 만드는 데 보통 15부작 정도에 다룰 내용이 몇십분 안에 마무리됩니다. 그만큼 함축적이고 자극적인데요. 중국에서 이런 짧은 드라마가 규제 대상이 됐습니다.

 

최근 중국 정부는 인터넷상에 공개되는 짧은 드라마에 대한 제작 지침을 발표했는데 특히 드라마 속 주인공이 규제 대상입니다. 짧은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돈 많고 잘생긴 재벌 남자 주인공을 더 이상 등장시키지 말라는 겁니다.

 

26일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 등에 따르면 중국 방송규제 기구인 국가광전총국은 최근 유행하는 웹드라마에 대한 제작 지침을 발표하며 일명 패총드라마 제작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재벌가나 최고경영자(CEO)라는 의미의패총또는 꽃미남 엘리트 남성이라는 의미의 신조어 바다오중차이는 아예 드라마 제목에 차용되기도 하는데요, 보통 내용은 키 크고 잘생긴 재벌가 남성과 조건이 평범한 여성의 연애담입니다. '백마 탄 왕자님' 이야기와도 비슷한 구조라 보시면 됩니다. 남한에서도 이런 식의 드라마가 인기가 있기 때문에 아마 청취자 여러분들도 잘 아실 걸로 생각합니다.

 

문제는 중국 당국이 이런 드라마가 “황당무계한 스토리를 그럴싸하게 포장해 중국 기업가 집단의 이미지를 왜곡하거나 훼손한다고 판단했다는 겁니다.

 

당국은 "권력층이나 재벌가와의 결혼을 숭배하고 부추기는 분위기를 경계해야 하며 노력 없이 성공하거나 하루아침에 부자가 되려는 잘못된 삶의 가치관을 조장하는 내용은 엄격하게 배제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드라마를 제작할 때는 현실주의 원칙을 중시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당국의 이런 입장은 일반 국민들의 시각과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나치게 자극적인 내용에 대해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창작품에 대한 지나친 규제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중국 당국의 갑작스런 통제의 배경은 중국 인터넷에서의 폭발적인 인기 때문입니다. 중국 인터넷 이용자의 52%인 약 6억 명의 인구가 짧은 드라마를 즐겨 시청하며 시장 규모 역시 500억 위안을 돌파해 영화 산업에 육박할 정도입니다.

 

인민일보는 25사이다 감정만 추구하는 짧은 인터넷 드라마가 사회 문제와 감정의 증폭기가 돼서는 안 된다고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중국의 인터넷 드라마 규제는 북한에 비할 수 없습니다. 북한에는 한국 드라마 등 외부 영상물 시청을 금지하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 존재하는데요. 이 법으로 학생들이 공개 처형되기도 했습니다.

 

중국 당국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매체의 자극적인 성향을 우려했다면 북한은 한국을 비롯한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정보의 영향을 우려했습니다. 자유와 개방성을 특징으로 하는 한국의 대중문화를 북한 주민들이 접하게 되면 북한의 강압적 통치와는 상이한 사회적 가치관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위기감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검열과 처벌에도 주민들은 계속해 외부 정보를 접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주민 속에 이미 형성된 작지만 의미 있는 정치적 저항으로도 볼 수 있겠습니다.

 

오늘 준비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오늘의 중국] 진행에 김명성이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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