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야구에 푹 빠진 탈북민들

워싱턴-정영 jungy@rfa.org
2021-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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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야구에 푹 빠진 탈북민들 2021년 7월 19일 워싱턴 내셔널스(Washington Nationals) 팀과 마이애미 말린스(Miami Marlins) 팀간 야구 경기가 진행되고 있다.
/RFA Photo-정영

<탈북기자가 본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청취자 여러분은 야구를 좋아하십니까? 아마 축구나 배구는 많이 봤어도 야구는 낯설 것 입니다. 북한에 야구 경기가 거의 없는데다, 미국이나 남한과 같은 자본주의 스포츠라는 부정적인 인식도 한 몫하고 있다는 게 탈북민들은 말했습니다.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들도 처음에는 야구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몇 년 정착하면서 미국의 주요 스포츠 종목인 야구와 미식 축구에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얼마전 미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은 미국 수도 워싱턴 디씨에 있는 야구 경기장에서 경기를 관람하며 코로나-19로 쌓인 스트레스를 한껏 날려 보냈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에는 지난 7월 19일 미국 야구 경기장에서 경기를 관람한 탈북자들의 심정을 들어보겠습니다.

<야구 경기장 관람석 환성>: 와~와~와~

4만 5천명 수용능력을 자랑하는 워싱턴 내셔널 파크가 떠나갈 듯 우레같은 환성이 터져 오릅니다. 워싱턴 내셔널스(Washington Nationals) 팀과 마이애미 말린스(Miami Marlins) 팀간 경기 도중에 홈런이 터지자, 경기장을 채운 관중이 서로 손벽을 치며 좋아합니다.

이날 경기장에는 미국 동부에 정착한 탈북민 가족도 함께 했는데요. 그들과 함께 경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기자: 자, 여기는 워싱턴 디씨에 있는 내셔널 파크에 있는 야구 경기장입니다. 미국에 오셔서 야구 경기를 관람해본 적 있습니까?

김씨: 아니요.

기자: 야구 경기장에 온 기분은 어떻습니까?

김씨: 좋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장기간 집에 머물러 있던 탈북민들은 야구경기를 직접 관람한다는 기대와 흥분에 젖어 있었습니다.

기자: 이번에 누가 이길 것 같습니까?

김씨: 난 마이애미가 이길 것 같습니다.

함경북도 온성군이 고향인 김씨는 미국에 입국하기 전에는 야구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합니다.

기자: 미국에 오시기 전에 야구를 아셨습니까?

김씨: 아니요. 몰랐지요. 그런데 텔레비전에서 계속 보니까, 재미 있더라구요.

북한에 있을 땐 야구를 몰랐던 탈북자들이 미국에 와서 야구 팬이 된 겁니다. 김씨는 야구의 복잡한 규칙까지 제법 달통한 전문 지식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김씨: (아쉬운 듯 표정을 지으며)야, 저건 죽었소…

김씨: 이전에는 축구를 좋아하다가, 심심해서 야구를 한번 보고 두번 보고 세번 보고, 자꾸 보니까 재미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젠 계속 봐요.

기자: 미국 사람들이 야구 경기 보러 가자고 할 때 어땠습니까?

김씨: 아, 나는 완전 흥분되어서 얼마나 좋은지. 야구 이거 정말 재미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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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19일 워싱턴 내셔널스(Washington Nationals) 팀과 마이애미 말린스(Miami Marlins) 팀간 야구 경기가 진행되고 있다. /RFA Photo

미국 난민 탈북자들을 돕는 한 미국의 법률 회사에서 김씨를 비롯한 몇몇 탈북자들을 초청했는데, 평소 야구에 관심있는 아내도 함께 오지 못한 점을 못내 아쉬워하는 겁니다.

미국인들은 경기를 관람하면서 한 손에는 핫도그를, 다른 손에는 맥주 등 음료를 들고 먹는 습관이 있는데, 홈런이 터질 때마다 모두 일어서서 열광합니다.

<현장음>: 와~~~

기자: 왜 탈북자들을 야구 경기에 초청하게 되었습니까?

토마스 바커 변호사: 두명의 탈북민이 미국 시민이 된 것을 축하하기 위해서이고, 그의 아버지도 이제 곧 미국 시민이 되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조직하게 되었습니다.

한국말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 미국 변호사 토마스 바커 씨는 탈북자들을 향해 ‘친구’라는 말을 항상 입에 올리고 있습니다.

3시간이나 숨가쁘게 진행된 워싱턴 내셔널과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경기는 18-1로 워싱턴 내셔널이 크게 이겼습니다.

탈북청년 1: 오늘 정말 재미 있는 경기였습니다.

탈북청년 2: 이번에 정말 홈런이 많이 나왔어요.

김씨: 홈런이 5~6개 나왔는가?

토마스 변호사: (홈런이)14~15개나 나왔습니다. 점수가 18대:1이나 나왔지 않아요?

탈북 청년: 네 정말 재미 있었어요.

워싱턴 내셔널스 팀은 홈런 6개 등 장단 18안타로 일찌감치 승부를 마감 지었습니다.

현재 미국에는 아메리칸 리그(American League)와 내셔널 리그(National League) 두개의 주요 메이저 리그가 있습니다. 내셔널 리그에 15개팀, 아메리칸 리그에 15개팀, 이렇게 모두 30개의 야구팀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이 메이저 리그는 전세계 야구 선수들에게는 꿈의 무대이자 세계 최고 프로 야구 무대이기도 합니다. 미국 프로야구단에는 한국 선수들도 뛰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류현진, 오승환, 김현수 선수들입니다.

이 팀들은 모두 자기 구장이 가지고 있는데, 워싱턴 디씨에 있는 내셔널 파크는 4만5천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다고 토마스 바커 씨는 말합니다.

미국의 야구는 근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19세기 후반 미국의 산업화, 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 냉전시대, 20세기 등 미국의 역사의 굵직한 현장 마다에 야구가 있었기 때문에 미국인들 속에서는 야구를 알면 미국의 역사가 보인다는 말도 나올 정도입니다.

미국인들은 야구를 국기로 부를 만큼 문화적으로나 생활 속에 깊이 뿌리 내렸습니다.

한편 한국에는 1905년 미국인 선교사에 의해 야구가 처음 소개된 이후, 1960년대 대중적인 인기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습니다.

1980년대에는 프로 야구단이 생겨나기 시작했는데요. 1982년 MBC 청룡, 롯데 자이언츠, 삼성 라이온즈 등6개 팀으로 프로 리그가 출범했습니다.

한국 선수들은 1990년대 중반 박찬호 선수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에, 선동열이 주니치 드래곤즈에 입단하면서 일본, 미국 메이저 리그 무대로도 진출하기 시작했습니다.

1950년대 재일본 동포들이 남한에 야구 기술을 전수해 지금 남한은 손꼽히는 세계적인 야구 선수들을 배출하는 야구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 북한에도 야구가 있을까요?

북한에서 야구는 대중화되지 못했습니다. 함경북도 온성군이 고향인 김씨도 야구 경기가 열린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북한에 있는 동안 텔레비전을 통해서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에 북한에도 야구가 '반짝' 떠올랐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북한은 1985년 자국 야구협회를 창설하고, 1990년 아시아야구연맹(IBA)과 국제야구연맹(IBAF)에도 정식 가입했지만,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겪으며 시들 해졌습니다.

북한에서 야구가 대중화 되지 못하는 주요 이유는 야구 스포츠 장비에 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고, 경기장이 부족한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북한도 야구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재일본 조선인 총연합회 야구팀과 합동훈련을 진행하는 등 열의가 높았습니다.

만경대상 체육경기대회를 비롯한 여러 대회에서 야구가 등장하긴 했지만, 다른 인기 종목과 비교해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스포츠광으로 알려진 김정은 체제 하에서 야구가 선보일지 관심을 모은 바 있었습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집권 초기 ‘체육강국’ 방침을 내놓고, 체육에 바람을 불어넣기 시작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에는 북한중앙텔레비전 방송에 야구 방망이를 든 청소년들이 훈련하는 모습이나, 공화국 선수권 대회에 참가한 야구선수가 공을 던지는 모습도 공개되었습니다.

2013년엔 미국 프로농구 선수 데니스 로드먼을 초대해 미국 농구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북한과 미국이 야구경기를 진행하는 날이 오지 않을 까,

‘핑퐁 외교’가 한때 미중 관계를 녹였듯이 북한과 미국간 야구가 그 역할을 하지 않을까 기대도 없지 않습니다. 미국 탈북자들은 자본주의 스포츠로 널리 알려진 야구를 북녘의 친구들과 함께 관람하는 날을 기대하면서 경기장을 떠났습니다.

탈북민: 감사합니다.

미국 인들: 안녕히 가세요!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을 마칩니다. 지금까지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기사 작성 자유아시아방송 정영 기자,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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