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기자가 본 인권] “예금은 인권”

워싱턴-정영 jungy@rfa.org
2022.08.03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예금은 인권” 평양 순안국제공항의 ATM 기계. 작동이 되지 않아 이용자가 없다.
/AP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탈북 기자가 본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여러분들은 가지고 계신 현금을 어디에 보관하고 계십니까? 돈은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사람들의 생활에 절실히 필요한 재원이고, 또 자신의 가정은 물론 본인의 노후 생활을 대비해 저축해야 하는 비상금입니다. 때문에 사람들은 열심히 일해 돈을 벌어서는 그때 그때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저금도 하고 또 투자를 해서 그 돈을 중식시키기도 합니다.

 

그러자면 돈을 믿고 맡길만한 은행이 있어야 하겠지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는 예금자 보호법이라는 게 있어 개인들이 은행에 돈을 믿고 맡길 수 있지만, 돈을 믿고 맡겼는데도 찾지 못하는 국가들도 있습니다. 바로 중국과 북한과 같은 나라들인데요. 얼마전 중국의 어느 한 도시에서는 수 천명의 시민들이 예금은 인권이라고 외치면서 은행 앞에서 자기들의 예금을 돌려달라고 시위를 벌였습니다. 그러자 정체불명의 남성들이 들이닥쳐 시위대를 강제로 해산시켰다고 하는데요. 그래도 중국에서는 이와 같은 민간 시위가 벌어졌다는 소식이 인터넷을 통해서나마 외부에 알려졌습니다.

 

중국은 그래도 시민들이 자기들의 돈을 찾겠다고 시위를 벌일 수 도 있는데, 만일 북한에서 개인들이 시위를 벌이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탈북 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에 이에 대해 전해드리겠습니다.

 

지난 710일 중국 내륙의 허난성(하남성) 정저우(정주)시 한 인민은행 앞에 약 3천명의 시민들이 모였습니다. 손에는 "은행에 맡긴 돈을 돌려달라"는 현수막이 들려 있었습니다. 남한 KBS방송을 비롯한 언론 매체들은 이 시위에 대해 자세하게 보도했는데요. 잠시 들어 보시겠습니다.

 

<KBS/712일자 녹취>: 중국 중부 허난성 정저우시 인민은행 앞 3천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시위를 벌입니다. “허난성의 폭력과 부패를 반대한다” “은행에 맡긴 돈을 돌려달라는 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칩니다.

 

보도에 따르면 시위에 나온 시민들은 허난성의 농촌 은행 등 4곳에 돈을 맡겼던 예금주들입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중국 경제가 불황에 빠지고, 부동산 산업이 위기에 내몰리자 은행들은 예금을 동결했고, 즉 은행거래를 중지 시키자 돈을 찾을 수 없게 된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입니다. 이 중국 은행들이 동결한 돈은 400억 위안으로 약 70억 달러에 달하고 피해자는 4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에는 인민은행, 농업은행, 공상은행 등 여러 은행들이 있는데, 이 은행들은 중국 경제가 고속 성장할 때는 높은 이자율을 약속하고 개인들로부터 돈을 끌어 모았습니다. 물론 경기가 좋을 때는 개인들에게 이자를 꼬박꼬박 지급해 신용을 얻었지만, 경기가 어려워지자 원금도 뽑지 못하게 막아 놓은 것입니다.

 

코로나 사태로 중국 경제가 하강 국면에 들어서고 부동산 산업이 붕괴 위기에 직면하면서 거기에 돈을 꾸어 주었던 은행들은 대출금을 받지 못해 망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블룸버그 통신 등 경제매체들은 중국은행들이 부동산 위기로 최악의 경우 입을 피해 규모는 수 십조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지난 4월부터 중국의 중소도시 은행들이 예금을 동결하자, 격분한 예금주들은 들끓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인터넷을 활용해 자신들의 억울함을 토로하고, 중국 당국의 부당함을 알리는 활동을 펼친 끝에 수 천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입니다. 이들이 손에는 예금은 인권이라는 구호가 들려 있었습니다. 시위자들은 내 돈을 당장 돌려달라고 외치는 가 하면, 중국 경제를 책임진 리커창 총리에게 불만을 터놓기도 했습니다.

 

자칫 시민들의 분노가 정부로 쏠리는 듯 하자, 보안요원들로 추정되는 수백명의 남성들이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시위대를 강제로 해산시켰는데요. 비록 시위대는 해산됐으나 민심이 성났을 경우엔 언제든지 시위가 또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중국 당국은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합니다. 30년 전 천안문 사건때 중국 당국은 무력을 동원해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킨 전례가 있습니다. 중국 당국도 이러한 민심의 폭발이 앞으로 계속 될 까봐 몹시 경계하는 것입니다. 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는 조선일보 기고문에서 이 시위는 일당독재의 사회주의 국가에서 공민 개개인이 사유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선 집단행동이며, “그 점에서 이 사건은 실제로 중국공산당 통치의 정당성에 관한 강력한 이의 제기라 볼 수 있다고 논평했습니다.

 

이 시위 장면은 인터넷과 중국 매체에 보도로 인해 알려졌습니다. 특히 시위에 등장한 예금은 인권이라는 구호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개인 재산권은 천부의 권리로 간주되고 법적으로 보호되고 있는데, 중국에서는 국가 공권력에 의한 사유재산침해가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데 대해 중국 국민들이 자기 재산을 지키기 위한 집단 행동이라는 겁니다.

 

선거를 통해 정권이 바뀌는 민주주의 사회와 달리 중국 북한 등 공산주의 국가들은 정권을 기득권 세력의 전유물로 간주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집착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정치적 자유가 제한된 중국에서

예금은 그야 말로 일반 백성들이 기댈 수 있는 최후의 보루가 되는 겁니다. 그 보루가 흔들리게 되자 중국 인민들이 격분할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비록 시위대가 해산되긴 했지만, 앞으로 힘들게 벌어 모은 돈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중국인들의 분노가 언제든지 또다시 폭발할 수 있다는 시사점도 보여주었습니다.

 

사유재산권을 둘러싼 주민들의 시위는 북한에서도 있었습니다. 바로 2009 11 30일 화폐개혁 때 일인데요. 당시 북한은 이날 오전 11시에 기습적으로 구권 100원을 신권 1원으로 일주일 동안만 교환해주는 화폐개혁을 실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화폐 교환의 한도도 새 돈 1천원만 바꿔주고 나머지 돈은 전부 은행에 예금 시켜야 한다는 이상한 규칙을 하달했습니다.

 

이 발표로 인해 북한 사회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함경북도 온성군에서 당시 화폐개혁을 경험했던 한 탈북민은 물론 돈이 없는 일부 주민들은 환영했으나, 대부분 고난의 행군 이후 열심히 일해 부를 쌓았던 사람들은 하루 아침에 돈이 휴지조각이 되자 분노를 터뜨렸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화폐개혁으로 휴지조각이 된 구권 지폐를 압록강과 두만강에 버리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절망한 나머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북한에서도 장마당과 평양시에서는 주민들의 저항이 일어났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북한의 화폐개혁 이후 국제앰네스티는 '2010 국제앰니스티 연례 보고서'에서 북한 당국은 평양에서 시위가 있는 후 화폐 교환율을 약간 높일 것에 대한 압력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고 썼습니다.

 

그동안 북한 내부 주민들의 말을 통해 평양시 등 일부 지역에서 화폐개혁에 반발하는 주민 소요가 있었다는 소식은 전해졌으나, 화폐 개혁 이후 평양에서 시위가 발생한 사실이 국제기구에 의해 확인된 것은 처음이라고 남한의 동아일보는 전했습니다. 거기에 일본의 '북한 민중 긴급행동 네트워크'는 북한이 화폐개혁 책임을 물어 박남기 조선노동당 계획재정부장을 비롯해 52명을 공개 처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당시 북한은 화폐개혁을 파탄시킨 죄목으로 박남기 노동당 계획재정부장과 리태일 부부장을 공개 처형하 한데 이어 화폐개혁 조치에 반발한 여러 명의 주민들을 공개 처형했다고 이 단체는 밝혔습니다.

 

중국 당국은 예금을 돌려주지 않는다고 시위하는 시민들을 공권력을 동원해 강제 해산시키기는 했지만, 총살까지 했다는 소식은 없습니다. 남한을 비롯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개인들의 예금을 예금자보호법에 의해 보장해주고 있습니다. 남한의 예금자보호법은 금융기관이 경영 악화나 파산 등의 사유로 예금을 지급할 수 없는 경우, 해당 금융기관을 대신해 예금자에게 최대 5천만원(5만달러)까지 보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물론 자본주의 국가 은행에서도 예금을 둘러싸고 여러가지 문제도 있지만, 그럴 경우 인터넷과 뉴스에 크게 보도되고 대부분 개인들의 이익에 맞게 보장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북한과 중국에서는 자신이 번 돈을 은행에 맡겨도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죽했으면 북한에서는 돈을 은행에 맡기는 사람을 일등 바보라는 우스개 소리까지 돈다고 합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은 중국에서 일어난 예금주 시위 소식과 200911월 북한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그리고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개인의 사유재산이 어떻게 보호되는지 알아보았습니다. 지금까지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감사합니다.

 

기사 작성 정영,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