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기자가 본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북한군 1만명 이상이 러시아에 파병되어 이름모르는 전선에서 피를 흘리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군이 러시아 토착민의 신분증을 가지고, 러시아군에 위장 편입되어 전투에 참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투에 참가했던 북한군 가운데 사상자도 발생했습니다. 이러한 소식들이 해외 매체를 통해 북한 내부에 전달되고 있는데도, 북한당국은 아직까지 러시아 군대 파병 사실을 고향의 가족들에게 숨기고 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제5차 전국어머니 대회 개폐막사에서 눈물을 보이며 "자식 많이 낳는게 애국"이라며 출산율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인간의 생명이 귀중해서 그랬을까요?
탈북기자가 본 인권 시간에 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남한 YTN 일부 녹취]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된 북한군이 러시아군에 편성돼 참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방금 들으신 것은 남한 국방장관이 국회에 출석해 증언하는 모습을 보도한 남한 YTN일부 내용입니다.
김용현 한국 국방장관은 “러시아군 1개 중대당 북한군 1개 소대 형태로 편성해 참전한다는 첩보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군 지휘관들이 말도 안통하는 북한군을 위험하고 어려운 지역에 보낼 것이기 때문에 ‘총알받이’가 맞다는 지적도 했습니다.
유엔무대에서도 북한의 파병에 대한 비판이 어어졌습니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 대사는 “북한군은 총알받이 신세가 될 우려가 있고 그들이 러시아에서 받기로 한 돈은 김정은 주머니에 들어갈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지난 달 27일 김성 주 유엔 북한 대사는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로버트 우드 주유엔 미국 차석대사의 러시아 파병 사실이 있냐는 질문에 “북한과 러시아가 맺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은 국제법과 유엔헌장에 완전히 부합한다”며 “따라서 북한은 이 조약에 따른 의무를 충실히 유지할 것”이라고 변명했습니다.
국제법에 부합된다면 북한군인들에게 자국의 군복을 입히고, 군표도 제공하고 정정당당 참전시켜야 하지만, 왜 북한군인들이 러시아 토착민의 신분증을 가지고 러시아군에 편입되어 전투를 치뤄야 하는가에 대한 설명은 없었습니다.
이렇게 러시아로 파병된 북한군 규모는 약 1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한국 국가정보원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북한군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존 커비 미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우크라이나가 집속탄을 적절히 사용 중"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집속탄은 폭탄 안에 수백개의 베아링 구슬알과 같은 자탄이 장착되어 있는데, 만약 한개의 폭탄이 공중에서 폭발할 경우, 축구장 서너개 면적을 초토화시키는 위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숨을 곳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집속탄의 공격을 받으면 절멸하리라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는 것입니다. 이 집속탄은 비행기로 떨굴 수도 있고, 미사일로 발사될 수도 있으며, 때에 따라서는 다연장 로켓에 탑재될 수 도 있습니다.
이 폭탄은 이라크 전쟁때 미군이 처음 사용했는데, 당시 이라크군은 미군이 발사하는 집속탄의 파편을 ‘스틸레인’ 즉 강철비라고 묘사했습니다. 파편이 우박처럼 떨어진다고 하여 붙인 말입니다. 앞서 로버트 우드 주유엔 미국 차석 대사는 안보리 회의에서 “북한군이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들어간다면 그들은 반드시 시체 가방(body bags)에 담겨 돌아올 것”이라며 “나는 김정은에게 무모하고 위험한 행동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고 충고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개활지대에서 집속탄 공격을 받으면 북한군은 꼼짝 못하고 전멸될 것임을 미리 예상한 것입니다.
그러면 왜 북한은 이처럼 위험 천만한 러시아에 군인들을 보냈을까요?
한국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군을 파병한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1인당 한달에 2천 달러 가량 받는다고 국회에 보고했습니다. 군 1만명을 파병했다고 볼 때 한달에 2천만 달러, 1년에는 2억달러가 넘는 외화가 북한 정권에게로 흘러들어간다는 지적입니다.
하지만, 현재 미국 등 서방으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가 북한에 달러 현금을 지급할지 의문시 하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러시아도 달러가 모자랄판에 북한에 주겠냐는 겁니다.
국제정치학자인 이춘근 박사는 이와 관련하여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강한 위구심을 표명했습니다.
[이춘근 박사]: 북한이 러시아에서 돈을 얻어써야 하는데, 러시아가 북한에 돈을 주려면 달러를 줘야 하는데, 북한이 원하는 것은 달러이지 루불이 아닙니다. 그런데 일단 달러가 없고요. 그리고 또 뭐냐면 무기를 사간건데, 그 값을 줘야 하는데, 러시아가 북한에 주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생겼습니다. 불량품이 되어 값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가 생겼습니다. 우리가 물건을 샀는데, 불량품을 샀는데 돈을 갚습니까? 러시아가 화가 난겁니다. 자동차 한대 받고 끝나는 겁니다. 너는 이런 차나 좋아하지, 네가 언제 국민을 좋아했냐고요.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북한군 파병 이전 김정은에게 경호용 방탄차 ‘아우르스’를 선물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도 김정은이 푸틴 대통령과 동승해 차를 운전하며 좋아하던 모습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한편 북한이 파병대가로 러시아로부터 반대급부를 원만히 받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휴전협상을 논의한다면 국제정세가 급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 강선제강소 사정에 잘 아는 한 탈북민은 “북한이 김일성 김정일 시기에 구 소련으로부터 진 빚이 엄청나다”면서 “강선제강소 열개를 팔아도 그 빚을 다 갚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구소련으로부터 원조 형식으로 갖다 쓴 외상이 엄청나다는 것입니다.
‘러시아의 소리’ 방송은 북한이 구소련으로부터 진 빚은 모두 109억 6천만 달러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빚을 2014년 경 푸틴 대통령이 일부 탕감해준다는 협정문에 사인했다고 하지만, 북러간 경제협력을 위해 재투자하기로 되어 있는 채무액 10억 달러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에 북한의 빚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옛소련의 계승국임을 자처하는 러시아가 옛 소련시절 진 빚을 내놓으라고 청구장을 내밀 경우 북한은 거부명분이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할아버지 때 외상으로 가져다 쓴 차관을 갚기 위해 북한의 젊은이들이 유럽의 진펄에 피를 뿌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작년 12월 8일 평양에서 열린 제5차 전국 어머니 대회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자식을 많이 낳는 것이 애국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연설 일부] : "비사회주의적인 문제들을 일소하고 출생률 감소를 막고 어린이 보육 교양을 잘하는 문제도 우리들 모두의 집안의 일입니다."
대회 보고를 듣는 도중,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자녀를 많이 낳아 기르는 여성들에게 노력영웅 칭호를 수여하면서 출산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출산율이 세계적으로 심각하기는 하지만, 남한보다는 양호한 편입니다. 남한은 임신가능한 여성 1명당 평균 출산율은 0.7명인데, 북한은 1.79명입니다. 한국정부는 아이를 더 많이 출산하라고 각종 우대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북한도 인구가 모자라 출산율을 높이자고 독려하는 가운데 김정은이 파병을 결정했다는 겁니다.
그러면 왜 북한이 그런 결정을 했을까?
안드레이 란코프 러시아 출신 국민대학교 교수는 RFA논평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안드레이 란코프 박사 : 러시아 사람들이 전쟁을 대체로 지지하기는 하지만, 그들은 군대에 갈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오직 자원한 사람들만이 군대로 갑니다. 러시아 정부는 병력을 얻기 위해 사람들을 의무적으로 동원, 징병하는 대신에 군대에 가는 사람들에게 큰돈을 줍니다. 북한 사람들이 믿기 어렵겠지만 우크라이나에서 싸우는 러시아 병사들은 최소2,200달러 즉 15,000 중국 위안을 월급으로 받습니다.
하지만, 이 돈이 북한병사들과 가족들에게 보상으로 돌아갈지에 대해서는 알려진바 없습니다. 란코프 박사는 “결국 북한도 얻는 것이 있고 러시아 정부는 어려운 정치 결정 즉 동원령 선포를 늦추거나 회피할 수 있기 때문에” 파병이 이뤄졌다고 란코프 박사는 말했습니다.
란코프 박사 : 러시아 사람들은 전쟁터로 가지도 않고, 정부에 대한 불만이 커지지 않을 것이고 경제도 대체로 잘 가동될 것 같습니다. 다만 누군가가 대신 죽어갈 뿐입니다.
‘인신공양(human sacrifice)’ 바로 이래서 나온 말입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에는 출산율이 낮다고 눈물을 흘리며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호소하는 북한 김정은이 왜 러시아에 1만명의 군인들을 파견했는지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이경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