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불법 환적’ 등 제재회피 말고 핵폐기 결단 내려야”

서울-목용재, 고영환 moky@rfa.org
2019-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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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한 혐의로 수사를 받는 한 선박이 부산 감천항 한 수리조선소 안벽에 계류돼 있다.
3일 오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한 혐의로 수사를 받는 한 선박이 부산 감천항 한 수리조선소 안벽에 계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한국 정부가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한국 국적의 선박을 억류했습니다. 한국 국적의 선박이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억류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한국 정부가 대북제재를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되는데요.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합니다.

목용재: 위원님 안녕하세요. 지난 한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한국 국적의 선박, P호가 부산에 억류돼 있습니다.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인데요. P호의 억류 경위부터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영환: 북한의 연속되는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에 따라 국제사회는 현재 대북제재를 이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이런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공해상에서 원유, 휘발유, 디젤유 등을 ‘선박 대 선박’의 방식으로 사들이고 있습니다. 선박 대 선박, 환적이란 말 그대로 공해상에서 유류를 실은 외국배와 북한배를 나란히 세워놓고 옮기는 것을 의미하는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를 회피하는 방식입니다. 북한 선박에 석유 제품을 옮겨 실은 혐의로 한국 국적의 P 선박이 현재 한국의 한 항구에 억류돼 있습니다. 한국의 수사당국은 지난 3일 남북교류협력법과 선박입출항법 위반 혐의로 제주 선적 5160톤 급인 P호의 선장 A씨와 선박 관리업체 R사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P호는 지난 2017년 9월 10일부터 같은 달 24일까지 동중국해 공해상에서 북한 유조선인 ‘금운산’호와 ‘유선’호에 각각 1820톤과 2500톤 등 모두 4320톤의 유류를 환적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 선박은 관계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공해상에서 불법 환적을 감행했습니다. 이를 위해 입출항 신고도 허위로 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한국의 수사당국은 P선박과 선원을 관리하는 R사가 북한 선박에 대한 유류 환적 방지 교육을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P호가 허위 입출항 신고를 한 것에 대해 감독하지 않은 책임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목용재: 한국 정부는 대북제재 결의 위반 혐의로 P호 외의 다른 3척의 선박도 억류하고 있습니다. 또한 토고(또고), 파나마(빠나마) 국적 선박들의 대북제재 결의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 중입니다. 이들은 향후 어떤 조치를 받게 되는 겁니까?

고영환: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 국적의 P선박은 4320톤의 유류를 북한 선박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 배와 함께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한 혐의로 한국에 발이 묶인 채 조사를 받는 배가 2척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부산항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파나마 국적의 K호와 북한 흥남항에서 석탄을 싣고 한국에 들어왔다가 포항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토고 국적의 D호입니다. 이 선박들이 지난 2월 각각 부산, 포항에 입항함에 따라 한국 정부는 이 배들의 대북제재 결의 위반 여부에 대해 조사 중입니다. 한국 외교부는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한 선박들의 처리 방향에 대해 미국,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등과 협의 중입니다.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해 6개월 이상 억류 상태였던 선박에 ‘적절한 조치’가 취해진다면 이 선박은 억류 상태에서 풀려날 수 있습니다. 한국의 외교소식통은 “‘적절한 조치’는 재발 방지가 초점”이라며 “해당 선사의 재발 방지 약속과 선박들에 대한 모니터링, 즉 검열을 강화하는 내용 등도 포함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목용재: 북한은 대북제재가 이행 중임에도 이처럼 불법 환적 방식을 통해 석탄, 석유, 정유 제품 등을 수입·수출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이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망을 피해 정제유나 석탄 등을 수입·수출하고 있는 규모 등에 대해 어떻게 파악하고 계십니까?

고영환: 현재 북한은 연이은 핵실험 등으로 인해 국제사회의 엄중한 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석탄, 석유, 정유제품 등을 수입하고 수출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지난 1일 작성한 ‘북한의 석탄 공급 활동과 사진’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올해 2∼3월 남포항과 나진항, 신의주 철도 조차장 등의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를 내놨습니다. 38노스가 지난달 13일 남포항을 찍은 사진을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서 석탄을 실어 나르는 차량 21대가 목격됐습니다. 또한 차량 25대 가량도 남포항 석탄 야적장 인근 철도 주변에서 포착됐습니다. 이와 함께 38노스는 지난 2월 8일 나진항을 촬영한 사진에서 석탄으로 추정되는 것들이 많이 쌓여 있는 모습을 포착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11월 유엔 비공개 문서와 미국 관리들의 증언들을 인용해 수십 척의 선박과 회사가 북한의 불법 교역에 관련돼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특히 이들은 북한과의 관련성을 감추기 위해 허위 선박명과 세관 신고서를 사용해 다른 국가의 선박으로 위장한다고 전했습니다. 신문은 이들 선박이 적재용량을 모두 채워 북한으로 갔다면 대북 원유 공급 상한선인 연 50만 배럴의 5배가 넘는 석유가 지난해 북한으로 반입됐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눈을 피해 석탄을 불법으로 외국에 수출하고 각종 유류는 불법으로 수입하고 있는 겁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최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 외무성에 “국제기구에 우리 식량 사정이 어렵다는 것을 호소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들은 북한의 외환보유액 추정치가 수십억 달러에 그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북한의 현재 식량과 석유 비축량으로는 북한은 1년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북한이 최근 들어 부쩍 자력갱생을 주장하는 것을 보면 북한의 사정이 매우 어려운 것으로 보입니다.

목용재: 대북제재 결의 위반 사례에 한국이 연루되는 상황이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가 영해에서 벌어지는 대북제재 결의 위반 사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미국의 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지난 3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연관돼 벌어지는 각종 불법 환적 행위에 대해 한국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추적, 감시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불법 환적이 의심되는 한국 선박의 초기 정보 역시 미국 정보 당국으로부터 나왔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한국 영해상에서 벌어지는 선박들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것이 한국 정부의 기본 역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미국 정부는 지난달 21일 발표한 북한의 불법 해상운송 관련 주의보에 한국 선적의 선박을 포함시켰습니다. 불법 환적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들의 명단을 발표하면서 ‘루니스’라는 이름의 한국 선박을 포함시킨 겁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미국이 한국에 대북 제재 이행과 대북 압박 공조를 촉구하는 경고성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한국 정부가 대북제재 이행에 미온적이라는 의혹을 받는 이유는 제재를 회피하는 북한의 수법이 워낙 정교한 탓도 있겠지만 일부 한국 사업가들이 북한과의 거래를 ‘민족거래’로 생각하는 경향도 한가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대북거래를 같은 민족 간의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같은 행위가 대북제재에 저촉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목용재: 불법 환적 등의 방식을 통해 대북제재망을 회피하고 있는 북한의 경제 사정은 어떻게 평가하고 계십니까. 북한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얼마나 더 견딜 것이라고 예상하십니까?

고영환: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는 명확한 의지나 행동을 보이지 않고 있어 국제사회의 제재는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도 제재가 지속된다면 북한은 석탄을 싼 값으로 팔 수 밖에 없습니다. 석유 등 전략물자를 밀수입하는 경우에도 일반거래보다 더 큰 비용이 소요돼 북한 경제의 부담이 커질 겁니다. 북한 당국이 물과 공기만 있어도 살 수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는 것은 북한 경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북한이 1~2년은 버틸 수 있을지 몰라도 그 이상은 견디기 힘들 겁니다. 핵만 폐기하면 외부로부터 많은 투자와 경제지원이 이뤄져 북한 인민 생활이 윤택해질 텐데 북한지도부가 왜 그렇게 핵을 유지하겠다고 고집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목용재: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한의 경제발전을 강조하면서도 완전한 핵폐기 결단은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위원님 지적대로 북한이 핵을 폐기해야 경제 발전에 집중할 수 있을 텐데요. 김 위원장이 완전한 북핵 폐기 결단을 조속히 내리길 기대해봅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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