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남북미 판문점 회동 당시만 해도 빠른 시일 내에 미북 실무협상이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는데요. 최근 들어 북한이 대화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지속적으로 내비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 위원님, 지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 북한이 대미협상의 시한으로 설정한 연말까지 앞으로 4개월여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미북 비핵화 협상 재개와 관련한 양측의 현재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고영환 : 미북대화에 대한 기대가 사라져가고 있다고 말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에 대한 미국의 반응이 지난 달 31일에 나왔습니다. 미 국무부는 이날 최 부상의 담화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을 물은 한국 언론의 질문에 "우리는 북한의 카운터파트, 즉 북한의 대화 상대방으로부터 답을 듣는 대로 협상에 관여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은 미북협상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나올 때마다 이 같은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그러나 미 국무부가 "북한이 답변을 주는대로"라고 언급한 것은 최근 미국과 북한 사이에 조성되고 있는 교착 국면의 원인이 북한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지난 6월 30일 판문점 미북 정상 간 회동 이후 미국 측은 지난 7월 중순 경에 미북이 실무협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7월, 8월이 다 지난 현재에도 미국에 답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국무부의 입장은 미국이 협상 시기와 장소에 대한 제안을 이미 북한에 했으며 이에 대한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리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이 나오기 전에 최선희 제1부상은 지난 달 31일 본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발언을 비난하며 미국과의 대화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내놨습니다. 최 부상은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달 27일 미국 재향군인회 주최 행사 연설에서 "우리는 북한의 불량 행동을 무시할 수 없다"고 한 발언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도를 넘었으며 예정돼 있는 미북 실무협상 개최가 더욱 어렵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미국과의 대화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며 "(미국은) 우리를 지금까지의 모든 조치들을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떠밀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미국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직접 비난하지 않고 북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비판하지 않으며 수위를 조절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형국입니다. 저는 최 부상의 담화가 향후 진행될 수 있는 미북 정상회담에 앞서 기싸움을 벌인 차원이라고 봅니다. 또한 미북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북한 외무성이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해 놓은 차원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미국 역시 지난 6월부터 8월까지의 북한 미사일 도발들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으면서 협상의 동력을 찾으려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봅니다.
목용재 : 위원님 말씀대로라면 현재 미북 양측의 관계가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아 보이는군요. 그렇다면 북한의 대남기조는 현재 어떻습니까?
고영환 : 북한은 지난 7월 하순부터 한국 정부와 한국 대통령을 심한 말로 공격해 왔습니다. 북한 외무성,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 국가기관들은 물론 노동신문과 조선신보 등 각종 선전매체들을 총동원해 차마 입에 올리기 민망한 수준의 표현들로 한국을 비난했습니다. 북한에서는 김 위원장과 말 한마디만 주고받아도 '접견자'라고 부르며 대우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수차례 회담하고 식사도 하고 공연도 같이 본 사이입니다. 북한 표현대로 한다면 문 대통령은 이른바 '주요 접견자'인데 이렇게까지 심한 비난을 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듭니다. 당시는 한미연합훈련을 전후한 시기라서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한미연합훈련이 끝난 이후에도 대남 비난을 지속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노동신문은 지난 1일 해설을 통해 한국 국방부의 F-35A 스텔스 전투기 도입 계획 등을 언급하며 "남북선언들과 남북 군사합의서에 대한 전면부정이고 우리에 대한 노골적인 대결 선언"이라고 하면서 "남조선 당국의 처사는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시아 지역의 정세 악화만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최근 행보들은 한국 정부가 미북을 서로 만나게 해줬고 그 수준이 정상급까지 올라갔으니 이제 한국은 물러서라는 김 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은혜는 은혜로 갚아야 한다는 말을 북한 지도부가 명심했으면 좋겠습니다.
목용재 : 이런 가운데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리용호 외무상은 유엔총회에 참석하지 않을 것을 통보했고요. 이 같은 움직임들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왕 국무위원의 이번 평양 방문은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실무협상이 교착된 상황에서 진행된 것이기 때문에 북한과 중국이 어떤 문제들을 논의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오는 10월 1일 중국 건국 70주년 기념행사에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하는 문제를 논의했을 가능성, 중국의 경제지원을 절실하게 바라는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 중국의 대북지원 문제 등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원하는 미국에 맞서 북중이 어떻게 공동으로 대응할지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로선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9월 하순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제74차 유엔총회에 불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 달 31일 유엔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이번 유엔총회의 일반토의 기조 연설자로 대사급을 통보했습니다. 당초 리용호 외무상이 참석해 기조 연설을 할 예정이였던 것으로 알려진 바 있습니다. 따라서 왕이 국무위원의 방북은 유엔총회에 앞서 북중 외교 수장들이 만나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된 대미 공동 대응 문제를 논의하는 데 그 목적이 있었을 겁니다.
목용재 : 앞서 지난 달 29일 열린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미북 실무협상과 관련한 어떤 메시지가 나올지 주목됐었는데요. 특별한 대외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참석하지 않았고요. 북한의 의도는 무엇이라고 분석하십니까?
고영환 :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달 29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 불참했습니다. 한미 연합훈련 종료 직후 최고인민회의가 개최되면서 새로운 대내, 대외 입장이 나올 것으로 예측됐으나 헌법 개정과 간부 사업 등의 문제만 토의됐습니다. 금번 최고인민회의에서 주목되는 점은 헌법 수정을 통해 국무위원회의 위상을 '최고령도자의 유일적 영도를 실현하는 중추적 기관'으로 공고히 했다는 점입니다. 또한 국무위원장의 임무와 권한을 '최고인민회의 법령, 국무위원회 주요 정령과 결정의 공포'로 규정하고 '국무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 선거하지 않는다'고 명시 것도 주목해 볼 만 합니다. 이번 최고인민회의 개최 의도는 한 마디로 김정은 위원장의 법적 지위를 김일성 국가주석보다 더 높이 올려놓는데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김 위원장의 지위가 얼마나 더 올라갈지 궁금합니다.
목용재 : 한미 연합훈련, 최고인민회의가 끝나면 미북 비핵화 실무협상이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과 기대가 많았습니다. 미북 비핵화 실무협상이 재개되는데 필요한 조건이나 환경, 어떤 것이 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 비핵화 협상이 재개되는데 필요한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생각이 바뀌는 겁니다. 김 위원장은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필요한 것은 북한과의 외교적 합의나 성과이기 때문에 북한이 좀 더 버티면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설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처럼 대통령 한 명이 운영하는 나라가 아닙니다. 입법부, 사법부, 언론, 국민 여론 등이 뒷받침해야 대통령의 힘이 생긴다는 것을 북한이 모르는 것 같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시간이 자신의 편이라고 생각하면서 실무협상을 지연시키고 있는데 이는 오판이 될 것으로 저는 보고 있습니다.
목용재 : 위원님 말씀대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일 겁니다. 이를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지금까지 많은 노력을 했지만 북한이 실무협상에 언제 나올지조차 모르는 상황이라 안타까움만 더해가는 상황입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