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방북 긍정적 측면 더 크다

서울-박성우, 고영환 parks@rfa.org
2015-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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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5일 오후(현지시간) 터키 안탈리아 레그넘 호텔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 도착행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5일 오후(현지시간) 터키 안탈리아 레그넘 호텔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 도착행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이른 시일 내 북한을 방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위원님, 북한에 계시는 우리 청취자들을 위해서 먼저 설명을 좀 해 주시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방북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그간 경과는 어떠했습니까?

고영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23일 이른 시일 내에 북한을 방문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반 총장은 이날 미국 뉴욕 소재 한국 유엔대표부에 마련된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조문소에 들러 애도를 표한 뒤 한국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재로써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방북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하고 있다"며 방북 추진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반 총장은 "북한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오고 있고, 언제 방북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서로 일자를 조정 중에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 총장은 방북을 추진하는 배경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는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또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남북한 간의 평화와 화해를 도모하고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저의 방북을 포함해서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반 총장은 "그간 남북한 간의 관계라든지 정세가 여러 가지로 여의치 않다가 최근 리수용 북한 외무상이 두 차례 유엔을 방문한 계기에 둘이서 만나 방북 문제를 논의했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반기문 총장이 북한을 방문하려 하였으나 북한의 변덕으로 실현되지 못한 전례가 있습니다. 반 총장은 2009년에도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막판에 북측이 입장을 바꾸면서 계획이 취소된 바 있고, 올해 5월 21일 개성공단에 반 총장을 초청하였었으나 방북 하루 전에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반기문 사무총장의 방문을 철회했었습니다. 북한이 이번에도 반 총장을 초청하고 마지막 순간에 방북을 취소하는 경우 북한의 신뢰에 큰 상처를 낼 것이기에 북한이 똑같은 외교적 결례를 범하지 않으리라고 기대를 해 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북한에 가려고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봅니다. 첫째는 국제평화를 수호할 사명을 가지고 태어나고 존재하는 유엔의 총책임자로서 한반도에서 평화를 지키고 남과 북의 화해와 협력을 촉진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번째로는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통일을 실현하는 길을 모색하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기문 사무총장의 국적은 대한민국입니다. 한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한겨레가 얼싸안는 통일의 문을 여는 역사적 사명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 그에게 분명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반 총장이 북한을 방문하게 된다면 어떤 의제가 논의될 거라고 보시나요?

고영환: 반기문 총장에 앞서 평양을 방문했던 유엔 사무총장 2명이 모두 당시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일성 주석을 만났고, 그래서 반 총장이 이번에 평양에 가게 되면 북한의 1인자인 김정은 제1위원장을 만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반 총장이 김 제1위원장을 만나게 되면 북한 핵 폐기 문제와 관련해서는 6자회담 복귀 등 대화를 통한 해결을 촉구하고, 인권 문제에 대해선 유엔의 대북인권 결의안 추진 움직임을 소개하면서 북한의 인권개선 노력을 주문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반 총장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대화 증진을 위해 어떠한 역할도 기꺼이 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밝혀왔다는 점에서 남북 긴장완화 문제, 남북화해 문제 등도 김정은 제1위원장과 토론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핵 문제, 미사일 문제, 인권 문제 등은 매우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두 사람이 합의점을 도출하기는 쉽지 않으며, 반 총장의 방북은 한국인 유엔 수장으로 북한을 방문했다는 상징적인 의미 이상의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저도 반 총장이 방북하는 경우 여러 문제들을 놓고 두 사람이 많은 이야기를 하겠지만 서로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두 사람이 만나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저는 반기문 총장의 평양 방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박성우: 반 총장의 북한 방문이 성사된다면, 북한도 이 기회를 통해서 뭔가 얻고자 하는 게 있기 때문일 텐데요. 위원님, 그게 뭐라고 보면 되겠습니까?

고영환: 평양이 반기문 총장의 방북을 바라고 초청을 하였다는 것은 북한 지도부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으로 얻을 것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집권 4년차인 김정은은 아직도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을 비롯하여 그 어떤 국가수반도 만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계사에서 이런 일은 흔치 않습니다. 시 주석도, 푸틴 대통령도 만나지 못한 김정은이 정상 외교를 ‘세계의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만남을 선두로 하여 시작한다면 단번에 세계의 주목을 받을 것입니다.

전세계의 언론은 앞다투어 ‘은둔의 지도자’ 김정은과 반기문 총장의 정상외교를 취재할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세계의 유명한 신문과 방송에 비쳐지는 김정은의 모습을 보면서 ‘아 우리 지도자가 세계에서 저렇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구나. 대단한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틀림없이 가지게 될 것이고 이는 김정은의 1인 지배체제 공고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반 총장의 방북이 김정은의 권위를 세우는데 기여하게 되더라도 저는 반 총장이 평양에 가서 김정은을 만나 핵 문제나 인권문제에 대한 세계의 반응을 전달하는 것이 나쁜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일정 조율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는 뭔가 속사정이 있을 텐데요. 위원님은 그게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고영환: 유엔이 지난 19일 북한의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키면서 반기문 사무총장의 방북 실현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유엔 총회 제3위원회는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전체회의를 갖고 북한에서의 광범위한 인권 침해를 비판하며 찬성 112표, 반대 19표, 기권 50표로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유엔 결의안에는 북한에서 오랜 기간 지속적이고 조직적으로 광범위한 인권 침해가 벌어지는 상황을 비판하고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인권유린 책임자를 회부해 처벌하도록 촉구하는 내용 등이 들어 있습니다. 이날 결의안이 채택됨에 따라 다음달 유엔 총회 본회의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상정될 예정이며, 지난 사례들로 보아 올해도 무난하게 이 결의안이 통과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문제는 유엔의 이러한 활동이 반기문 사무총장의 방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이냐는 점입니다. 북한이 김정은 정권 이후 인권결의안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북한이 향후 반 총장의 방북 계획에 부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습니다. 북한 지도부는 현재 반 총장의 방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더 클지 아니면 잃을 것이 더 클지 손익을 계산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이 질문도 드리고 싶습니다. 북한에게 유엔은 어떤 존재입니까?

고영환: 북한 주민들에게 있어서 유엔은 양면성을 지난 존재입니다. 부정적인 측면이 더 큰데요. 부정적인 측면은 6.25 남침 시, 그러니까 북한이 남한을 침략했을 때, 만일 유엔군이 한국의 편에 서서 싸우지 않았더라면 북한에 의한 통일이 이루어졌을 것이고, 그러면 오늘의 고생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북한 주민들은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긍정적인 부분은 부정적인 면보다 훨씬 작긴 한데, 그것은 바로 유엔이 가장 큰 국제기구이고 유엔 사무총장은 대단한 사람만이 하는 자리라는 정도의 인식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만일 반 총장의 방북이 실현되면 북한 주민들은 반 총장이 통일을 위하여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충분히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박성우: 오늘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북한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 봤는데요. 위원님 말씀하신 대로 북한에는 ‘양면성’을 가진 존재로 인식되는 유엔의 수장이 북한을 방문하게 된다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반도 평화와 북한의 인권 문제 개선에 도움이 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 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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