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러 파병 소식에 북 주민 불만 확산 가능성
2024.10.25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에 대규모 병력 파견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세계적으로 긴장감이 돌고 있는데요. 장기전으로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북한군의 대규모 파병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향후 전망 등에 대해 김성렬 부산외대 교수로부터 말씀 들어 보시겠습니다.
[진행자] 한국 국가정보원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소식을 전했죠? 이 소식으로 이번주 내내 전세계가 떠들썩했는데요. 먼저 이 소식 정리해 주시죠.
[김성렬] 북한과 러시아가 새 조약으로 준군사동맹 관계를 복원함에 따라 정보 당국이 북한의 우크라이나 파병 가능성을 주시해 왔습니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군사동맹에 해당하는 내용을 담은 북러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조약’ 체결에 북·러 협력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지난 6월 22일 밝힌 바 있습니다. 최근 국정원은 북한 특수부대 3,000여 명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을 완료했고 북한이 앞으로도 추가 파병을 진행해 연말에는 그 규모가 1만여 명 수준이 될 것이라고 국정원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국정원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 군인들은 극동지역 블라디보스토크·우수리스크·하바롭스크·블라고베셴스크 등에 분산돼 현재 러시아 군부대에 주둔 중”이라며 “적응 훈련을 마치는 대로 전선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와 관련한 한국 정부 및 정치권, 그밖에 미국 등 국제사회의 반응에 대해서도 정리 부탁드립니다.
[김성렬]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1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러·북의 무모한 군사적 밀착이 규범 기반 국제질서를 근본적으로 뒤흔들며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이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은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과의 통화에서 “러·북 협력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나토 및 나토 회원국들과 실질적 대응 조치를 함께 모색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뤼터 사무총장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나토가 러·북 군사협력에 대응하기 위해 대한민국과 적극적으로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영국 의회 내 북한 관련 초당파 모임(APPG NK)의 공동의장 데이비드 올턴 상원의원은 21일 상원에서 열린 ‘세계기독연대(CSW) 북한 인권 보고서’ 발표 및 토론에서 북한 파병설을 언급하며 “북한의 관여는 우크라이나 전황에서 새로운 전환점이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외교부 김홍균 1차관은 21일 오후 지노비예프 대사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불러들여 “북러 간 군사 밀착이 국제사회를 향한 중대한 안보 위협”이라면서 “이는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와 유엔(UN)헌장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규탄했습니다.
[진행자] 결국 북러가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이 실질적으로 작동한 것으로 봐야할 것 같은데요. 북한이 대규모 병력을 파견한 만큼 향후 러시아에 어떤 반대급부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김성렬] 북한의 이번 파병은 북한과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들어맞은 결과, 즉 ‘이익균형’이 발생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파병의 대가로 정치·경제·군사 등 여러 방면에서 러시아의 협력을 얻어 낼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북한이 전장에서 러시아가 획득한 전쟁 관련 자료를 습득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이 이를 국방력을 현대화하는 데 활용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 외에도 북한은 앞으로 러시아로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추진잠수함, 군사정철위성 등에 필요한 첨단기술을 제공받을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그리고 군사동맹을 맺는 것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적대적 국가와 힘의 균형, 즉 억제력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북한이 전투 병력이 빠져나가는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파병을 결정한 건 러시아가 억제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억제력과 관련해 향후 세가지 측면에서 양국은 군사협력을 추진해 나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북러 연합군사훈련입니다. 이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한 대응의 차원에서 추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동안 북한은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한 공포를 늘 가지고 있었습니다. 두번째는 러시아의 핵우산을 제공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한이 현재 가지고 있는 핵전력으로 한미 동맹이 갖고 있는 전력과 균형 맞추기가 어렵기 때문에 러시아의 핵무기와 핵무기 운반체 기술을 제공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세번째는 위 두가지 군사협력을 통해 북러 양자동맹의 수준을 한미 양자동맹 수준까지 발전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게 되면 유사시 러시아군이 즉각 한반도에 군사 개입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진행자] 일각에서는 상당한 규모의 북한군이 전장에서 전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이런 대규모 파병의 경우 상당히 이례적인 조치인 만큼 군대에 자식을 보낸 북한의 부모님들도 상당한 걱정을 할 것 같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런 당국의 조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 것으로 보십니까?
[김성렬]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 포스트는 도네츠크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사망한 20여 명에 북한군 장교 6명이 포함됐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10월 21일에는 우크라이나 매체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도 현지 보안당국 관계자 말을 인용해 러시아에 파병됐다가 진지를 무단 이탈한 ‘부랴트 대대’ 소속 북한군 18명이 러시아군에 붙잡혀 구금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매체는 지난 14일 우크라이나 국경과 약 7㎞ 떨어진 러시아 쿠르스크주 진지에서 훈련을 받다가 무단 이탈한 북한 장병 18명이 이틀만인 지난 16일 탈출 지점과 약 60㎞ 떨어진 곳에서 러시아군에 붙잡혔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은 러시아의 요청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대리전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에 전장에 아들을 보낸 북한의 부모님들의 정권에 대해 불만이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 정권이 ‘경제·핵무력 병진노선’을 발표한 지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어떤 업적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파병을 결정했기 때문에 정권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도와 충성도는 현격히 떨어질 것으로 판단합니다. 이러한 현상을 ‘국내청중비용’이 증가한 것이라고 표현하는데 파병으로 인한 북한 주민들의 불만이 확산될 뿐 아니라 파병된 장병들도 진지를 벗어나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이제 주목되는 것은 바로 북대서양조약기구, 즉 나토의 향후 행보입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가능성이나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원할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지원이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보시는지에 대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성렬]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은 16일 ‘북한이 러시아를 돕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장에 군인을 파병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북한은 이미 러시아의 전쟁 노력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러시아와 북한 간 군사 협력 심화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현재 북대서양조약기구는 회원국들과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4개 파트너국(IP4)간 협력을 통한 공동안보를 심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7월 9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 창설 75주년 행사에서 발표된 것처럼 우크라이나가 요구했던 전략적 방공 무기체계 5개와 전술 방공무기 10여 개를 추가 지원하는 것에 대해 인도태평양 4개의 나라들과 협력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간접적으로 무기 지원을 거절하고 인도적인 측면에서 첨단 기술과 산업 생산품을 지원해 왔습니다. 앞으로는 지뢰탐지기, 지뢰 제거장비, 전쟁기금 등 지원 범위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하며 점차적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와 함께 집단 안보에 준하는 제한적 무기지원도 가능할 것으로 평가합니다. 이와 더불어 북한이 파병을 결정하면서 한국 정부는 최근 발족한 ‘다국적 제재 모니터링팀’을 통해 대북제재를 더 강화해 나갈 것으로 생각합니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도 발끈했던 새 대북제제 감시체제인 ‘다국적 제재 모니터링팀’ 은 11개국으로 구성되어 있고, 러시아의 임기연장 거부로 해체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의 대체 조직입니다. 유엔의 울타리 밖에서 ‘독립기구’ 형태로 활동하며 특정 이슈·분야별로 수시로 상세 보고서를 발간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한국 대통령실은 지난 22일 북러 군사협력 강도에 상응하는 단계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한국 대통령실은 단계적 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는데요. 교수님께서 전망하신 것처럼 무기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관측됩니다. 시사진단한반도, 오늘도 김성렬 부산외대 교수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성렬]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