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북 극초음속 미사일은 대미 메시지
2025.01.10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북한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탄도미사일 도발을 벌였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을 한 달 여 앞둔 상황에서 이 같은 도발을 벌인 것인데요.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을 염두에 두고 또다시 도발을 벌일지 주목됩니다. 오늘도 김성렬 부산외대 교수와 함께 하겠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지난 6일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했죠? 먼저 이 내용 정리해주시죠.
[김성렬] 북한은 7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노동신문은 전날 “평양시의 한 발사장에서 장창하 미사일총국장이 신형 IRBM 시험발사를 지도했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화상감시체계로 시험 발사를 참관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보도에 따르면 평양시 교외의 발사장에서 동북방향으로 발사된 미사일의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탄두)는 음속의 12배에 달하는 속도로, 1차 정점 고도 99.8㎞, 2차 정점고도 42.5㎞를 찍으며 예정된 비행궤도를 따라 비행하여 1,500㎞계선의 공해상 목표가상수역에 탄착됐습니다. 북한의 이러한 도발에 대해 한미일 북핵대표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강력 규탄하고 3국간 긴밀히 공조해 위협에 단호히 대응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한국 외교부 이준일 한반도정책국장은 세스 베일리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 오코우치 아키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 심의관과 3자 유선 협의를 가져 “북한이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다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자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이라고 규탄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은 이 미사일을 ‘극초음속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데요. 그러면서 사거리나 정점고도에 대해서는 한국 군 당국이 파악한 바와는 다르게 발표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김성렬] 북한 노동신문은 “미사일의 극초음속 활공비행 전투부는 음속의 12배에 달하는 속도로 1차 정점고도 99.8km, 2차 정점고도 42.5km를 찍으며 1500km계선의 공해상 목표 가상수역에 정확히 탄착됐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 한국 군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지난 6일 발사한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의 비행거리와 2차 정점고도에 대해 기만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7일 밝혔습니다. 군 당국은 “작년 4월에도 신형 고체 추진 극초음속 미사일을 성능 시험을 한 바 있다”면서 “이에 대한 연장선상의 미사일이라고 보고 극초음속 미사일은 종심이 짧은 한반도 내에서는 성능 발휘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극초음속 중장거리탄도미사일에 대해 “누구도 대응할 수 없는 무기체계를 전략적 억제의 핵심축에 세워 나라의 핵전쟁 억제력을 계속 고도화하자는 데 있다”면서 “이러한 무기체계를 보유한 나라는 세계적으로 몇 안 될 것”이라고 자평했습니다. 이번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의 기술적인 측면에서 비행의 추진체(동체), 고도 등을 놓고 기만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있습니다만 북한은 그동안 시행착오를 거듭 반복하면서 점진적으로 핵 운반체에 대한 기술의 고도화를 추구해 온 것은 사실입니다. 한미, 미일 전략자산이 대거 전개되어 있는 괌과 오키나와 지역을 사정거리에 둔 이번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는 ‘전술적 억제’보다는 ‘전략적 억제’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미국의 신정부를 겨냥한 도발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진행자]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에 대해 국제사회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죠?
[김성렬]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극초음속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공개회의를 열고 강력한 유려를 표명했습니다. 이번 회의에서 미국의 도로시 시아 유엔 주재 미국 차석대사는 이번 발사는 여러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라며 “2022년 이후 북한이 100차례 이상 발사한 탄도미사일 시험은 명백한 결의 위반”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각 시험 발사는 북한에 기술적 과제를 알려줘 무기 프로그램 발전을 가능케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덴마크의 크르스티나 마르쿠스 라센 대사는 북한이 외교와 대화의 길로 복귀할 것을 촉구하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한반도 비핵화를 통해 항구적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는 데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야마자키 카즈유키 유엔 주재 일본대사는 “안보리의 침묵은 북한뿐 아니라 잠재적 확산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뿐”이라며 국제사회는 무책임하고 느슨해진 제재의 체계적 위험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국의 황준국 주유엔 대사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지속적인 안보리 결의 위반, 비확산체제(NPT) 악용, 공격적이고 위험한 군사적 모험 추구를 중단시키고 책임을 묻지 못하거나, 망설이면 국제사회는 결국 더 큰 위험을 마주하게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주목되는 점은 북한이 극초음속미사일 시험 발사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을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감행했다는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도 제기되는데요. 이에 대해선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김성렬] 북한이 극초음속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 후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누구도 대응할 수 없는 무기체계를 전략적 억제의 핵심축에 세워 나라의 핵전쟁 억제력을 계속 고도화하자는 데 있다” 며 “이것은 공격적인 구상과 행동인 것이 아니라 명백히 자체 방위를 위한 구상과 노력”이라며 이번 시험발사가 주변국들의 안전에 그 어떤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강변했죠. 이번 북한의 극초음속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고도로 계획된 도발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전략적 억제의 핵심축”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이는 핵무기 운반체 기술의 고도화를 통한 ‘대화의 유연성’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가지고 있는 전략핵 또는 전략핵을 위한 운반체는 기본적으로 미국 본토와 핵심 이익이 있는 지역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대화와 협상이라는 기능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미국의 신정부 출범을 앞두고 북한이 이번 도발을 감행한 배경이 있을 텐데요, 현재 트럼프 2기 외교안보 인사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마이크 월츠 백악관 안보보좌관 내정자는 도널드 럼즈펠드와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의 정책 보좌관역을 지냈고, 이란-러시아-중국-북한으로 이어지는 ‘격변의 축(axis of upheaval)’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 인사입니다. 국무부장관 내정자인 플로리다 상원의원 마코 루비오도 독재와 인권탄압에 대해 강경한 목소리를 냈던 인사여서 북한이 쉽게 상대할 수 없는 인물입니다. 그 외에도 국방장관 내정자인 피트헤그세스, 국방부 정책차관 지명자 엘브리지 콜비 등 초강경파로 알려진 인사들이 구성되어 있어서 북한이 선제적인 도발을 감행한 것으로 평가합니다.
[진행자] 미국으로서는 북한과 대화할 의지나, 계획이 있다고 보시나요?
[김성렬] 역대 미국 대통령 중에 공약 실천율이 1위라고 평가받는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캠페인과 당선된 후에도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를 만나겠다는 발언을 지속적으로 해왔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 기사에도 언급된 내용이지만 미국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난 합의에 도달하고 싶고, 도달하는 유일한 방법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고 협상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또한 리처드 그레넬 전 주독일 대사를 ‘특별외교임무담당특사’로 지명하고 트럼프 1기때 미북대화를 주선했다고 알려진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부대표를 국가안보 부보좌관으로 임명하여 미북대화 의지를 간접적으로 밝힌 바 있습니다. 미국의 우선주의를 대외정책으로 추진하게 될 트럼프 2기에서는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게 되면 독재국가 또는 권위주의 국가와 대화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지난 1기때 보여줬기 때문에 북한과의 대화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할 것으로 봅니다. 다만 북한이 하노이에서 미국과 협상 결렬을 경험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대북정책이 발표되기 전까지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에 응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미국 측에서 대북정책을 발표하기까지는 몇 가지 단계가 있는데 첫번째가 트럼프 당선인에 의해 지명된 외교안보 인사들이 의회의 승인을 받는 것이고 이 과정이 적어도 수개월은 걸릴 것입니다. 이후 대북정책이 발표되더라도 한동안은 미국과 북한 사이 트럼프 1기 때처럼 협상의 우위를 놓고 강대강 설전이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진행자] 네. 미국과 북한이 하루 속히 협상을 시작해 한반도 상에서의 안보위기가 조금이라도 줄어들길 바라봅니다. 시사진단 한반도, 오늘도 김성렬 부산외대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김성렬]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