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유명무실’ 9.19 합의, 서해 NLL은 다시 ‘화약고’
2024.01.12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한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 사흘에 걸쳐 포격 도발을 감행했습니다. 이에 한국 군도 실사격 훈련으로 맞대응했는데요. 서해가 다시 ‘화약고’가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 통일부 장관 특별보좌역과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북한이 지난 주말 사흘에 걸쳐 연이어 서해 북방한계선 인근 포사격을 감행했습니다. 이 내용부터 정리해 주시죠.
고영환: 한국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군은 지난 5일 오전 한국의 백령도 북방 장산곶 일대와 연평도 북방 등산곶 일대에서 해안포 위주로 200여 발 이상의 포사격을 실시했습니다. 북한이 서해 NLL, 즉 서해 북방한계선 방향으로 발사한 포탄은 대부분 해상 완충구역에 낙하했으며 가까운 곳은 NLL 이북 7km까지 근접했습니다. 9.19 남북군사합의로 사격 및 기동 훈련이 금지된 동, 서해 해상 완충구역에서 북한 군이 포사격을 한 것은 2022년 12월 이후 1년 1개월 만입니다. 북한군은 지난 6일에도 연평도 북서방 개머리 진지에서 방사포와 해안포 위주로 60여 발의 포사격을 진행했고 이 중 일부가 서해 NLL 이북 해상 완충구역에 떨어졌습니다. 지난 5일과 6일에 이어 지난 7일에도 북한 군은 서해 최북단 지역에 위치한 한국의 서북도서 주변에서 또다시 포 사격을 실시했습니다. 지난 7일 한국 군의 한 소식통은 “북한 군이 오후 4시께부터 연평도 북방에서 사격을 실시 중”이라고 언론에 밝혔습니다. 동 소식통은 “북한 군 포탄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낙하한 것은 없고 우리측 피해도 없다”며 “우리 군의 대응 사격도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새해 벽두부터 김정은 지도부의 대남 도발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목용재: 이번에 특이한 점은 김여정 당 부부장이 한국을 기만하는 성명을 냈다는 것입니다. 한국 군 당국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북한의 포격도발 당시 파악한 정보를 공개했고요. 이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7일 “우리 군대는 130mm 해안포의 포성을 모의한 발파용 폭약을 60회 터뜨리면서 대한민국 군부 깡패무리들의 반응을 주시했다”고 중앙통신 담화에서 말했습니다. 그는 “허세와 객기를 부려대는 대한민국 군부 깡패들의 실지 탐지 능력을 떠보고 불 보듯 뻔한 억지 주장을 펼 놈들에게 개망신을 주기 위해 기만작전을 진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7일 담화 발표 이후 중앙텔레비전은 20시 보도 시간에 북한군이 벌판에서 진행한 폭약 발파 장면을 44초 동안 공개했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의 주장이 맞는다면 북한 군은 지난 5일 연평도와 백령도 북방에서 해안포 200여 발을 발사해 한국 군의 경각심이 높아진 바로 다음 날 일부러 폭약을 터뜨려 한국 군의 탐지 능력을 깎아내리려 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의 이러한 주장에 한국 군 합동참모본부는 “우리 군의 탐지능력에 대한 수준 낮은 대남 심리전일 뿐”이라고 한마디로 일축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6일 서북도서 지역에서 포사격을 감행하기 전후로 10여 차례에 걸쳐 폭약을 터트린 것으로 한국 군은 파악했습니다. 지난 8일 군 소식통은 북한 군이 지난 6일 연평도 북서방 개머리 진지에서 방사포와 야포 등 포탄 60여 발을 사격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북한 군은 폭약을 먼저 터트리고 포사격을 했으며 포사격이 끝난 뒤에 다시 한 번 폭약을 터트렸고 폭약이 터진 횟수는 10여 회라고 설명했습니다. 군 소식통은 “당시 방사포탄의 비행 궤적도 포착됐다”며 “우리 군이 북한 포사격 발수까지 비교적 정확하게 맞추면서 (북한이) 상당히 당황한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저는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 내용과 북한 군이 폭약을 터뜨리는 장면을 녹화보도하는 것을 보면서 김정은 남매가 남북관계를 희극으로 몰아가고 있으며 저급한 행동들을 벌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저는 김정은 남매가 참으로 철이 없는 행동들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목용재: 한국도 9.19 남북군사합의를 전면 파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에 대한 특보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고영환: 전하규 한국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9일 기자회견 당시 북한의 잇따른 서해 북방한계선 주변 수역에서의 포사격에 대응해 육·해상 완충구역에서 훈련 재개를 선언하면서 9.19 남북군사합의가 사실상 파기됐다는 지적과 관련해 “전면 파기는 부처 간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9.19 군사합의는 2018년 9월 19일 발표된 평양공동선언의 부속 합의서입니다. 전 대변인은 “9.19 군사합의로 인해 군사분계선 5km 이내에서의 대규모 연대급 기동훈련이나 포병사격훈련, 해상훈련 등이 제한 받았던 부분이 있어서 전방 부대들과 접적 지역에서의 대비 태세를 갖추는 데 다소 제한된 부분이 있었다”고 하면서 “그런 부분에 대한 해소가 이뤄지고 부대별로도 보다 나은 여건에서 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기자들에게 말했습니다. 북한이 잇따라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 미사일들을 발사하고 정찰위성을 쏘며 1월에 들어와서도 잇따라 해상완충구역에 수백발의 포사격들을 하면서 사실상 9.19 합의는 효력을 잃었습니다. 북한이 9.19 합의들을 지속하여 위반하는데 한국만 해당 합의를 지킨다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9.19 남북합의는 북한에 의해 이미 휴짓장이 된 만큼 한국도 이를 폐기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목용재: 이런 가운데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한국이 주적이라며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군수공장 현지지도를 간 자리에서 이런 발언을 한 것인데,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8∼9일 북한의 중요 군수공장을 현지지도한 자리에서 “대한민국 족속들을 우리의 주적으로 단정”하면서 “조선반도에서 압도적 힘에 의한 대사변을 일방적으로 결정하지는 않겠지만 전쟁을 피할 생각 또한 전혀 없다”고 말했다고 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한국을 ‘주적’이라고 직접 단정한 것도 매우 이례적이라 생각합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 2021년 10월 국방발전전람회 연설에서 “우리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이나 미국의 특정한 그 어느 국가나 세력이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런 김정은 총비서가 조부 김일성 주석이나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고수해 온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을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은 것도 모자라 바로 2년 여 전에 자신이 한 발언도 뒤집어 버렸습니다. 한국을 ‘주적’이니 ‘초토화’한다느니, ‘통일은 없다’느니 하는 김정은 총비서의 발언들을 보면 김정은 총비서가 정상적인 사고를 하고 있는지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목용재: 북한이 한국과 미국에는 날 선 반응을 보이고 있는 반면, 일본에는 최근 지진 위로 전문을 보냈습니다. 한미일 공조 가운데 한 축인 일본 총리에게 김정은 총비서가 위로 전문을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이 같은 김정은 총비서의 조치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고영환: 강한 지진으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일본에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 5일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각하’로 칭하며 “새해 정초부터 지진으로 인한 많은 인명피해와 물질적 손실을 입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당신과 유가족들, 피해자들에게 심심한 동정과 위문을 표한다”라는 내용의 위로 전문을 보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후쿠시마 핵 오염수” 등을 언급하며 일본을 공격했는데 단기간에 그 방향이 바뀐 것입니다. 사실,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은 미국과 한국에 대해서는 날을 세우면서도 일본에 대해서는 관리를 해 온 측면이 있습니다. 제 3국에서 북한과 일본이 비공개적인 접촉들을 해 온 것도 조금씩 알려지고 있습니다. 저는 김정은 총비서가 일본 총리를 ‘각하’라고 부르기까지 하며 접근하는 데에는 기본적으로 윤석열 정부가 들어 선 이후 한미관계, 한미일 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는데 대한 강한 불안감이 작용한 것으로 봅니다. 다음으로는 한미일 삼각공조를 깨야 하겠는데 한미의 입장은 너무 굳건하니 그 중에서 가장 약한 고리로 보이는 일본을 공략하려는 김정은 총비서의 의도도 깔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외교란 무릇 지속성과 신뢰성이 기본인데 김정은식 외교는 도대체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 신뢰를 할 수가 없습니다.
목용재: 북한이 한반도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긴장수위를 높이데 일조를 하고 있습니다. 9.19 군사합의 전면 폐기 이후 남북 접경지역의 군사시설들을 복원하는 조치들도 취하고 있고 이스라엘-하마스, 우크라이나-러시아 간의 전쟁에 무기들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행위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중국과 러시아의 비협조로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지, 새로운 방법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 통일부 장관 특보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