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철수하는 일은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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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은 평화협정 체결을 둘러싼 논란을 정리해 봅니다.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지난 한 주 내내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와 관련한 뉴스가 초미의 관심사였는데요. 그중 하나가 평화협정 체결 문제였죠.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주한미군은 철수하는 것이냐’는 게 논란의 대상이 됐는데요. 위원님, 정리를 좀 해 주시죠. 어떻게 봐야 하나요?

고영환: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는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 사이에 정상회담이 진행되었고, 회담 후 판문점 선언이 채택됐습니다. 판문점 정상회담 후 한국과 국제사회에서는 한국전쟁 당사국 사이에 평화협정이 체결되는 경우 주한미군이 철수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평화협정 체결 시 주한 미군 철수'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그동안 한국 주둔 미군의 역할을 '평상시 북한의 군사적 도발 억제, 전쟁시 북한군 격퇴'에 한정시켜 해석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의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교체되는 경우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사라지고, 그렇게 되면 미군이 한국에 주둔할 명분이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과 세계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남북미, 혹은 남북미중 사이의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 미군 철수는 완전히 다른 사안이라고 주장합니다. 평화협정은 한반도에서 정전상태를 종결하는 협정이고, 주한 미군은 한미 동맹 차원에서 주둔하고 있다는 논리입니다.

주한 미군의 한국 주둔 근거는 1953년 7월 정전 후 3개월 뒤 한국과 미국 사이에 체결된 한미 상호방위조약입니다.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서는 '상호 합의에 의해 미합중국의 육군, 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허여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협정문 안에는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 한국에 미군을 주둔시킨다’라는 식의 표현은 없습니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태평양 지역에 있어서의 무력공격' 등을 언급하며 북한보다는 더 큰 지역적 범위에서의 위협에 대응한 것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한반도에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사라져도 한국에 혹은 한반도에 미군이 주둔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은 지난 1일 "주한미군은 한반도뿐 아니라 지역 전체의 안정 세력"이라고 말했습니다. 주한미군 특수작전사령부 대령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도 지난 2일 “남북 간 평화협정이 자동적으로 미군 철수를 의미하진 않는다. 이는 한미 양국 정부의 안보상황 판단에 달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미 상호방위조약 체결은 국제법상 인정되는 한미의 합법적인 주권 행사이며, 따라서 이를 북한이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는 없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박성우: 어제 오늘 미국 측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 검토를 지시했다’는 보도를 했고, 이게 한국에서 큰 뉴스가 됐는데요. 트럼프 행정부의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입장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고영환: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주한미군 주둔은 동북아 균형과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게 된, 그리고 주둔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6.25 한국전쟁이며, 이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게 하려는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미국의 입장에서 일부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전에 직접 쓴 '불구가 된 미국'이란 책에서 "현재 북한과 맞대고 있는 한국의 국경에는 2만8500명의 우리 훌륭한 미군이 있다. 오직 그들만이 한국을 지켜준다"며 "그런데 우리는 그 대가로 한국에서 무엇을 받았는가?"라고 반문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도 "우리가 지켜주는 나라들은 반드시 적정 수준의 방위비를 지불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이 나라들이 스스로를 방어하도록 준비해야만 한다"고 했습니다. 대통령에 취임한 뒤인 지난 3월 미주리주에서 한 연설에서는 "우리는 한국과 무역에서 큰 적자를 보면서 그들을 보호하고 있다. 우리는 무역에서 돈을 잃고 주한미군에서도 돈을 잃는다"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저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에 대한 일련의 변화된 입장을 보여 온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의식이 있다고 판단합니다. 우선 미국은 현재 한국과의 무역에서 엄청난 적자를 보고 있으며, 이는 공정하지 못하다는 문제의식입니다. 다음으로는 한국에 많은 수의 미군이 주둔하여 한국을 지키고 있는데 한국 정부가 그 비용을 제대로 물지 않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며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상기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 해결 수단으로 주한미군을 건드리고 있다는 것이 저의 평가입니다. 그러나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판단하고 있는 것처럼 저 역시 주한미군이 철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북한의 입장도 살펴보죠.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각각의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입장은 어떻게 이해하면 될까요?

고영환: 김일성은 생전에 주한미군에 대해 ‘철수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습니다. 그러나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은 1990년대 초 당시 김용순 비서를 미국에 보낸 자리에서,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을 평양에서 맞이한 자리에서, 2000년 6월 김대중 전 한국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를 원하지 않으며 통일 후에도 미군이 한반도에 남아 있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수차례 말했습니다.

김정은이 주한미군에 대해 공식적으로 무엇이라고 말했는지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명백한 것은 북한이 아직까지 그 어떠한 공식 문서에서도 주한미군 허용 문제를 명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제가 북한 외교관을 지낼 때 북한 외교의 첫째 목적은 전 세계의 주체사상화였고, 둘째가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한미동맹을 해체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그러한 목표들을 수행하기 위하여 많은 나라에서 외교활동을 했습니다. 얼마 전에 한국에 온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도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는 북한 외교의 목표는 그대로 남아 있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삼대를 내려오면서 북한의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 해체’라는 내적인 목표를 변함 없이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주한미군 주둔 문제는 앞으로 평화협정 체결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될 것 같고요. 주시할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그런데 평화협정은 당장 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죠. 위원님, 평화협정의 체결 시점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시죠.

고영환: 한국 청와대는 남북 정상이 올해 안에 종전선언을 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하였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2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 정부는 정전협정을 없애는 방식으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두 가지 절차를 밟아가려 한다”며 “현실적으로 핵 문제도 있고 정전협정을 바로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기 어려우므로 중간 단계로 정치적 종전선언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 2일 평화협정 문제와 관련해 “평화협정 체결은 비핵화의 마지막 단계에서 설정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들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북한의 비핵화 선언, 한국전쟁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전선언, 그리고 북한 비핵화의 실제적인 실천, 즉 국제원자력기구 등의 북한 핵시설 등에 대한 검증과 사찰, 북한 핵무기 및 장거리 미사일 철폐, 대북제재 완화 및 철폐, 미국과 북한의 외교관계 수립, 그리고 평화협정의 체결이라는 길을 갈 것으로 봅니다. 평화협정에 이르기까지 갈 길이 멀어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박성우: 남과 북, 그리고 미국 정부의 의지가 강해 보이기 때문에 종전선언까지는 무리없이 진행될 것 같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입니다. 하지만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문제는 북한 비핵화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그 진도가 더딜 수 있다는 말로 풀이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