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잠행 끝낸 김정은, G7 계기 도발 가능성”
2023.05.19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김정은 당 총비서가 약 한 달 간의 잠행을 마치고 공개활동을 재개했습니다. 그런데 공개활동을 재개한 장소가 국가우주개발국이라는 점에서 정찰위성 발사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데요. 이와 관련해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최근 잠행하던 김정은 총비서가 한 달여 만에 국가우주개발국에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 내용 먼저 정리해 주시죠.
고영환: 북한 중앙통신이 지난 17일 김정은 총비서가 정찰위성 1호기를 시찰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중앙통신은 “김정은 동지가 16일 비상설 위성발사 준비위원회 사업을 현지에서 지도하셨다”고 하면서 “위원회의 차후 행동계획을 승인하셨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18일 김정은 총비서는 국가우주개발국을 방문해 “발사 최종 준비를 끝내라”고 지시한 바 있습니다. 통신은 김정은 총비서가 위성발사 사업 정형을 파악하고 조립 상태 점검과 우주 환경 시험을 최종적으로 마치고 탑재 준비가 완료된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돌아봤다고 전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이 자리에서 “군사정찰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하는 것은 조성된 국가의 안전 환경으로부터 출발한 절박한 요구”라며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의 최우선적인 국방력 강화 정책의 정확한 실천 과정인 동시에 나라의 우주 군사 및 과학기술 개발에서 뚜렷한 진일보로 된다”고 발언했습니다. 계속하여 그는 “나라의 군사 기술력을 획기적으로 상승시키기 위한 중대 사업 실천 과정에서 비상설 위성발사 준비위원회가 맡은 임무와 역할을 책임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데 대하여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습니다. 통신은 비상설 위성발사 준비위원회가 우주개발국과 국방과학연구기관들, 각급 대학 및 과학연구기관의 과학자, 기술자들을 망라하며 군사정찰위성 1호기 발사를 위한 사업의 마무리를 뜻하는 ‘결속’ 단계에 이르렀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18일 준중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한 후 동 미사일이 ‘위성 시험품’이었다고 주장하며 올해 4월까지 군사정찰위성 1호기 발사 준비를 마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올해 4월까지 정찰위성을 발사한다고 공언한 바 있는 북한의 위성발사가 계속 늦어지는 것은 기술적인 준비가 마무리되지 않았던 탓으로 분석됩니다.
목용재: 김 총비서가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시찰하고 비상설 위성발사 준비위원회의 차후 행동계획을 승인했다는 것은 북한이 조만간 정찰위성을 발사하겠다는 뜻으로 읽히는데요. 북한의 향후 행보,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김정은 총비서가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시찰하고 비상설 위성발사 준비위원회의 ‘차후 행동계획’을 승인하였다는 것은 정찰위성의 제작과 발사체의 탑재 준비를 끝내고 북한이 조만간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겠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들에는 연구원이거나 위성관계자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푸른색 작업복과 모자를 착용하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 그리고 붉은색 통제선이 둘러쳐진 위성의 실물로 추정되는 물체를 김 총비서가 바라보는 모습들이 담겨 있습니다. 김 총비서가 발사준비를 끝낸 정찰위성의 차후 행동 계획을 승인하였다는 보도로 보아 정찰위성 발사 준비는 끝난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히로시마에서는 5월 19일부터 G7, 즉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7개국의 모임이 열리고 있고 이 회의에 초청된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과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 간의 3자 정상회담, 독일과 프랑스의 국가 수반들과 한국 대통령 사이의 정상회담들이 연쇄적으로 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히로시마 G7 정상회담을 전후하여 정찰위성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목용재: 최근 김정은 총비서는 한 달여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김정은 총비서가 거의 한 달 가량 공개활동을 하지 않다가 지난 16일 나타났습니다. 지난달 18일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을 방문한 이후 28일만에 나타난 것인데요. 김 총비서의 잠행이 길어진 것과 관련하여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16일 기자들에게 “한국 정부는 활동 동향을 주시하고 있지만 현재 단계에서는 특별히 평가할 내용이 없다”고 발언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 2020년 10월 국방발전전람회 참석 이후 35일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같은 해 11월 삼지연시 현지시찰을 통해 공개활동을 재개한 바 있고 지난 2021년 10월에는 중국인민지원군열사능원을 찾은 후 25일 동안 공개활동을 하지 않는 등 여러 차례에 걸쳐 잠행을 하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다만 저는 김정은 총비서의 이번 28일 동안의 잠행은 좀 특이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4월 26일 윤석열 대통령의 워싱턴 국빈 방문을 계기로 ‘워싱턴선언’이 나왔는데요. 이 선언에서는 북한이 핵을 사용할 경우 한미가 즉시적이고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반격을 할 것이며 북핵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 사이에 ‘핵협의구르빠’를 만든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사용하는 경우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는 매우 강력한 발언까지 했습니다. 이후 5월 초에는 기시다 일본 총리가 한국을 방문했고 한미일 3국 해군이 북한 미사일 대응 및 북한 잠수함 대응 훈련을 진행하는 등 한미동맹과 한미일 삼각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강화되고 있습니다. 한국에 비해 북한이 유일하게 우월한 것이 핵무기인데 이를 무력화하기 위한 한미, 한미일 사이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강화되고 있으니 김정은 총비서가 매우 당황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북한이 강하게 나오면 윤석열 정부가 더욱 강하고 원칙적인 대응을 하니 북한은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면서 ‘전략적인 숨고르기’를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목용재: 이런 가운데 북한이 국제체육대회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이 내용도 정리해주시죠.
고영환: 2023 한국 진주아시아역도선수권 대회를 지켜본 이라크 출신의 모하메드 하산 자루드 국제역도연맹 회장은 지난 13일 한국의 한 언론에 “국제역도연맹은 북한과 가장 꾸준히 연락하는 스포츠 행정 기구일 것”이라면서 “최근까지도 북한 역도 관계자와 여러 문제를 놓고 대화했고 북한 역도의 국제 무대 복귀와 2024 파리 올림픽 출전 의지를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공식적인 의견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북한 역도 선수가 곧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자루드 회장은 6월 쿠바에서 열리는 국제역도연맹그랑프리 1차 대회를 ‘북한 역도의 국제대회 복귀전’으로 예상했습니다. 북한은 신형 코로나 감염병의 자국 내 확산 방지를 이유로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하계올림픽에 불참해 IOC, 즉 국제올림픽위원회로부터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자격을 2022년 말까지 정지당한 바 있습니다. 징계는 지난해 말로 자동 종료됐습니다. 한편 일본 민영 방송사 네트워크인 ANN은 지난 12일 북한이 오는 9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수백 명 규모의 선수단을 등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 체육계가 슬슬 기지개를 펴고 있습니다.
목용재: 북한이 국제체육대회에 복귀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북한은 신형 코로나 감염병의 북한 내부 확산 방지를 이유로 국제체육대회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코로나 때문에 닫았던 북중 국경도 조만간 열 것이고 국제체육경기들에도 모습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번에 북한이 항저우 아시안 게임 등에 다시 복귀하는 것은 코로나가 세계적으로 가라앉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북한이 이른바 ‘국위 선양’할 수 있는 부분 가운데 체육 분야가 거의 유일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조금씩이라도 북한이 국제사회에 복귀하길 바랍니다. 북한은 문을 꼭 닫아놓고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목용재: 김정은 총비서가 최근 잠행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국가우주개발국이었습니다. 이번에 다시 공개활동을 재개한 곳도 국가우주개발국이고요. 이 같은 김 총비서의 움직임이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습니다. 위원님께서는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와 같은 도발을 감행할 것으로 내다보셨는데요. 한동안 잠잠했던 한반도 정세가 북한의 도발로 다시 악화하는 것은 아닐지 우려됩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