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친서 통해 트럼프 신뢰 훼손 의사없다고 밝혔을 것”

서울-목용재,고영환 moky@rfa.org
2019.06.14
trump_kju_letter_b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1일 김정은 위원장으로 부터 친서를 받은 사실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미국과 북한 간의 사상 첫 정상회담이 열린 지 1년이 지났습니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았다고 밝혔는데요. 앞으로의 미북관계가 주목됩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목용재: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죠? 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측의 반응이 어땠는지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영환: 지난 11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아름다운 친서’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김정은으로부터 방금 아름다운 친서를 받았다”면서 “그것은 매우 개인적이고 매우 따뜻하며 매우 멋진 친서였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분에게 친서를 보여줄 수는 없다”며 “나는 북한이 김정은 위원장의 리더십, 즉 지도 아래에서 엄청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매우 좋다. 우리는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 매우 긍정적인 일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기자회견 다음날인 지난 12일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보낸 편지에 대해 “매우 멋진 편지였고, 따뜻한 편지였다. 그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앞으로 매우 잘 해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서두를 게 없다. 제재는 계속되고 있다”는 발언도 같이 했습니다. 저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이 북한과의 대화 기조는 지속하되 북한이 현재의 비핵화 입장, 즉 영변 지구만 폐쇄하고 다른 지역의 핵물질 생산은 유지하면서 핵무기는 계속 보유하겠다는 입장을 버리지 않는 한 제재는 계속 될 것이라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판단합니다. 이를 통해 북한의 입장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겁니다.

목용재: 김정은 위원장 친서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어떤 입장을 내놨습니까?

고영환: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았다고 밝힌 직후인 지난 12일 한국 청와대는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친서를 보낸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에 대해 “알고 있었다”면서도 “그 이상은 밝히지 않겠다”고 언급했습니다. 같은 날 한국 통일부는 6.12 미북 싱가포르 공동성언 1주년을 맞아 “긴밀한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완전한 비핵화의 실질적인 진전이 이루어지도록 모든 노력을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도 기자회견에서 “하노이회담 이후에도 미북 모두 대화 의지를 표명하는 등 협상의 모멘텀, 즉 대화의 추진력이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변인은 이어 지난해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 정착 과정이 진전을 계속 이뤄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풀이해 보면 한국 정부는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고 이런 과정을 통해 현재 교착국면에 빠져 있는 비핵화 협상을 추동하려는 북한의 의지가 재확인 됐다고 보고 있다는 겁니다.

목용재: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북관계가 소원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북한은 관영매체를 동원해 미국을 비난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1주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는 지난 2월 하노이회담이 결렬된 이후 미북관계가 소원해진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사실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관영매체들과 외무성 인사들의 발언을 통해 미국이 셈법을 바꾸지 않는다면 비핵화 협상이 끝날 수도 있다는 위협을 해 왔습니다. 친서의 구체적이고 전반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아름답고 따뜻하다”, “매우 멋진 편지였다”고 묘사한 점은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저는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인 6월 14일과 6.12 미북 정상회담 일주년에 맞춰 친서를 보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외교에서는 정상들 간의 개별적인 친분관계를 중시합니다. 그래서 김 위원장의 친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을 축하하는 문장으로 시작해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의 이행을 다짐하는 문장으로 끝났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 친서외교를 통해 김 위원장은 하노이 회담 결렬에도 불구하고 북한 비핵화 협상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고 할 수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신뢰는 훼손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3차 미북 정상회담은 준비 과정에 어려움은 있겠지만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합니다. 김 위원장의 친서가 교착 국면에 빠져있는 미북관계 그리고 북한 비핵화 협상에 새로운 동력을 부여할지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목용재: 한국 정부도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계기로 남북관계 활성화와 미북대화 재개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조만간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노르웨이를 방문한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저는 김정은 위원장과 언제든 만날 준비가 돼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6월 말에 한국을 방문하는데 가능하다면 그 이전에 김 위원장을 만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남북 정상회담 시기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달려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 말에 한국을 방문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한미 정상회담 이전에 남북 정상회담을 먼저 가지길 원하며 이는 김정은 위원장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의미입니다. 한국 통일부도 지난 13일 남북 정상회담 추진과 관련해 “톱다운 방식, 즉 위로부터 아래로의 정책 결정 방식의 정상회담이 조기에 개최될 수 있도록 집중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노르웨이를 국빈 방문한 문 대통령이 지난 12일 이달 말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이전 남북 정상 간 회동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과 관련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습니다. 저는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방문 전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시간이 너무 촉박하고 그 다음으로는 미북 사이에 북한 핵무기 폐기 문제를 놓고 아직까지 너무 큰 이견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목용재: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고 이희호 여사에 대한 조의문과 조화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직접 한국 정부와 유가족 측에 전달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와 이희호 여사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 명의의 조의문 등이 향후 남북미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한국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2일 김여정 제1부부장으로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의 별세와 관련해 김정은 위원장이 보낸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 받았습니다. 정 실장은 이 자리에서 “이 여사님 서거 즈음해서 김정은 위원장이 조화와 함께 정중하고 각별한 조의문 보내주신 것에 대해 유족과 문재인 대통령을 대신해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습니다. 김여정 제 1 부부장은 지난 12일 오후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이희호 여사의 유가족들에게 보낸 조화와 조의문을 정 실장에게 전달했습니다. 저는 만일 김정은 위원장의 조화와 조의문을 김여정 제 1 부부장이 서울까지 가지고 와서 유가족들에게 직접 전달하고 한국 간부들과 대화를 가지는 자리를 마련했다면 남북관계가 한층 발전하고 미북협상을 견인하는 동력을 마련하는데 일정한 기여를 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북측이 판문점 북측 통일각까지 온 것은 남북관계는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고 미북관계에서도 아직은 양보하지 않겠다는 북한 지도부의 의지가 표현된 겁니다.

목용재: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에 맞춰 친서를 보냈을 것이라는 위원님의 분석이 흥미롭습니다. 위원님 말씀에 따르면 북한은 남북미 관계를 현재의 수준으로 유지하면서도 미국의 비핵화 요구에는 따르지 않겠다는 기조를 이어 갈 것으로 보이는데요. 6월 말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고 문재인 대통령도 남북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를 강조하는 만큼 6월 말 한반도를 둘러싼 정국이 어떻게 흘러갈지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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