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한국 국민들 남북통일 의식 식어가는 이유는?

서울-목용재· 고영환 moky@rfa.org
2023.09.01
[시사진단 한반도] 한국 국민들 남북통일 의식 식어가는 이유는? 적막한 북녘.
/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4조에는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그렇지만 최근 한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통일에 대한 의식이 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오고 있는데요. 오늘은 이와 관련해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최근 한국 국민들의 통일의식을 조사한 설문 결과가 나왔는데요. 먼저 이 내용 소개해 주시죠.

 

고영환: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이 지난 달 17일 공개한 ‘2023 통일의식조사결과에 따르면 통일이 전혀또는 별로필요하지 않다는 설문조사 응답의 비중은 29.8%, ‘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매우약간을 합해 43.8%로 나타났습니다. 통일이 필요하다고 대답한 비율은 2007년 해당 설문조사가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습니다. 연령별로 보면 20대에서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한 비중이 41.3%에 달해 젊은 층을 중심으로 통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의 ‘장마당 세대’와 비교할 수 있는 한국의 ‘MZ세대’(1985생부터 2004년생 출생자를 의미)의 경우 30.6%만이 통일이 매우 필요하다또는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36%현재가 좋다고 답해 젊은 층으로 갈수록 통일 의식이 점차 약화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통일 가능 시기에 대해서는 ‘30년 이상걸릴 것이라는 응답이 30.2%, 통일이 불가능하다라는 답변이 33.3%로 나타났습니다.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판단되는 탈북민을 친근하게 느끼는지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응답자의 고작 19%만이 그렇다고 답변했습니다. 윤석열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53.8%로 지난해 조사 때의 45.4%에서 상승했습니다. 한반도 주변국들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미국에 대한 호감도는 81.5%로 역대 최고치였고, 일본에 대한 호감도도 윤석열 정부의 한일관계 개선 노력의 영향으로 이어지면서 지난해 5.1%에서 8%으로 소폭 늘어났습니다. 주변국 중 어느 나라가 가장 위협적인가라는 질문에 북한이 45.8%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이 36.8%의 중국이었습니다. 북한의 핵위협에 맞서는 한국의 핵무장 방식에 대해서는 49.3%자체 핵무기 개발을 선택했고 그 다음이 23.6%의 응답을 얻은 미국 전술 핵무기의 한국 배치였습니다. 이번 설문 조사는 한국여론 조사 기관인 한국 갤럽이 지난 7 4일부터 27일까지 전국 성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하여 이뤄졌으며 여론조사 신뢰수준은 95%, 표본오차는 ±2.8%였습니다. 이번 여론조사결과는 한국 국민들 속에서 통일에 대한 열망이 식어가고 있음을 보여 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목용재: 해당 설문조사가 진행되기 시작한 이래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요. 일각에서는 통일과 관련한 헌법 조항을 수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다소 급진적인 주장도 나옵니다. 이 같은 원인은 무엇이라고 분석하십니까?

 

고영환: 한국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저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한국이 이젠 살만해졌는데 통일이 돼서 북한 주민들의 생활까지 우리가 돌봐야 하는가?”, “북한은 북한대로, 한국은 한국대로 살면 되지 않는가?”, “비싼 통일비용을 치르면서 굳이 통일을 할 필요가 있는가” 등의 반응들을 보이고 있습니다. 1980년대, 1990년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외치던 대학생, 청년 세대의 인식이 180도 바뀐 느낌입니다. 저는 한국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호의적인 반응 수치가 내려가고 있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말기부터 김정은 당 총비서 시대까지 북한이 핵무장화를 고도화하고 밤낮없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한국을 향해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공공연하게 위협한 것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평화시대에 한국의 천안함을 한국 영해에서 습격하여 침몰시키고 백주대낮에 한국의 영토인 연평도에 다량의 포탄을 발사하여 민간인들을 살해함으로써 한국 국민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킨 결과이기도 하다고 평가합니다. 그래서 한국 사회 일각에서는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는 현재 헌법을 수정해서 북한은 북한대로 살고 한국은 세계 속의 10대 경제강국으로 살면 되지 않느냐 하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목용재: 한국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진행한 조사에서도 통일을 선호하지 않는 반응들이 나왔죠?

 

고영환: 한국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도 지난 달 13일 올해 2분기 국민 통일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일반 국민 응답자의 52%가 남북의 바람직한 미래상으로 자유로운 왕래가 가능한 2국가’, 즉 사람들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서로 다른 두 국가 형식을 선호한다고 답변했습니다. 통일국가인 단일국가응답자는 ‘각기 다른 두 국가’의 절반 수준인 28.5%였고 현재와 같은 2국가가 각각 7.9%로 조사됐습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정기 여론조사에 유사 질문이 2021 3분기에 처음 반영된 이래 지난 1분기까지 응답 비율은 대체로 유럽연합처럼 경제 교류 협력이 자유로운 상태가 좋다는 응답이 33.6~40.1%였고 동서독처럼 통일된 상태가 좋다는 응답은 33.2~38.8% 정도였습니다. 반면 통일을 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대해서는 73.4%가 동의했고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답은 25.4%에 불과했습니다. 통일을 해야 하는 이유로 경제 발전을 꼽은 국민이 30.9%, ‘전쟁 위협의 해소를 꼽은 국민이 25.8%였습니다. 통일은 이뤄야 한다면서도 실제로는 사람과 자본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두 국가체제를 선호한다는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북한에 대한 인식은 적대와 경계 대상으로 보는 국민이 42.1%로 협력과 지원 대상으로 인식하는 국민 47.1%보다는 적었습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국민 절대다수, 88%가 북한 인권 상황을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민주평통의 여론조사 결과나 사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한국 사회에서 통일에 대한 인식이 점차 약해지고 있는 반면 서로 다른 국가로 살았으면 좋겠다는 인식이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목용재: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펼쳐야 하는지 제언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영환: 저는 한국 국민들의 통일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한국 국민들 속에서 북한 바로 알기 깜빠니아를 일으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평화적 통일을 할 경우 우리 민족이 얻을 수 있는 편익이 돈으로 계산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하다는 것 등을 통계나 수치로 잘 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통일이 되어도 혼란이 일어나지 않게 통일 기반을 차근차근 쌓아 나가며 전 세계적으로는 통일에 호의적인 여론이 형성되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적대하면서 싸울 생각만 한다면 우리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목용재: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은 남북통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고영환: 저도 탈북민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저는 누구보다도 통일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모, 형제, 자매가 고향에 있고 친지, 친구들이 모두 북한에 있는 탈북민들 절대 다수는 통일은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가지 중요한 원칙이 있습니다. 수령독재 체제 하에서의 통일은 안 된다는 것입니다. 통일은 반드시 자유민주주의로, 또 평화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누구나 전쟁의 위협을 느끼지 않고 남의 감시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그런 자유로운 통일, 누구나 다 흰쌀밥에 좋은 옷을 입고 현대적인 아파트나 주거시설에서 살 수 있는 그런 풍요로운 통일을 실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목용재: 최근 북한이 한국을 대한민국이라고 지칭하면서 북한도 통일을 지향하지 않음을 선언했다는 해석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이 같은 해석이 과하다는 주장도 제기되는데요. 그렇지만 한국에도 통일을 적극적으로 원하는 여론이 점차 약화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이런 시점에서 북한에 있는 주민들은 과연 통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궁금해집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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