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김정은과 푸틴, 정상회담 열리면 어떤 논의할까?

서울-목용재, 고영환 moky@rfa.org
2023.09.08
[시사진단 한반도] 김정은과 푸틴, 정상회담 열리면 어떤 논의할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이 2019년 4월 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회담 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칼을 선물하고 있다.
/REUTERS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북한이 지난주 국경을 공식 개방한 가운데 김정은 당 총비서가 조만간 러시아를 방문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북러는 최근 지속적으로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 최근 통일부 장관 특별보좌역으로 임명된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위원님, 먼저 지난 6일 통일부 장관의 특별보좌역으로 위촉 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통일부장관 특보는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지 간단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고영환: 통일부 장관 특보는 남북의 정치체제를 다 경험해 본 탈북민 한 사람으로서의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 장관님의 업무를 보좌해 드리는 것입니다. 업무 보좌에는 통일부의 중장기 통일 정책을 세우는 사업, 북한 실상 알리기, 북한인권개선, 탈북민 정착, 북한정세 분석 등 사업들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목용재: 오늘 다뤄볼 내용은 김정은 당 총비서의 방러와 관련된 것인데요. 미국의 매체가 이 내용을 보도했죠? 이 내용 먼저 정리해 주시죠.

 

고영환: 현지시간 지난 4일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정부 관계자 등을 인용해 김정은 당 총비서가 이달 중 러시아를 방문할 계획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미 정부 당국자도 한국의 한 언론에 북한이 러시아와의 무기 거래 협상을 정상급에서 계속 논의하기를 기대한다는 정보를 미국 정부가 확보했다고 공식 확인했습니다. 김 총비서는 1호 열차를 이용해 러시아(로씨야)의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한 뒤 모스크바에서 날아오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담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9 1013일 사이에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는 동방경제포럼이 열리는데 이 기회를 이용해 김정은 - 푸틴 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무기 거래 협상에 따라 러시아군은 북한으로부터 우크라이나전에 투입할 다양한 유형의 무기와 포탄 등 탄약을 공급받을 가능성이 있으며 러시아는 그 대가로 인공위성, 핵 추진 잠수함 등과 관련한 첨단기술들을 북한에 넘겨줄 수 있다고 미 정부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 2019 4월 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한 바 있습니다.

 

목용재: 이 같은 보도를 미국 정부도 사실상 확인해 주는 입장을 취했죠?

 

고영환: 그렇습니다. 미국 언론들의 보도에 미국 정부가 동 사실들을 확인해 주었습니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에이드리언 왓슨 대변인은 같은 날 뉴욕타임스의 보도 내용을 확인해달라는 한국의 한 언론의 질의에 우리가 공개적으로 경고해왔듯이 러시아와 북한 간 무기 협상이 적극적으로 진전되고 있다지난달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이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을 판매하도록 설득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했다우리는 김정은이 러시아에서의 정상급 외교 접촉을 포함해 이런 대화를 지속하길 기대한다는 정보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 국무부 대변인도 한국 언론의 해당 사실을 확인해 달라는 질문에 부분적으로는 미국의 제재와 수출통제의 성공 덕분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군사작전을 지원하는 데 필요한 무기와 장비를 확보하기 위해 북한 같은 불량국가에 의지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계속하여 대변인은 우리는 북러 간 무기 거래가 가능하도록 노력하는 개인과 단체를 폭로, 제재함으로써 직접 행동에 나서고 있다우리는 러시아가 북한이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할 준비가 된 다른 국가에서 군사장비를 확보하려는 시도를 계속해서 식별, 폭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이번 김정은 총비서의 러시아 방문 및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개최 관련 정보들을 사전에 공개한 것은 북러의 군사적 밀착관계에 공개적인 경고장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합니다.

 

목용재: 북러 정상회담 가능성 소식에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한 북러 및 주변국 반응은 어떻습니까?

 

고영환: 김정은 총비서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방문 소식에도 불구하고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북한 총영사관은 9 8일 현재까지 의외로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하는 외국인 명단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아직 정확하게 알지 못하며 조만간 결정될 것이라며 외국인 참석자 가운데 김정은 총비서가 포함돼 있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어떤 소문도 모른다. 우리는 소문을 다루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북러 정상회담이 열릴 유력 장소로 꼽히는 블라디보스토크나 북한과 국경을 접한 도시인 연해주 하산에서도 아직 김정은 총비서의 방문에 대비한 뚜렷한 움직임은 현재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는 지난달 말 자국 매체와 회견에서 북러 정상회담 전망에 대해 조만간 양국 정상들의 새로운 만남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현지시간 지난 5일 미국 백악관은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될 무기를 러시아에 제공할 경우 국제사회에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엄중히 경고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우리는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지 않는다는) 공개적 약속을 준수하고,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죽이는 데 쓰일 무기를 러시아에 공급하지 말 것을 북한에 계속 요구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할 경우 그들은 국제사회에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팻 라이더 미국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북한의 러시아에 대한 무기 지원은 복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며 러시아의 침공으로 고통받는 우크라이나인들을 한층 괴롭게 하는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한국 외교부 임수석 대변인은 지난 5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총비서의 러시아 방문과 북러 군사협조 밀착화 가능성에 그 어떤 유엔 회원국도 불법 무기거래를 포함한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를 위반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목용재: 북러 정상회담이 열리면 양측이 서로 무엇을 주고 받을지도 궁금합니다. 위원님께서는 북러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어떤 것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현지시간 지난 5일 알렉산드르 만수로프 조지타운대 교수는 워싱턴타임스 재단 주최 세미나에서 올해 북한과 러시아가 정상회담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북러관계가 매우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며 양국이 군사 교육·훈련 분야에서 교류를 확대해 우크라이나 등 분쟁 지역에서 얻은 교훈과 지식을 공유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저는 북러 정상회담이 진행된다면 북러 사이의 군사적 협조 외에도 더 많은 부문에서 협력이 강화될 수 있다고 봅니다. 북한은 경제적으로는 더 많은 기술자들과 노동자들을 러시아에 파견하여 돈을 벌 수 있고 외교적으로는 한미일 3국 사이의 협조가 강화되는 시점에서 북한에도 러시아와 같은 강국이 한 편이라는 점을 과시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군사분야에서는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수많은 포탄과 총탄, 방사포탄을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보내고 그 대가로 인공위성 기술, 핵탄두의 소형화 기술, 핵 잠수함 건조 기술을 이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경제적으로 러시아는 값싼 북한 노동력을 이용해 동부 시베리아 지역을 현대화하는데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목용재: 이 같은 북러 간의 공조가 강화됨에 따라 북한의 비핵화는 이미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위원님께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김정은 총비서가 한미일에 대한 핵 위협을 하고 최근 핵무력 법제화 등을 하는 등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희망이 낮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이번에 김 총비서가 러시아에 가서 푸틴 대통령과 만나 군사협조, 특히 핵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경우 비핵화의 길은 더 멀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어렵더라도 비핵화의 길은 가야만 합니다. 북한도 핵을 뜯어먹고는 살 수가 없습니다. 누차 애기하지만 소련이 핵이 없어서 무너진 것이 결코 아닙니다. 김정은 총비서를 위시한 북한 지도부는 암흑의 길로 가지 말고 북한을 정상국가화하고 개혁, 개방을 이루며 비핵화를 해야 합니다. 한국이나 미국 그리고 일본 등 그 어느 나라도 북한을 무력으로 침공할 의사는 전혀 없습니다. 그러니 북한은 이제라도 밝고 옳은 길로 나와야 합니다.

 

목용재: 시간이 지날수록 북한의 비핵화는 요원해지는 느낌입니다. 북한도 비핵화와 관련한 대화에 더는 관심이 없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요. 이런 상황에서 위원님께서 통일부 장관 특보로 위촉되셨는데,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역할을 하시길 기대하겠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 통일부 장관 특보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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