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5년만에 국제경기대회 출전해 주목되는 북의 행보
2023.09.29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아시아인들의 국제경기대회, 아시안게임이 지난 23일 개막했습니다. 중국 항저우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번 대회는 내달 8일까지 진행되는데요. 북한도 5년여 만에 출전하는 국제경기대회라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 통일부 장관 특별보좌역과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아시안게임이 개막했습니다. 여기에 북한 선수단도 출전했는데요. 북한은 어떤 종목에 출전하는 선수들로 구성됐나요?
고영환: 신형 코로나 감염병으로 지난해 열리기로 하였던 아시안게임이 지난 23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렸습니다. 코로나 감염병으로 국경을 굳게 닫았던 북한도 이번 대회에는 선수단을 보냈습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북한 선수단은 23일 오후 항저우 올림픽스포츠센터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개회식에 7번째 선수단으로 입장했습니다. 여자 권투 방철미와 남자 사격 박명원선수가 기수로 나서서 북한 선수단을 이끌었고 파란 바지와 흰색 상의를 입은 북한 선수들은 한 손에 작은 ‘공화국기’를 들고 입장했습니다. 방철미 선수는 2018년과 2021년, 2022년 북한의 '10대 최우수 선수'로 선정된 권투 영웅이고 박명원 선수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남자 10m 러닝 목표 혼합 개인전과 단체전 2관왕에 오른 선수입니다. 국제 스포츠 종합대회에 북한이 출전하는 것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이후 5년 만입니다. 북한은 이번 대회에 18개 종목에 걸쳐 185명의 선수를 보냈습니다. 북한은 여자 농구, 드래곤보트, 역도, 복싱, 유도, 탁구, 축구 등 많은 종목에 출전합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화기애애하게 공동 입장하며 아시아에 평화의 메시지를 던졌던 남북은 이번 대회에서는 다시 ‘남남’으로 돌아가 따로따로 입장했습니다. 현재 경색된 남북관계를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어서 아쉬움을 남기는 개막 입장식이었습니다.
목용재: 북한이 5년여 만에 국제경기 대회에 출전하자마자 논란이 된 것이 있습니다. 바로 국기 게양 문제인데요.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겁니까?
고영환: 많은 내외 언론들에 따르면 지난 22일 열린 아시안게임 선수촌 입촌식에서 북한 국기인 ‘공화국기’가 게양되고 북한이 일본과 맞붙은 탁구 남자단체 경기장에도 북한 국기가 게양되는 등 개막 전부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여러차례 ‘공화국’기가 등장했다. 많은 청취자분들께서 국제경기대회에 북한 국기가 게양되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지 반문하실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지난 2021년 10월 세계반도핑기구가 북한의 반도핑기관이 국제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며 올림픽 및 장애인 올림픽을 제외한 각종 스포츠 대회에서 북한 국기를 게양할 수 없다는 제재를 가했기 때문입니다. 징계 이유는 북한의 도핑 검사 거부입니다. 주기적으로 각국 선수들은 도핑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북한은 코로나 감염병을 이유로 약 3년 넘게 북한 선수에 대한 도핑 검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도핑은 운동 선수가 성적을 올리기 위하여 근육강화제나 심장 흥분제 같은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는 것을 부정 행위로 간주하고 이를 엄격하게 금지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지난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때 국가 차원에서 도핑 조작을 벌인 러시아에 대해 세계도핑기구는 징계를 내렸고 러시아는 평창올림픽에서 국호, 국기 등을 쓰지 못했습니다. 세계반도핑기구 측은 지난 2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우리의 조치가 존중되지 않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 관련 단체들과 접촉하고 시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그 결과를 이행하지 않는 단체에 대해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계속하여 반도핑기구는 “북한은 계속해서 세계반도핑규약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면서 “모든 국제연맹과 아시안게임 주최 측인 ‘아시아 올림픽 평의회’와 같은 주요 행사 기구들은 북한의 규약 불이행의 결과에 대해 통보를 받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목용재: 또 논란이 되는 것이 있는데요. 북한 일부 선수가 국제경기 대회에서의 매너, 그러니까 예절을 지키지 않은 모습이 포착된 것입니다. 여기에 사격 경기 시상대에 남북이 나란히 1, 2위로 올랐는데, 주목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봐야 할까요?
고영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북한 일부 선수가 국제경기 대회에서의 기본적인 예절을 지키지 않은 모습들이 포착돼 많은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습니다. 지난 25일 중국 항저우 샤오산 린푸 체육관에서 열린 유도 남자 73㎏ 이하급 16강전에서 한국의 강헌철과 북한의 김철광이 맞붙었는데 김철광 선수가 한국의 강헌철과의 경기에서 승리한 뒤 악수를 하지 않고 경기장을 빠져나갔습니다. 한국 선수 강헌철은 승패 선언 이후 먼저 김철광에게 다가갔으나 김철광은 그를 외면하고 경기장에서 나갔습니다. 악수를 거부하는 일은 예의를 중시하는 유도에선 보기 드문 장면입니다. 유도에서는 경기를 치른 두 선수가 악수를 하고 서로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지난 25일 사격 러닝타깃 경기에서 한국이 1등, 북한은 2등을 차지했는데 볼썽 사나운 모습이 일어났습니다. 시상대 위에서 한국 선수들이 북한 선수들의 어깨를 두드리고 대화를 시도했는데 북한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을 외면했고 한국 국가가 울려 퍼질 때에는 한국 쪽을 아예 바라보지도 않았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을 저는 북한 당국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한국 선수들과 말을 하지도 말고 상대하지도 말라는 등 일체 접촉 거부 명령을 내린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웃으며 인사하고 그러는데 한 동포인 한국선수들에게 시선도 돌리지 못하게 하는 북한 지도부의 행태가 참으로 개탄스럽습니다. 북한 선수들도 내심 어색하고 이상하다는 생각을 할 것 같습니다.
목용재: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대규모 여성 응원단이 방한해 응원전을 펼친 바 있는데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포착된 북한 응원단의 규모는 매우 작았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때에는 대규모의 북한 응원단이 와서 북한식 응원구호에 맞춰 응원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는 10명도 채 안 되는 응원단이 북한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를 두려워하는 북한이 이번에는 공식 응원단을 보낸 것 같지 않습니다. 지금 경기장에 나타나는 서너 명의 응원단은 항저우 등 중국 내 북한 식당에 일하는 종업원들로 판단됩니다. 저는 북한이 대규모 응원단을 보내지 않은 것은 우선은 아직 코로나 사태가 끝나지 않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코로나가 다시 확산되는 기류가 있어 대규모 응원단을 파견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북한지도부가 판단한 것으로 평가합니다. 다음으로는 북한의 경제난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인원을 파견했을 경우 일어날 수 있는 사건, 사고나 탈북을 우려한 결과일 수 있다고 봅니다.
목용재: 마지막으로 현재까지 진행된 아시안게임에서 특보님께서 주목해서 보신 부분이 있으실까요?
고영환: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앞에서도 말씀 드린 것처럼 북한이 왜 이렇게 쌀쌀 맞게 한국대표단, 한국기자단, 한국선수단을 대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아시안게임은 아시아인들의 축제입니다. 경기에서는 치열하게 승부를 다투다가도 경기가 끝나면 서로 웃으며 격려하고 응원해 주는 것이 스포츠입니다. 북한이 축제에 와서도 저렇게 동포에게 적대감을 표시하고 인상을 쓰는 모습은 정말 보기가 좋지 않습니다. 정치는 정치이고 스포츠는 스포츠입니다. 김정은 지도부가 하루 속히 정상국가의 길을 걸었으면 합니다. 다른 한가지는, 탈북민인 저는 북한과 다른 나라하고 경기를 하면 무조건 북한을 응원합니다. 역시 한 민족의 피는 숨길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북한이 메달을 많이 따서 시름에 잠겨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잠시나마 희망과 기쁨을 주었으면 합니다.
목용재: 아시안게임이 한창 진행되고 있습니다. 북한 선수들이 입상을 하지 못하거나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죄인이 된 것처럼 침울해 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는데요. 북한 주민들께서는 선수들이 경기를 모두 마치고 귀국하면 결과와는 상관없이 이들의 노고를 진심으로 격려해 주시면서 환영해 주셨으면 합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 통일부 장관 특별보좌역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