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그동안 '시사진단 한반도'는 고영환 국립통일교육원장께서 개인적인 사정으로 하차하시면서 재정비를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먼저 그동안 '시사진단 한반도'를 함께 해 주신 고 원장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고 원장께서 마지막으로 청취자 여러분, 또 후임자에게 전하는 말씀 들어보겠습니다.
[ 고영환] 제가 공직을 맡게 돼 '시사진단 한반도'를 끝까지 못하게 돼서 굉장히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북한에 계신 청취자분들께 한국과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말씀을 드리는 기회가 되는 것 같아서 상당히 애착을 가졌었는데 결국 아쉽게 떠나게 됐습니다. 방송을 이어갈 분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북한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판보다는 한국과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청취자분들께 알려드리려는 기조를 유지해 갔으면 좋을 것 같고요. 한민족으로서 꼭 언젠가는 이뤄야 할 것이 통일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 드리고 싶습니다.
[ 진행자] 고 원장께 그동안 고생하셨다는 말씀 다시 한번 드립니다. 이번에는 앞으로 매주 청취자 여러분께 북한, 외교, 안보 등 분야의 한 주간 주요 사안들을 알기 쉽게 정리하고 분석해주실 김성렬 부산외국어대 교수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김 교수는 청진 출신으로 2004년에 한국에 입국했고 미국 시러큐스 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으셨습니다. 김 교수님 안녕하세요. 청취자 여러분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 김성렬] 네 안녕하십니까? 부산외국어대학교 외교전공의 김성렬 교수입니다. 학교에서는 국제정치, 남북관계, 미국의 대외정책, 공공외교 등의 분야를 공부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앞으로 '시사진단 한반도' 애청자분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리며 잘 부탁드립니다.
[ 진행자] 네. 반갑습니다. 김 교수님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은 최근 한국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이른바 두 국가 수용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먼저 해당 논란이 일어나게 된 경위부터 정리 부탁드리겠습니다.
[ 김성렬] 최근 한반도 두 국가론에 대한 논란이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한반도 두 국가론의 출발점은 지난해 12월 26일에서 30일까지 열린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마지막 날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관계는 더 이상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는 발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북한이 대남노선의 근본적인 방향 전환을 공식 선언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평화를 위한 제언'이라는 연설문에서 "통일, 하지 맙시다. 단단히 평화를 구축하고 이후의 한반도 미래는 후대 세대에게 맡깁시다. 평화적인 두 국가, 민족적인 두 국가여야 합니다"라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북한발 두 국가론이 오랫동안 통일운동을 해왔던 전 정부 고위직 관료가 수용하는 형식을 띠면서 '반통일론'이 부각되고 있는 것입니다.
[ 진행자] 그렇다면 임종석 전 실장의 두 국가 수용론에 대한 한국 내 여론은 어떻습니까?
[ 김성렬] 우선 임종석 전 실장의 '남북 두 국가론' 주장에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정치권 일각에서 통일을 추진하지 말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대한민국 헌법이 명령한 자유민주주의 평화통일 추진 의무를 저버리는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평생을 통일운동에 매진하면서 통일이 인생의 목표인 것처럼 이야기하던 많은 사람들이 북한이 '두 국가론'을 주장하자 자신들의 주장을 급선회했는데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여당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금까지 종북 주사파 소리 들으면서 통일을 주장하다가 갑자기 말이 바뀌는 것이야말로 이런 분들의 실체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는 헌법을 정면 부정하는 말이기도 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여당뿐 아니라 야당인 민주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는데요.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25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헌법에는 대한민국이 하나의 영토이며, 평화통일을 추구한다는 헌법 정신이 담겨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임 전 실장의 두 국가론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전반적인 반응은 반헌법적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 진행자] 만약 한국이 두 국가론을 수용하게 된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 김성렬] 두 국가론을 두가지로 나눠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는 김정은이 주장했던 '적대적 두 국가론'입니다. 다른 하나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주장했던 '평화적 두 국가론'입니다. '적대적 두국가론'은 김정은의 생각이지 2천 6백만 북한 주민들의 생각이 아닙니다. 임 전 실장의 주장도 본인의 생각이라고 봅니다. 만약 한국이 두 국가론을 수용하면 몇가지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첫째는 국제적 차원에서 북한 정권이 붕괴되면 개입할 수 있는 명분이 사라집니다. 북한과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를 맺은 러시아와 '불패의 전략적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이 '조중 우호협력 및 상호 조약'에 근거해 개입할 수 있는 개연성이 커지게 됩니다. 두번째는 헌법 3조 영토 조항을 개정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북한에서 넘어오는 이산가족, 국군포로, 탈북민 등 모두가 보호 받을 수 있는 근거가 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새로운 입법을 통해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면 되겠습니다만 그렇게 된다면 긴 여야 합의 과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세번째는 평화적 두 국가보다는 적대적 두 국가가 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북한의 적대 행위가 정당화되고 한반도에서 군비경쟁이 치열해질 것입니다. 북한은 전술핵과 전략핵 사용을 위한 법적 근거를 이미 마련한 상태이고 한국은 자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데 이렇게 될 경우 양쪽 모두 안보 부담감이 겉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됩니다.
[ 진행자] 결국 해당 논쟁이 발생하게 된 원인은 통일을 해야 하는가, 포기해야 하는가라는 데 있는 것 같은데요. 교수님께서는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김성렬] 통일은 남북 모두에게 숙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통일의 그날이 조금 지연되었을 뿐입니다. 이는 통일이 남북의 문제로만 국한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반도의 통일은 국제정세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초격변기인 현재로서는 통일을 단기간에 이룩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통일에 대한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20년, 30년, 길게는 50년까지 바라보며 통일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크게 두가지 측면에서 고려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통일공공외교를 활성화하는 것입니다.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자유, 평화, 번영의 통일 대한민국'을 골자로 하는 '8.15 통일 독트린'을 발표했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가지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 내 외교공관을 두고 있는 국가들의 국민들을 상대로 통일에 대해 홍보하고 지지를 얻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류 열풍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한류 관련 행사를 진행할 때 '8.15 통일 독트린'대해 설명하고 지지를 이끌어 내는 것입니다. 통일부와 외교부의 협업이 필요할 것입니다. 두번째는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에 관련된 행사나 예산, 인력 모두 수도권에 집중된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쏠림 현상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고, 지방에 계시는 국민들에게 정부의 대북 및 통일 정책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만 합니다. 따라서 통일부와 민주평통의 역할이 어느때보다 더 중요하고, 지방의 시민사회와 대학들을 연계한 '8.15 통일 독트린' 설명회, 학술대회, 통일교육 등의 행사를 적극적으로 진행하면 수도권 쏠림 현상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반도의 미완의 꿈인 통일은 포기할 수 없습니다. 다만 통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하면서 다양한 방안을 고려해야만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 진행자] 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시사진단한반도, 김성렬 부산외대 교수와의 첫 방송이었습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 김성렬]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