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엔 안보리 회의 소집, 강력한 대북 경고 의미”

서울-목용재,고영환 moky@rfa.org
2019.12.13
unsc_emerrency_meeting_b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 모습.
사진-연합뉴스제공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최근 북한이 한반도에서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는 상황인데요.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을 발사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가 열렸는데요. 연말 비핵화 협상 시한을 앞두고 미북 간의 긴장감이 점차 고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목용재: 위원님, 지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북한이 한반도, 더 나아가 동북아시아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같은 북한의 최근 행보 때문에 뉴욕 현지시간으로 지난 1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가 개최됐죠?

고영환: 미국이 2017년 12월 이후 2년 만에 처음으로 북한 문제와 관련한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소집을 요청했습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9일 유엔 안보리가 트럼프 행정부의 요청으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도발 확대 가능성을 논의하기 위해 회의를 연다는 외신 보도를 확인했습니다. 그는 이날 기자의 질의에 “미 국무부는 한반도의 최신 상황을 포함해 북한에 대해 논의하는 유엔 안보리 회의를 이번 주 소집할 것을 제안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 미북 사이에 화해 분위기가 형성되어 왔습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계기로 지난 5월부터 유엔 안보리 회의가 여러 차례 소집됐고 이에 대해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나라들이 규탄 성명들을 냈지만 미국은 여기에 한 번도 동참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태도를 바꾼 겁니다. 이는 최근 북한의 행태와 연관돼 있습니다. 북한은 12월에 들어서면서 도발 수위를 높여 왔습니다.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이 미국에 크리스마스 선물이 무엇이 될지 미국의 결심에 달려 있다며 관계 악화의 포문을 열었고 최선희 제1부상은 트럼프 대통령을 “늙다리의 망령”이라고 공격했습니다. 지난 7일에는 북한이 동창리에서 중대한 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미국이 정한 ‘붉은 선’인 ICBM 발사 재개 카드를 북한이 만지작거리자 미국이 안보리 소집이라는 강경 카드를 뽑아든 겁니다. 미국의 UN 안보리 소집 요청은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이든, 인공위성이든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물체를 쏘아 올리는 경우 미국이 실력행사에 나설 수도 있다는 강한 경고의 의미가 있다고 판단됩니다.

목용재: 11일 열린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는 어떤 내용이 논의됐나요? 회의 결과도 설명해주십시오.

고영환: 미국의 요청으로 현지시간 지난 11일 유엔 안보리 전체 회의가 진행됐습니다. 회의에서 켈리 크래프트 미국 유엔대사는 첫번째 발언자로 나서 “우리는 북한이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매우 걱정스러운 징후를 보고 있다”며 “북한은 올해에만 20기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이는 사거리와 상관없이 명백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크래프트 대사는 “북한이 수주 안에 새로운 길을 채택하겠다고 위협하고 있고 공개 성명을 통해 심각한 도발 재개를 시사하고 있다”며 “이는 실질적으로 북한이 장거리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우주 비행체를 발사하거나 심지어 미국 본토를 핵무기로 타격하기 위해 고안된 ICBM, 즉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발언했습니다. 미 고위 당국자가 공개적으로 북한의 인공위성 또는 ICBM 발사 재개 가능성을 언급한 것과 올해부터 재개된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행위를 규탄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크래프트는 대사는 “북한이 추가 적대 행위와 위협을 철회하고 우리 모두와 대화하는 담대한 결정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 안보리 모두가 그에 따라 행동할 준비가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크래프트 대사의 발언에는 북한이 ICBM 발사를 재개할 경우 상임 이사국들인 중국과 러시아가 추가 대북제재에 찬성해야 한다는 압박의 목적이 담겨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목용재: 결국 국제사회가 북한이 감행한 ‘중대시험’을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의 시험발사를 위한 준비과정으로 평가하고 있는 겁니까?

고영환: 북한은 지난 8일 국방과학원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7일 오후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을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대변인은 “이번에 진행한 중대한 시험의 결과는 머지 않아 북한의 전략적 지위를 또 한 번 변화시키는 데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이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진행했다는 중대 시험과 관련해 마이클 엘러먼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 비확산·핵정책 프로그램 국장은 지난 10일 미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에 보낸 기고문을 통해 북한의 이번 시험이 고체연료 엔진보다는 액체연료나 새 엔진에 관련된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일본 방송인 NHK는 국방과학원의 이번 실험이 “장거리 탄도미사일의 사정거리를 더욱 늘리기 위한 시험이었을 가능성도 있다”는 일본 방위성 간부의 말을 전하면서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을 흔들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습니다. 교도통신도 북한이 언급한 시험 내용이 불명확하지만 엔진 연소 실험 등 ICBM과 관련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 정부, 미국 국회, 일본, 유럽, 유엔 등 국제사회는 북한의 이른바 중대 시험을 ICBM 발사의 전주곡으로 보며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강행할 경우 더욱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목용재: 이런 가운데 북한 인권에 대한 유엔 안보리 회의는 미국의 결정으로 무산됐습니다. 이는 어떻게 봐야할까요?

고영환: 트럼프 행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북한의 도발과 관련된 회의를 제안한 가운데 북한 정권의 ‘아킬레스건’, 즉 치명적 약점으로 꼽히는 북한 인권 논의는 무산시켰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미국의 외교전문지인 포린폴리시는 지난 9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이 북한의 만행을 조명하기 위한 유엔 안보리 회의 계획을 무산시켰다”고 보도했습니다. 포린폴리시는 백악관이 결국 북한 인권 회의를 무산시킨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비핵화 합의 타결을 시도한 지난 2년 간의 외교적 노력을 지키고자 2020년 대선을 앞두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은 이달 안보리 의장국으로서 당초 지난 10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과 안보리 차원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었으나 회의를 나흘 앞둔 6일 전격 불참을 결정했습니다. 루이즈 샤버노 휴먼라이츠워치 유엔 국장은 세계 인권의 날인 지난 12월 10일로 예정됐던 회의 무산에 대해 “세계 인권의 날에 진행될 예정이었던 이번 회의를 막음으로써 트럼프 행정부는 김 위원장에게 미국이 더 이상 임의구금과 기아, 고문, 약식 처형, 성폭력과 다른 범죄들에 대해 고려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비판했습니다. 저는 유엔 북한 인권 논의를 좌초시킨 미국의 이번 조치에 대해 북한에 압박을 가하되 북한 비핵화 대화의 여지는 남겨놓으려는 미국 행정부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목용재: 이에 대한 국내외 반응은 어떻습니까?

고영환: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 위원장과 간사 등 미국 국회의원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북한 인권 회의가 미국의 불참여로 무산된 것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동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에드워드 마키 상원의원은 지난 10일 “미국의 이번 침묵은 잔혹한 김정은 정권에서 살아가는 수백만 북한 주민의 역경을 전술적으로 수용하는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습다. 지난 9일 공화당 소속 코리 가드너 동아태 소위원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북한은 국제법 위반과 인권 침해, 공격의 오랜 역사에서 경로를 틀지 않는 한 국제적으로 버림받은 처지를 계속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지난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주민 탄압, 테러 활동, 그리고 대량살상무기 보유는 모두 철저하고 타당하게 조사해야 한다”며 “우리는 이를 주도해야 하고 다른 나라들을 방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세계 최악으로 인정받고 있는 북한 인권 문제는 비핵화의 수단이나 또 다른 정치적 문제들과 연관 지으면 안 되는 인류의 양심의 문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목용재: 최근들어 북한 비핵화 회담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조만간 방한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방한을 계기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등 북한 측 인사들을 만날지 주목됩니다. 비건 대표의 방한을 계기로 현재와 같은 상황이 반전되길 기대해 봅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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