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북한의 연말 ICBM 발사 의도는?
2023.12.22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올해 연말을 맞이한 가운데 북한이 전략도발을 감행했습니다.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을 발사한 것인데요. 이에 한미일 3국은 북한을 규탄하며 공동대응방안을 내놨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통일부 장관 특보와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북한이 지난 17일과 18일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각각 발사했습니다. 이 내용 먼저 정리해주시죠.
고영환: 북한이 고체 연료를 기반으로 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8형’의 발사훈련을 진행했다고 북한 중앙통신이 지난 19일 보도했습니다. 중앙통신은 “극대화하는 엄중한 정세에 대처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강력한 경고성 대응조치를 명령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에도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딸 김주애를 데리고 나왔고 이 모습은 노동신문도 게재됐습니다. 중앙통신은 “미사일이 최대 정점 고도 6,518km까지 상승했고 거리 1,002km를 4,415초간 비행해 동해 공해상 목표 수역에 정확히 탄착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국군 합동참모본부도 지난 18일 “오늘 오전 8시 24분경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1발을 포착했다”며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고각으로 발사되어 약 1,000km 비행 후 동해상에 탄착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이번 ICBM을 고각이 아닌 정상 각도로 발사했을 때에는 1만 5,000km 이상 비행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국 군은 최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도발 가능성을 주시해왔습니다. 제2차 한미 핵협의그룹회의 참석차 지난 14일 미국에 입국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기자들에게 “12월에도 북한의 ICBM 발사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기 하루 전인 지난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일이기도 한 이날에 동해상으로 단거리 미사일 1발을 발사하기도 했습니다.
목용재: 북한이 이틀 연속 단거리,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는데요. 한미일 핵협의그룹 회의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일을 계기로 도발을 일으킨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특보님께서는 북한의 도발 의도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북한이 김정일 위원장 사망일을 맞아 지난 17일 밤 동해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국방성 담화를 내고, 한국과 미국의 NCG, 즉 핵협의그룹 2차 회의 결과에 대해 “노골적인 핵 대결 선언”이라며 반발했습니다. 이날 중앙통신을 통해 배포한 대변인 담화를 통해 국방성은 미국에서 열린 NCG 회의 결과를 언급하며 “한 해 동안 조선반도 지역 정세를 흔들어 놓던 미국과 대한민국 군부 깡패들이 연말을 핵전쟁 시연으로 마감 지으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유사시 북한에 대한 핵무기 사용을 기정사실화하고 그 실행을 위한 작전 절차를 실전 분위기 속에서 검토하려는 노골적인 핵 대결 선언”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또한 이날 미국의 핵 추진 잠수함 ‘미주리함’의 부산 해군기지 입항을 언급하며 “미주리호를 조선반도에 출현시킨 미국의 의도는 명백하다. 이러한 위태한 상황은 우리 무력으로 하여금 보다 공세적인 대응 방식을 택해야 할 절박성을 더해주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현장에서 김정은 총비서도 “적들이 계속 잘못된 선택을 이어갈 때는 더더욱 공세적인 행동으로 강력하게 맞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중앙통신이 전했습니다. 저는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는 한미가 지난주 핵협의그룹 회의를 열고 북한의 핵에 대한 대책을 논의한 것에 대한 반발로 평가합니다. 한미 양국은 이번 회의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내년 8월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 훈련 때 핵 작전 연습을 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북한이 한국 군에 비해 유일하게 우세를 보이고 있는 분야가 핵무력 분야인데 한미가 북한 핵을 무력화하기 위한 훈련을 하기로 하는 등 연이은 대책들을 내놓음에 따라 북한이 최고 수위에서 반발하는 등 초조함을 보이고 있다고 봅니다.
목용재: 북한의 ICBM 발사 의도에 대해 미국과 핵 군축협상을 위한 것이라는 한국의 전직 고위관리의 분석도 나왔죠?
고영환: 지난 18일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정상 각도로 발사한 뒤 미국과 핵 군축 협상을 벌이려 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이 주최한 ‘통일학 포럼’에서 김성한 전 실장은 ICBM 정상 각도의 시험 발사에 성공한 뒤부터 미국과 대화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을 것이라며 “(북한은) 미국이 협상장에 나오면 그 때의 협상을 비핵화 협상이 아니라 핵 군축 협상으로 변질시키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계속하여 그는 “미국이 한 자릿수의 핵탄두 보유라도 용인해줄 수 있다면 북한은 미국과 국교를 정상화하고 미국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면서 정권을 유지해 나갈 수 있는 안전판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김 전 실장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대기권 재진입 기술과 관련해서는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을 주목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저 역시 북한이 미국과 또다시 협상을 한다면 북한이 비핵화가 아니라 미국과 핵보유국 지위 인정, 핵군축 형태의 협상을 시도할 것으로 평가합니다.
목용재: 이에 한미일은 어떤 대응 방안을 내놨습니까?
고영환: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다음날인 지난 19일부터 한국과 미국, 일본이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체계를 가동했습니다. 다시 말해 한미일 3국이 북한 미사일에 대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며 대응할 수 있게 됐다는 것입니다. 지난 19일 한국 국방부는 “오늘 오전 9시부터 시작된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체계는 현재 정상 가동 중에 있다”며 “사전점검을 통해 완전 운용 능력이 검증됐다”고 밝혔습니다. 허태근 국방부 정책실장은 “중간 점검은 여러 차례 있었고 최종 점검은 지난주 있었다”며 “어제 발생한 북한 ICBM 발사 관련해서도 체계들이 운용됐다”고 말했습니다. 국방부는 한미일 3국이 북한 미사일을 실시간으로 탐지 및 평가해 자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관련 능력을 향상하고자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 체계를 구축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지난 18일 한국의 한 언론 방송에 출연해 “미사일이 날아왔을 때 추정된 발사지점, 비행 경로를 포함한 비행 특성, 최종 낙탄 지점까지 24시간, 365일 실시간 공유가 가능하기 때문에 우리가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한미일 3국은 내년부터 시행될 다년간의 3자 훈련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이에 따라 해상 미사일방어 훈련과 대잠수함전 훈련이 정기적으로 시행됩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한미 양국이 내년 을지 자유의 방패 연합훈련에 핵 작전훈련을 포함하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목용재: 북한의 이번 ICBM 발사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도 소집됐습니다. 역시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추가 대북제재 조치와 같은 진전은 없었죠?
고영환: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 회의가 현지시간 지난 19일 뉴욕에서 개최됐습니다. 이번 회의는 미국 등 유엔 안보리 회원국들 요청으로 소집됐습니다. 이날 회의에서 로버트 우드 주유엔 미국 대표부 차석대사는 “미국은 지난 주말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과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발사를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고 발언했습니다. 계속하여 그는 “이번 발사가 어떤 식으로든 정당화되거나 회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며 “우리는 오늘 모든 안보리 이사국이 북한에 단호하게 책임을 묻는 데 동참해 주실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도 “북한이 여러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며 무모한 도발과 불법적인 핵,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다만 이번 안보리 회의에서도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추가 대북제재를 채택하지는 못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어느 한 나라가 반대한다고 하여 결의안이 부결되는 것은 현 시대의 요구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다수결의 원칙이 적용되는 방법으로 유엔 안보리도 개혁해야 합니다.
목용재: 지난 20일 한국의 통계청이 북한의 주요통계지표를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북한 경제는 3년 연속 역성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남북 간 소득격차는 30배로 확대됐고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영양 공급량은 2004년 정점을 찍은 이후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미사일 발사에 몰두하고 있는데요. 북한 당국이 하루빨리 현실을 돌아보길 바랍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 통일부 장관 특보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