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 금지법’ 공포, 북 주민 생계에 영향 미칠 것”

서울-목용재, 고영환 moky@rfa.org
2021-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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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전단 금지법’ 공포, 북 주민 생계에 영향 미칠 것” 31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이종배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 대표가 지난 29일 공포된 대북전단금지법이 인권을 침해한다며 인권위에 진정서를 전달하기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하얀 소의 해, 신축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먼저 청취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이른바 ‘대북전단 금지법’이 공포됐습니다. 이에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들과 국제사회가 크게 반발하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위원님, 새해 첫날 인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고영환: 목 기자님도 새해 축하합니다. 북한에 계신 청취자분들께도 새해 따뜻한 인사를 보냅니다.

목용재: 지난달 29일 이른바 ‘대북전단 금지법’이 공포됐죠? 먼저 이 소식부터 전해주시고 해당 법률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영환: 한국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2월 국회에서 여야 합의 없이 단독으로 강행 처리한 ‘대북전단 금지법’이 한국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지난달 29일 공포됐습니다. 한국 정부가 지난달 22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국회를 통과한 ‘대북전단 금지법’을 심의, 의결한 지 일주일 만입니다. 동 법안에 따라 내년 3월 30일부터 남북분계선 접경지역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하거나 대북확성기 방송을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즉 2만 7000 달러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됩니다. 설명을 드리자면 내년 3월 30일부터는 탈북민 단체, 북한인권단체는 물론 국제인권단체들도 군사분계선 접경지역에서 북한을 향하여 대북전단을 살포하거나 대북확성기방송을 하게 되면 재판 혹은 벌금에 처해진다는 겁니다.

목용재: 위원님께서 보시기에 해당 법률이 북한 주민들과 탈북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들과 국제사회가 해당 법률의 어떤 부분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인지도 구체적으로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영환: ‘대북전단 금지법’이 공포되자 북한 인권 단체들은 동 법안이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와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침해한다며 일제히 비판에 나섰습니다. 지난달 29일 김태훈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은 “한국 정부가 해당 법률을 공포함으로써 ‘국가는 국민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헌법 10조 상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재평 탈북자동지회 사무국장은 “한국에 있는 탈북민들이 북한의 가족들에게 금전, 물품 등을 보내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 법률에 포함됐다”며 “‘대북전단 금지법’은 북한 주민들로부터 희망과 빛을 빼앗으려는 악랄한 법이나 다름 없다”고 한국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지난 2017년 북한에 17개월 동안 억류됐다가 풀려난 뒤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친 프레드 웜비어씨도 ‘대북전단 금지법’에 대해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독재자나 하는 짓”이라며 한국 정부를 비난했습니다. 대북전단은 외부 세계와 고립된 북한 주민들에게 한국과 외국의 소식을 전달하는 강력한 수단 중 하나입니다. ‘대북전단 금지법’이 실행될 경우 북한 주민들은 외부의 정보, 소식과 단절될 수 있습니다. 또한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이 벌어들인 돈을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보내는 길이 차단됨으로써 탈북민들과 고향 가족들 간의 연계도 끊어지고 북한 가족들의 생계도 위험에 빠질 수 있습니다. 중요한 문제는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의 소식과 정보를 넣어주는 등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려는 탈북민 단체, 인권단체 그리고 한국 국민이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목용재: 이른바 ‘대북전단 금지법’이 공포되자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들이 헌법소원과 효력정지가처분 신청 등을 제기했죠?

고영환: 한국 내 탈북민 단체와 북한인권 단체들은 지난 29일 ‘대북전단 금지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법안이 공포된 당일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전환기정의워킹그룹, 탈북자동지회, 북한인권증진센터, 6.25국군포로가족회 등 한국 내 27개 북한인권, 탈북민 단체들은 해당 법안에 대한 헌법소원과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헌법재판소에 제기했습니다. 헌법소원이란 국회 등에서 만들어진 법안이나 정부의 규정 등이 대한민국의 기초인 헌법 정신에 위반되니 해당 법이나 규정을 바로잡아 달라고 헌법재판소에 소원을 제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도 별도로 ‘대북전단 금지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박상학 대표의 법률 대리인인 이헌 홍익법무법인 변호사는 “청구인인 박상학 대표의 대북전단 살포 활동은 헌법상 권리로 최대한 보장돼야 하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며 “해당 법률은 이 같은 청구인의 자유권와 행복추구권, 일반적 행동 자유권에 관한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에서 꽃제비 생활을 하다가 한국에 와서 대학교를 졸업한 뒤 올해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날 ‘대북전단 금지법’을 무효화하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해당 개정안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전단 등 살포 행위, 대북 확성기 방송 등 남북 합의서 위반 행위 등을 금지한 ‘대북전단 금지법’의 관련 조항, 처벌 규정 등을 모두 없애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입니다. ‘대북전단 금지법’이 세계 각 곳에서 커다란 반대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목용재: 이런 가운데 지난해 11월 탈북민 북송사건이 벌어진 바 있었죠. 이에 대해 한국 내 변호사 단체가 이 사건의 전말을 조사해달라는 진정을 지난해 11월 국가인권위원회에 넣은 바 있는데요. 해당 진정에 대한 국가인권위의 입장이 나왔죠?

고영환: 지난해 11월 동해상에서 나포돼 한국에 왔던 북한 선원 2명을 한국 정부가 북한으로 추방한 행동이 적절했는지를 조사해 달라는 한국 내 변호사 단체의 진정을 검토해 온 국가인권위원회가 이 사건에 대해 “실체 파악에 한계가 있다”며 관련 진정을 각하했습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은 한국 국가인권위원회가 해당 진정에 각하 결정을 통보했다고 지난 30일 밝혔습니다. 각하란 절차상 요건이 성립하지 않아 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돌려보낸다는 의미입니다. 인권위는 해당 사건에 대해 “실체를 파악해 인권침해 유무를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피해자들이 이미 북한으로 추방된 상황에서 사실 파악에 대한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고 비사법적 구제기관인 위원회의 조사 권한의 한계상 정보 접근에 있어서도 상당한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인권위는 덧붙인 소수 의견 표명을 통해 “명확한 법률적 근거 없이 피해자를 북한으로 강제 추방한 것은 헌법상 인간 존엄성과 신체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고 고문 방지협약 당사국으로서 의무 위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국가인권위원회가 한국 정부의 결정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목용재: 국제사회가 지난 한 해 동안 북한에 1000만 달러 규모의 식량 지원을 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는데요. 이 소식도 정리해주시죠.

고영환: 지난 30일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이 집계한 올해 대북 지원 현황 자료를 보면 올해 러시아와 캐나다, 스위스, 스웨덴, 노르웨이, 불가리아 등 6개국이 세계식량계획의 대북식량 지원 사업에 총 1050만 달러를 지원했습니다. 국가별로 보면 스위스 522만 달러, 러시아 300만 달러, 스웨덴 104만 달러, 노르웨이 68만 달러, 캐나다 55만 달러, 불가리아 5600 달러 등이었습니다. 지원 품목은 식량과 식료품입니다. 신형 코로나로 세계 경제가 타격을 입은 상황이고 또한 북한이 신형 코로나 확산을 우려해 국경을 폐쇄한 것이 외부의 대북지원량이 지난해에 비해 감소한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북한이 올해는 그럭저럭 버텼다고 하더라도 신형 코로나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내년도 북한 주민들의 살림살이가 더 악화될 것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목용재: 한국에서 이른바 ‘대북전단 금지법’이 공포됐습니다. 한국 내 북한인권 단체들이 해당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과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낸 상황이기 때문에 ‘대북전단 금지법’이 실제로 실시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합니다. 다만 한국 정부가 북한 주민들에게 유입되는 정보 등을 차단하는 법률을 공포했다는 사실에 국제사회와 탈북민 사회 등이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들께서는 해당 사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실지 궁금해지는군요.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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