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북, ‘적대적 두국가’ 실질적 조치 이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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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북한이 지난 7일부터 8일까지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했습니다. 북한은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사회주의헌법의 일부 내용을 수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북한이 공언한대로 적대적 두국가와 관련해 통일 내용 삭제, 육상 및 해상 국경선 등과 관련한 세부적인 내용이 포함됐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김성렬 부산외대 교수와 함께 이번 최고인민회의 내용을 분석해보겠습니다.

[ 진행자] 북한이 이번에 오랜만에 최고인민회의를 진행했는데요. 어떤 내용을 전반적으로 다뤘는지 설명해주십시오.

[ 김성렬] 북한은 예고한 대로 지난 7일부터 8일까지 이틀에 걸쳐 한국의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1차 회의를 개최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연초 공개적으로 지시한 통일 관련 조항 삭제 및 해상국경선 조항 신설 등 적대적 두국가 조치가 개헌 내용에 반영되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최고인민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노동 연령과 선거연령이 수정됐다고 보고했지만, 통일 관련 조항 삭제에 대한 내용은 언급 자체가 없었습니다.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상정된 주요 내용은 사회주의 헌법 일부 내용 수정 및 보충, 공업법과 대외경제법 심의, 품질 감독법 집행검열 감독, 조직 문제 등 5가지입니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의도대로 영토, 영해, 영공 조항을 신설하는 것이 간단치 않아 헌법에 반영하지 않았고, 내년에 있을 제15기 최고인민회의에서 공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2025년에 개최될 제15기 최고인민회의는 대의원 선거, 국무위원장 선거, 국가지도기관 선거, 사회주의 헌법 개정 등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선전선동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시기를 골라 수위 조절을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 진행자] 교수님 말씀대로라면 그 동안 주목됐던 통일 및 국경선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는 말씀인데요. 북한이 헌법 일부 내용을 수정해 그 동안 예고했던 내용을 실제 반영했을 것으로 보시나요?

[ 김성렬] 북한은 연초에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에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행사 영역을 합법적으로 정확히 규정 짓기 위한 법률적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후 9개월만에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1차 회의를 열었습니다. 이번 회의에서 개정된 헌법이 공개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만 그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으로 봐서는 개정안 내용과 공개의 시기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일성, 김정일의 유훈이라고 볼 수 있는 헌법 제9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북반부에서 인민 정권을 강화하고 사상, 기술, 문화의 3대 혁명을 힘 있게 벌려 사회주의 완전한 승리를 이룩하며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에서 조국통일을 실현하기 위하여 투쟁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는데 이를 삭제하고 어떤 내용으로 대체할 것인지에 대해 북한은 숙고하고 있는 거죠.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1차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도 개정안의 세부 조항이 완성되지 않은 것과 연관이 있다고 봅니다. 만약에 헌법 개정이 이뤄졌다면 그 다음의 행보는 어느 시점에 이를 공개할 것인지입니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서둘러 공개하기 보다는 미 대선 결과를 고려하고 이후 정치적으로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시기를 조절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위 두 가지 측면에서 볼 때 올 연말이나 내년 신년사에 반영하여 공개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 진행자] 북한이 이런 와중에 한국과의 연결 도로와 철도 등을 완전히 끊고 요새화 공사를 진행한다고 선언했죠?

[ 김성렬]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9일부터 대한민국과 연결된 북한 측 지역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견고한 방어 축성물들로 요새화하는 공사가 진행되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인 대한민국과 접한 남쪽 국경을 영구적으로 차단, 봉쇄하는 것은 전쟁 억제와 공화국의 안전 수호를 위한 자위적 조치"라며 "요새화 공사와 관련하여 오해와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9일 오전 9시 45분 미군 측에 전화통지문을 발송했다"고 공개했습니다. 작년 말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남북 '적대적 두 국가 관계' 선언 후 경의선과 동해선을 차단하는 움직임이 이어져 지난 1월에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에 지뢰를 매설하고, 6월과 7월에는 각각 동해선과 경의선 철로를 철거했습니다. 지난 4월부터는 비무장지대(DMZ) 북한 측 지역에서 많은 병력을 동원해 대전차 장애물 방벽으로 추정되는 기물 설치와 지뢰 매설, 불모지 작업 등을 진행 중입니다. 북한 군의 발표는 김정은 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 관계 선언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지고 있는, 물리적, 군사적 조치를 공식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 진행자]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 김성렬] 김명수 합동참모의장은 10일 북한이 전날 남북 연결 도로·철길 완전 차단 및 방어 구조물의 요새화를 발표한 것과 관련해 북한은 이미 지난 8월에 남북 연결 통로의 전체 차단 작업을 마쳤다고 평가했습니다. 김 의장은 "차단 작업이 8월에 끝난 상황에서 10월에 발표한 상황"이라며 "그 의도는 기본적으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의 요새화 선언에 대해 "이미 비무장지대에서 정전체제 무력화를 획책해 온 북한의 이번 차단 및 봉쇄 운운은 실패한 김정은 정권의 불안감에서 비롯된 궁여지책에 불과하며, 앞으로 더욱 혹독한 고립을 초래할 것"이라며 "우리 군은 일방적 현상변경을 기도하는 북한의 어떠한 행동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사태의 책임은 북한에 있음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진행자] 최고인민회의가 끝나자마자 북한이 이 같은 움직임에 돌입한 것인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김성렬] 북한이 9일 한국과 '영구적 국경 차단'에나선다고 밝혔고,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재정립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한국과 연결된 도로와 철길을 끊고 '요새화 공사'를 진행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올해 초 북한은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서북도서 지역에서 잇달아 포사격을 감행해 군사적 긴장 수위를 높였고, NLL을 '유령선'으로 규정하며 우리 해군 함정들에 대한 무력행사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북한의 일방적인 경계선 구획을 보면 헌법 개정의 일환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주권국가로서의 경계선을 분명히 한 것이고 이에 대한 한국의 도발이 있을 경우 수위가 강한 군사행동도 불사하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하나는 합동참모본부가 밝힌 것처럼 북한 주민들의 이탈을 완전 봉쇄하겠다는 의도가 있습니다. 최근 북한 군인과 민간인이 휴전선을 걸어서 넘어온 사례가 있는데 이러한 이탈 행위를 경계선 확정과 군사적 조치를 통해 철저히 봉쇄 및 통제하겠다는 것이죠. 김정은 정권은 이미 두만강과 압록강 국경지역에 이중 삼중의 철조망을 설치한 상태입니다. 이로 인해 탈북자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을 보면 북한 당국이 집중적으로 내부를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내부의 통제와 영토의 분리를 병행하며 적대적 두 국가화를 실질적인 조치로 공고히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 진행자] 적대적 두국가 관계를 천명한 북한이 점점 이를 고착화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이번 최고인민회의를 통한 헌법 개정에서 북한이 실제 두국가 내용을 반영한 뒤 이를 공개하지 않았을 가능성과 반영을 뒤로 미뤘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데요. 일단 김정은이 지난 7일 김정은국방종합대학교에 간 자리에서 적대적 두국가 기조를 재차 확인한만큼 이 내용이 헌법에 반영되는 것은 시간문제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북한 주민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합니다. 시사진단한반도, 오늘도 김성렬 부산외대 교수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성렬]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