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새 땅 찾기 사업으로 전국적 통제 나서”

서울-오중석, 이현웅 ohj@rfa.org
2019-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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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강서구역 청산리에서 주민들이 모내기를 하는 모습.
북한 강서구역 청산리에서 주민들이 모내기를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5월 3일자 1면에 수록된 ‘새 땅을 대대적으로 찾아 경지면적을 늘이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당이 제시한 알곡생산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새 땅 찾기 사업’을 통해 부침면적을 늘여야 한다며, 농업부문 일꾼들과 근로자들에게 곡식을 심을 수 있는 땅이라면 모조리 찾아내라고 촉구했습니다.

오중석: 북한이 식량난으로 주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가 어려워지자 ‘새 땅 찾기 사업’이란 것을 통해서 식량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것인데요. 관련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시겠습니까?

이현웅: 이번 사설은 ‘새 땅 찾기 사업’의 성격을 “적대세력들의 악랄한 책동을 짓 부시고 자력갱생의 기치높이 전진하는 사회주의 조선의 본 때를 보여주기 위한 투쟁의 일환”이라고 규정했습니다. 현재 북한이 직면한 식량난의 근본 원인을 적대 세력에게 돌린 것입니다. 그리고 “인민들의 먹는 문제해결의 돌파구는 새 땅을 더 많이 찾아내 경지면적을 늘이는 데 있다”고 밝혔습니다. “농업일꾼들과 근로자들은 시대 앞에 지닌 사명과 본분을 깊이 새겨 안고 새 땅 찾기에 한 사람 같이 떨쳐나서 알곡생산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간석지 건설, 강 하천 정리, 도로 물길과 양수장 정리, 논둑, 포전 도로 옆, 포전 사이의 빈 땅과 같이 곡식을 심을 수 있는 땅이라면 모조리 찾아내라”고 다그쳤습니다. 당 조직들은 사회주의경쟁을 널리 조직하여 총화평가사업을 통해 새 땅 찾기 투쟁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생산을 비약적으로 늘림으로써 경제발전 5개년 전략에 제시된 알곡고지를 무조건 점령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북한정권의 경제적 난관과 농업정책의 실패로 야기된 식량난을 대외 세력들에게 전가하고 있는데요. 북한 주민들에게 적대세력들을 짓부시고 북한 사회주의의 본 때를 보여주기 위한 투쟁에 나서라고 선동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현웅: 북한 세습독재정권의 전형적인 체제운영방식의 하나는 내부문제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아 내부 저항의 방향을 밖으로 돌리는 술책입니다. 기본적으로 사회주의 나라에서 주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는 당과 정권이 풀어야 최고 과제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1990년대 중반 배급제가 끊어진 이후 농민시장과 장마당, 종합시장을 전전하며 연명해왔습니다. 지난 30여 년에 걸친 북한 사회주의는 경제적 측면에서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북한 정권은 실패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를 깊이 성찰하고 이에 맞는 처방전을 내놓아야 할 때입니다. 이번 ‘새 땅 찾기 사업’의 성격을 ‘적대세력을 짓 부시기 위한 투쟁’으로 규정한 것은 당과 정권의 경제 실패 책임을 은폐하려는 대(對) 주민 선전공작입니다.

오중석: 북한 정권은 만성적인 식량부족 문제의 해결 돌파구가 ‘새 땅 찾기 사업’에 있다며 농민들에게 부침 땅 면적 늘이기를 강력하게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과연 북한에서 경작이 가능한 새 땅을 찾아내면 식량증산이 가능할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이 제시하고 있는 ‘새 땅 찾기’ 방법들을 살펴보면 바닷가 백사장에 떨어진 바늘 자리 하나까지 찾으라는 식입니다. 농업생산량은 경지만 넓다고 생산량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며 빈틈없이 작물을 빽빽하게 심는다고 알곡생산 목표가 달성되는 것도 아닙니다. 농업생산은 과학적 영농방법만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 입습니다. 북한의 알곡생산 부족은 가뭄, 홍수와 같은 천재지변에 그 원인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북한 스스로도 국제사회에 식량지원을 요청할 때마다 천재지변을 생산량 급감의 가장 큰 원인으로 언급해왔습니다. 북한 정권은 거친 산악지형이 대부분인 북한 땅에서 새 땅을 찾아 경지면적을 늘이는 방식으로 식량난 해결의 돌파구를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적대세력을 볼모로 한 이번 ‘새 땅 찾기 사업’은 북한 정권의 또 다른 목적과 저의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주민통제가 숨은 의도일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이 식량난을 해결한다면서 그 방법으로 ‘새 땅 찾기 사업’을 내세운 배경과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땅의 지형적 특성상 농경지확대가 쉽지 않고 유휴농지를 최대로 이끌어 내어 작물을 만 포기로 심는다 해도 수 십 년에 거쳐 반복되고 있는 식량난을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런 수단은 과거에도 수없이 동원 된바 있었으나 지금의 식량난이 입증해 주듯이 올바른 해법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바닷가와 산간 계곡에 이르기 까지 전국 차원에서 ‘새 땅 찾기 사업’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것은 주민불만에 대한 통제가 시급했기 때문입니다. 북한 정권은 핵무기만 만들면 한국과 미국이 북한에 쌀을 스스로 갔다는 줄 것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핵개발에 매진하면서 북한 주민들의 허리띠를 옥죄어 왔으나 결과는 크게 빗나갔습니다. 북한 핵이 가져온 것은 쌀은 고사하고 체제안전과 주민생명의 파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국제 식량기구는 북한 주민 2천 5백만명중 영양실조에 걸린 인구가 1천 1백만 명에 달한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올해 농업 생산량 저조는 올해 가을까지 주민들에게 긴긴 생활고를 가져다 줄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볼 때, 김정은 정권의 ‘경제발전 5개년 전략계획’이 실패로 이어짐은 물론 정권에 대한 최대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깊은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오중석: 만성적인 식량난의 원인을 호도하고 엉뚱한 선전선동으로 주민을 압박하고 있는 이번 사설이 북한 주민들에게 미칠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정권은 핵무기를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만능의 보검’이라고 귀가 아프게 선전해왔습니다. 2005년에 핵 보유국임을 주장하였으며, 2012년에 헌법을 개정하여 핵 보유국을 명시하였고, 2013년에는 ‘핵 보유 법’을 제정하였으며, 2017년에는 ‘국가 핵 무력 완성’을 선언했습니다. 북한 정권은 대외적으로는 ‘핵 공갈’을, 주민들에게는 ‘핵 사기’를 쳐온 것입니다. 이번 새 땅 찾기에 나선 북한 주민들은 15년 동안이나 지속되고 있는 ‘핵 사기’를 접하면서 핵무기가 ‘만능의 보검’이 아니라 북한 체제의 자멸을 초래할 수 있는 ‘트로이의 목마’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오중석: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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