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새로운 5개년계획기간, 인재강국 ‘분수령 마련’ 강조”

서울-오중석, 이현웅 ohj@rfa.org
2021.03.22
“북, 새로운 5개년계획기간, 인재강국 ‘분수령 마련’ 강조” 평양의 만경대혁명학원에서 학생이 컴퓨터 스크린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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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 노동신문 320일자 1면에 수록된 인재관리, 인재육성사업을 혁신하여 발전과 번영의 활로를 열어나가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인재는 국가의 제일가는 전략적 자원이며 발전동력으로, 해방직후 손으로 꼽을 정도의 지식인들밖에 없던 나라에 수백만의 지식인 대군이 마련된 것은 수령들이 국가와 혁명발전을 위해 쌓아올린 불멸의 업적이라며, 북한정권 초기 인재육성을 찬양했습니다. 이어서 새로운 5개년계획을 철저히 수행하기 위한 최선의 방략은 인재관리와 육성사업이라고 선전하면서, 새롭게 육성해야할 인재유형으로 당과업을 어떤 조건에서도 결사관철하는 실천형인재 수자를 중시하고 과학기술에 의거하여 일을 풀어나가는 과학형인재 자기두뇌로 한계에 도전하며 새로운 착상을 내놓는 창조형인재 집단주의정신이 강한인재를 제시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당 제8차대회기간 김정은 정권의 인재육성방향을 제시하고 있지만, 새로운 내용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이 어떤 유형의 인재육성에 방점을 두고 있는 지, 관련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은 인재관리와 인재육성사업이 새로운 5개년계획수행의 활로를 열고, 국가의 비약적이며 지속적인 발전을 확고히 담보해 나가려는 숭고한 뜻이 담겨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제성과를 내기 위한 인재양성이라는 점을 선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인재중시, 인재육성 전략이라고 밝혀, 인재육성을 선대(先代)들의 인재육성정책틀내에서 추진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의 전민과학기술인재화와 12년재 의무교육실시영도로, “북한의 종합국력과 전략적 지위가 비할 바 없이 상승하고 자존과 번영의 새시대, 우리 국가제일주의 시대가 펼쳐지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대목에 이르면, 지금의 인재육성이 어디까지나 자력갱생경제에 부합하는 인재육성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그리고 새로운 5개년계획완수가 경제건설투쟁 이기 전에, 당대회 권위를 보위하는 첨예한 정치투쟁이며, “인재들을 많이 육성하여 자체역량을 재정비보강해야 노력과 자금문제, 원료, 자재의 국산화와 재자원화 문제도 성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이런 주장은 경제적 해결능력보다는 정치적 해결능력을 중시한 사상투쟁형 인재육성을 추구하는 것으로 결론 지을 수 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북한이 해방직후 손으로 꼽을 정도의 지식인들 밖에 없던 나라였지만, 지금은 수백만의 지식인군대가 마련돼 있다고 선전했습니다. 북한의 인재육성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사설이 실토하고 있듯이 해방직후 북한에는 대학졸업자가 적게는 10, 많게는 20여명 정도 밖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일제의 북한지역 공업지대화로 인해 과학기술인재의 소요가 많았지만 충당할 수 있는 인재가 적었습니다. 이런 인력수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일성은 과학기술자들의 정치적 이념보다는 과학적 능력을 우선시하여, 식민지 부역경력이나 사상적 과오를 묻지않고 활용했습니다. 심지어 일본인까지 받아들였습니다. 6.25전쟁기간까지 남한지역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월북유도공작을 전개했으며, 그 결과 100여 명이 넘는 고급과학기술인재들이 북한으로 넘어갔습니다. 이들은 북한경제의 질적성장의 기초를 닦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1960년대 중반부터 북한경제는 하락추세로 돌아섰습니다. 그 원인은 주체사상에 입각한 자력갱생경제추진에 있었습니다. 주체경제를 시작하면서 인재관리와 인재육성에서 능력보다는 정치적 충성도를 더 중시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설 역시 정치사상적 충실성함양에 중점을 둔 인재육성방식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정은의 인재육성정책이 경제성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오중석: 북한 통치집단이 이번 사설을 통해 인재관리와 인재육성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배경과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의 인재육성정책 원칙은 기본적으로 김씨 일가에 대한 충성을 기준으로 인재를 발굴, 육성하여 배치하는 것입니다. 전문성과 과학기술능력을 기준으로 인재를 발탁해 활용하기도 했지만 이렇게 발탁, 배치된 인재들은 당의 견제에 의해 곧 제거되거나 경제실패의 책임을 지고 퇴출되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더욱이 현재의 북한 경제침체는 인재양성의 문제로 풀 수 없는 상황입니다. 개혁개방을 거부하며 국제경제와 단절된 폐쇄경제체제를 굳게 유지하고 있어, 북한경제를 근본적으로 살릴 수 있는 인재육성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북한 통치집단의 자력갱생경제에 부합하는 인재육성 주장은 경제실패에 따른 주민들의 불만을 무마하고, 인재육성을 빌미로 정치사상교육을 강화해 젊은 세대들을 체제융화적 인간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목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새로운 5개년계획기간에 인재관리와 인재육성에서 혁명적 전환을 일으켜, 북한을 인재강국으로 만들자고 촉구했습니다. 이런 주장이 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이 인재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성향이나 신분이 아니라, 실력위주의 인재선발과 적재적소 배치의 원칙이 확립되어야 합니다. 인재관리 역시 김씨 일가에 대한 충성도와 당성을 기준으로 하기보다는 경제적 해결능력과 실적을 기준으로 해야합니다. 이러한 과감한 혁신없이 추진하는 인재육성사업은 주민들에게 허탈감만 안길 것이며, 내일의 꿈을 상실한 젊은이들의 김씨 일가 세습정권에 대한 회의는 갈수록 깊어질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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