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당 보위차원의 ‘피해복구 속전속결’ 촉구”

서울-오중석, 이현웅 ohj@rfa.org
2020-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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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dier_work.jpg 사진은 복구 작업 중인 북한 군인들.
사진-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9월 19일자 1면에 수록된 “기적창조의 불길을 세차게 지펴올려 당창건 75돌과 당제8차대회를 보위하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오는 10월 당창건 행사와 내년 1월로 결정(8.19 제6차 전원회의)된 당제8차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서는 지난 여름 태풍과 폭우로 입은 피해를 완벽하게 복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피해복구 현장을 “최전선”으로 삼고, 피해복구의 영웅신화와 기적창조의 불길을 지펴 올려 “당 창건 75돌과 제8차대회를 영예롭게 결사보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피해복구가 “당이 정한 기일안에 당이 바라는 높이에서 성과적으로 이룩”되어야만, “새로운 승리를 위한 설계도를 마음껏 펼치게 되고, 새해 진군의 첫 시작부터 보폭을 크게 내짚게 될 것”이라며 신속한 복구활동을 강조했습니다. 전체당원과 근로자들, 인민군 군인들은 이러한 “당중앙의 의도를 뼈에 새기고 결사관철의 영웅적 위훈을 창조해나가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태풍과 폭우로 인한 ‘전대미문’의 피해를 당이 제시한 시간표에 따라 최대한 신속하게 복구할 것을 반복해 강조했습니다. 이것은 이번 피해가 김정은 정권에 ‘결정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 데요, 관련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북한은 올 여름, 제8호 태풍 ‘바비’와 제9호 태풍 ‘마이삭’, 제10호 태풍 ‘하이선’의 영향으로 ‘돈벌이’와 ‘먹거리’의 핵심지역인 검덕지구와 황해도, 함경남도 곡창지대에서 심각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김정은은 체제불안을 느끼고 함경남도 피해현지에서 정무국확대회의(9.5)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평양에서 12,000명의 우수당원을 선발해 ‘최정예수도당원사단’ 2개를 급조해 피해현장에 투입했습니다. 이같은 김정은의 조치에 부응하여 이번 사설은 “피해복구건설은 당이 바라는 높이에서 당이 정한 기일에 기어이 끝내야 한다, 조국해방전쟁시기의 당원들처럼 당 앞에 결의한 완공시간을 죽으나 사나 무조건 지켜야 한다”고 다그쳤습니다. 하지만 피해복구작업이 ‘진정으로 피해주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지도자와 당이 입을 타격을 차단하기 위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피해복구를 속전속결로 끝내, “우리식 사회주의의 우월성과 무진막강한 힘을 만방에 과시하자”고 선동했습니다. 노동신문의 이와 같은 ‘과대망상적’ 선동행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우리 식 사회주의’는 “인간해방”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인간개조, 사회개조, 자연개조’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에 조응하는 ‘사상혁명, 문화혁명, 기술혁명’이라는 3대혁명을 사회전분야에 걸쳐 추진하고 있습니다. 3대혁명에 성공해야 인간의 자유와 평등이 완벽하게 구현되는 사회주의 높은 단계, 즉 ‘공산사회’를 이룩할 수 있다는 ‘교리’를 만들어 북한 주민들을 꽁꽁 얽어 매놓고 있습니다. 이중 ‘자연개조-기술혁명 교리’가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는 매년 반복되고 있는 태풍과 폭우피해 현실이 말해주고 있습니다. 핵무력 강화라는 기술혁명의 목적이탈로 인해 자연재해는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북한 ‘우리 식 사회주의’가 자연개조를 75년 동안 추진해왔지만 앞산 뒷산은 모두 민둥산으로 변했고 곡창지대의 영농관리와 관개시설(灌漑施設)은 일상적인 가뭄과 홍수조차 해결 못해 ‘식량부족국가’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려한 금수강산 명소에는 김씨 3대의 ‘불멸의 역사, 불멸의 향도, 불멸의 여정’이라는 우상화 내용에 맞춰 각종 우상화 교육시설이 자리잡고 있고 김씨 일가 전용 별장과 개인 놀이 및 휴양시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우리 식 사회주의의 우월성’이 주민을 위한 우월성이 결코 아니라는 사실을 솔직하게 고백해야 할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피해복구목표가 ‘주민들의 피해원상회복과 생활안정화’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당창건 75돌 행사와 당 제8차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담보하는 데 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못박고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성공적인 당행사 개최’에 목을 매고 있는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은 당우위 국가입니다. 당은 수령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는 무소불위의 기관입니다. 막강한 권력과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조선노동당의 지난 75년 성적표는 현재 지구상에 남아 있는 공산당 중에서 최하위 그룹에 속합니다. 당제7차대회는 이미 실패를 선언한 상태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고난의 행군기를 거치면서 지난날에 가졌던 당에 대한 믿음을 대부분 철회했습니다. 당창건 행사와 제8차 당대회를 통해 주민들의 ‘신뢰와 지지’를 만회해보려 하였으나, 제재와 코로나에 이는 태풍피해로 큰 차질을 빚게 된 것입니다. 주민들 앞에 ‘휘황한 설계도’를 내놓을 수 없을 정도로 큰 피해를 입게된 상황에서 피해복구 과정과 결과를 ‘당의 성과’로 포장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게 작용했을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각급 당조직들과 정치기관들은 인민을 위하여 불철주야 로고를 바쳐가는 최고령도자의 애민헌신의 혁명실록을 잘 알려야 한다.”며 김정은의 ‘위대성 선전활동’에 주력할 것을 지시하고 나섰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런 ‘지시’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우리의 전래속담에 ‘제사보다 젯밥에 정신이 가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은 당기관이든 정치기관이든 피해현장에 모두 뛰어 들어 농작물의 피해를 최소화하여 주민들의 ‘먹거리 문제’를 해소하는데 진력해야 할 때입니다. 피해현장에 급파된 평양시 당원들과 인민군대, 청년 돌격대들의 피해복구활동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들의 안전과 사기를 높이는 활동에 매진할 때입니다. 이런 마당에 최고영도자의 ‘위대성 선전’에 나서라는 ‘엉뚱한 지시’는 조선노동당이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선전하고 있는 ‘이민위천(以民爲天)과 인민대중제일주의’가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 주는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번 사설이 합리적 사고가 결여된 ‘반인민적인 위대성 교양’을 지시하는 것을 보고, 조선노동당의 위선(僞善)에 대한 비난을 토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오중석: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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