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보기] 북, 일꾼에 ‘정치의식무장과 실력배양’ 촉구
2023.11.13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양성원입니다.
양성원: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양성원: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11월 10일자 노동신문에 수록된 “일꾼들은 당과 국가 앞에 지닌 책무를 자신 있게 감당하는 실력가가 되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일꾼들에게 “책무를 자신 있게 감당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는가”라고 반문한 뒤, “맡은 책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책략가, 실력가가 되기 위하여 분발하고 또 분발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어 “일꾼들은 총비서동지의 높은 정치적 신임에 의하여 혁명의 지휘성원이 된 사람들로 그의 믿음에 보답하자면 능력이 있어야 한다”며, 실력가형의 일꾼이 될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실력 있는 일꾼이 되기 위해서는 “정치의식, 정치적 식견을 높이는데 선차적인 힘을 넣어야 한다”며, “당정책을 사고와 행동의 지침으로 삼고 당의 의도에 민감하게 따라서는 것을 체질화, 습벽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이 격동의 시대에 일꾼의 존재가치는 당과 국가, 인민 앞에 무엇을 어떻게 얼마만큼 해놓았는가에 따라 좌우된다”고 밝히고, “일꾼들은 능력 있고 준비된 실력가, 다재다능 한 인재, 유능한 혁명인재로 철저히 준비해 나가라”고 주문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력자랑, 경력자랑이 아니라 해박한 지식과 폭넓은 상식을 소유하기 위해 내심적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새로운 과학기술적 성과와 경험을 배우기 위해서라면 천리길도 마다하지 않는 정열가가 되어야 하고 대중에게서 적극적으로 배우고 대중의 의사를 존중할 줄 아는 일꾼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양성원: 이번 사설은 “지금처럼 일꾼들의 실력제고가 간절한 과제로 부각되고 국가발전의 기본과업으로까지 제기된 적은 일찍이 없었다”며, 일꾼들의 정치실무적 자질과 능력문제를 지적했습니다.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은 “오늘 우리 혁명 앞에 가로놓인 중첩되는 난관과 시련, 우리 세대에 맡겨진 강국건설대업은 일꾼들이 만짐을 지고 비상한 사업능력과 열정, 투신력을 발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적고, “사회주의건설의 새로운 고조국면을 열어나가는 데서 무엇보다 중시되고 반드시 해결하여야 할 것이 일꾼들의 실력문제”라고 꼬집었습니다. 또 “사업을 당이 바라고 의도하는 높이에서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는 알차게 준비된 일꾼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직면한 난관과 시련은 일꾼들이 실력과 능력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쉽게 극복될 수 있는 사안들이 아닙니다. 문제의 원인이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공산주의사회’ 건설을 강행하고 있는데 있기 때문입니다. 인민대중의 자주성과 의식성, 창의성과 자발성을 끌어낼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또한 중앙통제경제체제를 계속 고집하는 한 경제실패를 극복할 수 없습니다. 일꾼들의 실력과 능력을 탓할 일이 아닙니다. 현실성이 전혀 없는 사상과 통치, 제도에 대한 개혁이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양성원: 이번 사설은 “당중앙이 무슨 일을 맡겨도 언제나 마음을 놓는 실력가, 이것이 김정은 시대 혁명하는 일꾼의 참모습”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이 요구하는 ‘북한 일꾼의 정체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사설에 따르면 “모든 일꾼들이 자신을 당과 혁명이 요구하는 인재로 준비해 나갈 때 총비서동지와 사상도 감정도 의지도 하나가 된 참된 충신으로, 진짜배기 혁명가로 한 생을 빛내어 나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당중앙의 전략전술적 구상과 방침에 입각한 뚜렷한 발전방향과 단계별 계획을 가지고 단위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나가는 책략가가 되어야 하며 당의 구상과 결심은 과학이고 승리라는 확고한 신념에 실력을 더하면 그 어떤 시련과 난관도 헤칠 수 있고 결심한 모든 것을 완벽한 성공작으로 이루어 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요약하면 김정은에게 충성을 다하고 김정은이 제시한 발전방향과 계획을 그대로 수행하는 일꾼이 최고의 일꾼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나라의 진정한 일꾼은 총비서에게 충성하는 일꾼이 아니라 인민과 국가에 충성하는 일꾼입니다. 총비서도 역시 일꾼 중에 하나일 뿐입니다. 따라서 총비서도 인민과 국가의 일꾼으로서 자기 역할을 다해야 합니다. 북한 통치집단은 일꾼에 대한 정의와 성격, 역할을 다시 정립해야 할 것입니다.
양성원: 이번 사설은 일꾼들이 “당중앙의 구상과 의도를 높은 실력으로 받드는 인재가 되자”를 좌우명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북한이 일꾼들에게 ‘실력 있는 인재 되기’를 강력하게 촉구하고 나선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사설은 일꾼들에게 “높은 정치의식은 우리 일꾼들에게 있어서 첫째가는 실력이고 위력한 무기이며 기본징표”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아무리 실무에 밝고 내밀성이 있다고 하여도 당중앙의 혁명사상을 신념화하지 못하고 당정책에 둔감한 일꾼은 우리 혁명에 걸림돌, 제동기 역할만 하게 된다”고 경계하고 “당중앙의 혁명사상을 자신의 뼈와 살로 만들고 사업과 생활에 철저히 구현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이어 “존엄과 영광의 절정에 올라선 공화국의 국위와 국격에 상응하게, 비상한 장성속도를 이룩해 나가자면 실력가형의 일꾼역량을 절대적 필요로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내용들을 감안해볼 때 이번 일꾼들에 대한 실력타령은 경제성과나 과업달성보다는 일꾼들의 김정은 혁명사상 무장과 체득화를 통해 그에 대한 충성의 강도를 높이고, 실질적인 핵무력 보유국에 걸맞는 위상확보를 노린 일꾼 다잡기의 일환으로 해석됩니다.
양성원: 이번 사설은 지금이야말로 “억대의 자원보다 맡은 사업을 당이 바라고 의도하는 높이에서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는 알차게 준비된 일꾼”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일꾼들은 이런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경제 전문가들은 한결 같이 북한이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외부의 지원 없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통치집단은 이러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진단을 한사코 거부한 채, 60여 년 전에 김일성이 주창한 자력갱생을 영구적인 전략노선으로 채택하고 국가적 자력갱생, 계획적 자력갱생, 과학적 자력갱생을 앞세워 경제발전의 길을 스스로 포기하고 있습니다. 북한 일꾼들은 ‘억대의 자원’ 필요성에 소극적인 입장을 표명한 사설내용을 보고 핵심통치세력들의 암담한 현실인식에 개탄을 금치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양성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