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자본주의사회’와 ‘자유민주주의’ 맹비난”

서울-오중석, 이현웅 ohj@rfa.org
2021.11.01
“북, ‘자본주의사회’와 ‘자유민주주의’ 맹비난” 사진은 지난 2017년 열린 평양시 반미 군중집회 모습.
/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10월 29일자 6면에 수록된 “자본주의사회에는 참다운 자유와 민주주의가 있을 수 없다”는 논설입니다. 이 논설은 “제국주의자들은 저들의 약탈적인 구도와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해 자본주의를 미화분식하는 궤변들을 대대적으로 유포시키면서 세계를 기만”하여 왔으며, 그 대표적인 것이 “자유민주주의”라고 주장했습니다. 자본주의사회는 “황금만능의 사회, 양육강식의 사회, 허위와 기만으로 가득찬 사회”이며, “돈있는 자들에게는 천당이지만, 돈없는 사람들에게는 생지옥”이라고 선전했습니다. 이어, 자유민주주의의 본질은 “강한자가 약한자를 착취할 수 있는 자유이며, 강한자가 약한자를 억압할수 있는 민주주의”라고 폄하했습니다. 자본주의정치는 “자본가계급의 이익에 절대복종하는 가장 불평등한 정치, 근로인민대중에게는 순종과 굴종만을 강요하는 가장 반인민적인 강권정치로 악명떨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반면, 사회주의는 “자주성을 지향하는 인민대중이 오랜 투쟁과정을 통하여 스스로 선택한 것”으로, 장래에 “사회주의가 승리하는 것은 확정적”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자본주의사회의 부정적 측면만 부각시켜 비난함으로써 자본주의에 대한 적대의식을 고취시키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의 목적이나 본질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데요. 관련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논설에 의하면, 자본주의나라에서는 “수많은 악법과 수사기관들을 비롯한 방대한 폭압기구들이 진보적인 정당, 사회단체들의 활동과 일반주민들의 일거일동을 항시적으로 제약, 감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본주의나라에서 “언론, 출판과 집회, 시위에 대한 탄압, 선진적인 사회활동가에 대한 박해와 추방, 인종차별, 자유말살, 인권침해현상은 극도에 이르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현상은 자본주의나라에서만 나타나는 일이 아닙니다. 몰락하기 전 구(舊)소련이나 동구사회주의권 나라들에서는 훨씬더 엄혹한 탄압과 억압이 주민들에게 가해진 바 있습니다. 사회주의 북한 역시 자본주의사회인 한국보다 인권탄압, 빈부격차, 도농간 차이,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의 차이, 토대차이 등 매우 심각한 문제들이 더 많이 산적해 있습니다. 자본주의나라들은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식의주문제의 기본적인 해소, 개인의 소유권 인정 등에서 오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삶이 여타문제들로부터 나오는 불편과 불합리를 상쇄하고도 남는 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자유민주주의’를 제국주의와 자본가들의 ‘정치이념’으로 보고 맹렬하게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자유민주주의는 사회주의보다 인류발전에 더 많은 공을 세웠습니다. 북한의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기본인식’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논설에 따르면, 자유민주주의는 “자본주의에 대한 환상으로 인류사회를 오염시키고 세계도처에서 감행되는 제국주의자들의 침략과 간섭책동을 합리화하는데 적극 이용되어 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적 소유에 기초하고 불평등을 전제로 하는 자본주의사회에서 참다운 자유와 민주주의란 있을 수 없으며 또 있어 본 적도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자유민주주의는 “자본의 착취와 침탈행위들을 변호하고 사회주의를 악랄하게 비방하기 위한 제국주의자들의 사상적 도구”라고 왜곡했습니다. 이어 “사회주의에 대한 수억만 인민대중의 지향과 동경심은 날을 따라 높아가고 있다”고 선전했습니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는 ‘개인의 창의력’이 인간의 발전과 번영, 행복을 이룩할 수 있는 열쇠로 봅니다. 사회를 그 열쇠로 보는 사회주의나 민족이 그 열쇠라는 전체주의에 비해 자유민주주의가 더 좋은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북한 통치집단의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기본 인식은 완전히 왜곡된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 통치집단은 올해 1월 제8차당대회에서 새로운 5개년계획을 발표한 이후 경제성과 창출에 총매진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항에서, 자본주의사회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비난 선전전’을 펼치고 나선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통치집단은 ‘경제강국’ 건설을 목표로 당과 국가기관을 총동원하여 주민들의 노력동원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력갱생방식 고집으로 마이너스 경제성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북한 사회주의경제체제가 작동불능상태에 빠진 것입니다. 주민들은 개혁개방과 자본주의 시장경제질서의 과감한 도입만이 살길이라는 경제 전문가들의 ‘처방전’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은 주민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대안과 전망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주민들의 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선호추세를 저지하지 못할 경우 정권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 같은 실정을 감안할 때, 북한 통치집단이 자본주의사회와 자유민주주의를 맹비난하고 나선 이유는 주민들의 사회주의에 대한 신념을 공고하게 다지고, 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사상풍조의 유입을 차단하며, 사상적 단결로 내부균열을 막아내 보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러나 19세기 중반 마르크스가 서구 자본주의사회를 비판했던 내용을 그대로 들고와 현재의 자본주의사회를 비난하는 것은 역효과만 날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유린하는 세력”이 있는 한, 인민대중의 반대투쟁은 필연적이며, “그 투쟁에 의하여 사회주의가 승리하는 것은 확정적”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주민들은 이런 ‘거짓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여기에서 말하고 있는 ‘인민대중의 반대투쟁이 필연적’이라는 주장은 ‘사회주의 혁명의 필연성’에서 따온 것입니다. 사회주의혁명이 ‘필연적으로 일어난 적’은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러시아혁명은 레닌과 그의 전위조직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혁명이었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외에 사회주의혁명투쟁의 필연성을 믿는 사람이나 집단은 사라진지 오래되었습니다. 또한 사회주의 종주국 소련이 무너진 이후 사회주의승리를 주장하는 세력은 거의 다 사라졌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사회주의 최후 보루를 자처하고 있는 북한이 ‘사회주의의 완전 승리’를 수십 년째 계속 미뤄가고 있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번 논설의 ‘허구적 주장’에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기자·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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