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1970년대 ‘사상정신적 풍모’ 따라 배우기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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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3월 15일자 3면에 수록된 “당의 기초축성시기 일군들에게서 따라 배워야 할 사상 정신적 풍모” 제하의 논설입니다. 이번 논설은 “사회주의 강국건설의 전환적 국면”을 열어나가기 위해서는 모든 일군들이 “전진하는 대오의 기관차”가 되어 뚜렷한 사업실적을 내야 한다며 ‘1970년대 일군들의 사상정신적 풍모’ 따라 배우기 ‘4개 지침’을 제시했습니다

오중석: 1970년대 북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수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 이었습니다. 어떤 지침들이 제시됐는지, 관련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주실까요?

이현웅: 네. 첫째 지침은 ‘영도자에 대한 절대적 충실성’입니다. 1970년대 당 일군들은 “견결한 혁명원칙과 비타협적인 투쟁정신을 발휘하여 전 당과 온 사회에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세우는데 특출한 공헌을 했다”며, 이를 본 받아 영도자와 생사운명을 함께하는 ‘혁명전사’가 될 것을 요구했습니다. 둘째는 ‘당 정책 결사관철의 정신’입니다. 1970년대 노동당이 일대 전성기로 빛난 것은 당 일군들이 정책을 관철하기 전에는 “쓰러질 권리도 없다”는 철칙을 따랐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셋째는 ‘지칠 줄 모르는 사업의욕과 낙천성’입니다. “당의 노선과 방침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순직할 각오를 가지고 정열에 넘쳐 일하는 투사가 되고 불사신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넷째는 ‘실력을 부단히 높이는 불타는 학구열’입니다. 자기 분야 사업에 정통하며 막힘 없는 실천능력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따라 배워야 할 ‘1970년대 사상정신적 풍모’ 중에서도 “영도자에 대한 충실성”을 강력하게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은 1970년대를 ‘체제의 전성기’이자 ‘조선노동당의 전성기’로 자랑스럽게 선전하고 있습니다. 제5차 당대회를 통해 지도이념에 주체사상을 등장시키고, 새로운 헌법을 제정하여 ‘사회주의국가’임을 선포했으며, ‘수령’(김일성)을 정점으로 하는 유일체제와 권력세습체제를 구축하고 김정일 권력승계를 목적으로 하는 ‘3대혁명소조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했습니다. 또한 유일체제를 지속적으로 재생산할 수 있는 사상적, 물리적 체계도 완성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1970년대 ‘사상정신적 풍모’는 북한체제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1970년대 북한의 가장 큰 ‘실수’는 사회주의에 배치되는 수령 독재와 세습체제를 구축한 것입니다. 이것도 모자라 ‘영도자’ 개인숭배를 영구화하기 위해 ‘유일사상 10대 원칙’을 헌법보다 상위규범으로 제정하여 전 사회를 ‘개인숭배’집단으로 변질시켰습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일군들에게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확립’을 강조했습니다. 이런 강요가 갖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조선노동당의 원래 위상은 ‘혁명의 참모부’로서 북한 내에서 최고의 지도력을 갖는 조직이었지만 당위에 수령이 올라 앉게 되면서 ‘혁명의 무기’라는 수단으로 전락됐습니다.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유일체제 유지기구’로 타락한 것입니다. 따라서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 확립’ 주장은 당 일군들이 김정은의 유일 독재체제를 확립하는데 충성을 다하라는 것입니다. 현 시점에서 북한의 최대 생존과제는 ‘유일영도체계 확립’이 아니라 ‘완전한 비핵화와 경제개발’입니다. 이런 사활적 과제를 뒷전으로 밀어내고 세습독재권력을 공고히 하라는 주장은 얼마 안가 ‘돌이킬 수 없는 정책적 실수’로 나타날 것입니다. ‘주민들의 경제생활 향상’을 위해 대내외적 정책자원을 총동원해도 모자랄 판에 이데올로기적 정통성이 부족한 ‘김정은 체제에 대해 맹목적 충성’을 강요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실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이 일군들의 ‘1970년대 사상정신적 풍모’ 따라 배우기를 강조하고 나선 배경과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지난 달, 하노이 제2차 미북정상회담 결렬은 북한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뿐 아니라 당(黨)의 정책적 지도와 김정은의 ‘영도’에도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중대사건이었습니다.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언제나 ‘탁월한 영도’만 하게 되어 있는 ‘수령’의 ‘무오류성’이 일시에 깨졌기 때문입니다. 일반국가에서는 ‘정상회담도 결렬될 수 있다’는 국민적 인식이 보편화되어 있지만, 북한은 ‘영도자’에 대한 개인우상숭배가 정치사회적인 안전장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런 사실이 주민들에게 ‘있는 그대로’ 알려지는 것은 ‘금기사항’입니다. 최고지도자의 외교실패를 합리화하고 정당화하는 선전자료를 만들어 주민사상교육에 나서야 하지만 아직은 마련하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비핵화 협상의 수위 재설정, 미국의 요구, 중국의 의도 등을 파악하는 일이 먼저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번 논설은 이런 상황을 정리하고 대미(對美) 협상의 장기전에 대비하기 위한 ‘대증요법’으로 해석됩니다.

오중석: 1970년대 ‘사상정신적 풍모’ 따라 배우기를 촉구하고 있는 이번 논설이 당 일군들과 주민들에게 미칠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은 ‘1970년대’를 체제발전의 귀감으로 삼고 있지만 그 다음시기인 1980년대에 경제침체가 시작됐습니다. 이어 1990년대는 고난의 행군시기로 수백 만 명의 아사자와 수 십만 명의 탈북자가 발생했습니다. 2000년대는 체제모순을 해결하지 못해 선군정치라는 기형적 통치를 통해 체제명맥을 유지해왔습니다. 2010년대에는 ‘핵 무력완성’에 모든 자원을 쏟아 붓는 비정상적인 행태를 보임으로서 국제사회로부터 가장 위험한 나라로 평가되고 혹독한 정치경제적 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 1970년대 조선노동당의 정책과 노선, 이를 집행하고 관철한 당 일군들의 태도는 나라의 발전방향을 잘못 설정했다는 점에서 체제발전의 ‘귀감’이 아니라 ‘비판대상’이어야 마땅합니다. 당 일군들은 북한의 체제발전과 경제실패원인이 1970년대부터 사상이념의 과잉으로 경제논리가 위축되고, 김일성 유일체제구축으로 반대세력이 완전이 제거되어 ‘변증법적 발전’ 토대가 무너졌으며, 독재세습 기반구축으로 체제발전을 합리적으로 이끌어갈 ‘간부충원’이 빈약해 진데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번 논설을 접한 당 일군들과 주민들은 ‘앞날의 먹구름’을 감지한 채, 긴 한숨만 지을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