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을 ‘우상화 선전’에 가두어선 안 돼”

서울-오중석, 이현웅 ohj@rfa.org
2018-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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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에 실린 김정은 우상화 가요.
노동신문에 실린 김정은 우상화 가요.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노동신문 7월 8일자 1면에 수록된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열어주신 사회주의의 길로 힘차게 전진하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김일성 사망 24주기를 맞아 김일성의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사회주의 혁명 업적을 찬양일색으로 기리면서 김일성과 김정은의 유훈에 따라 사회주의강국 건설을 앞당겨 나가자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오중석: 지난 세기, 소련과 중국은 훌륭한 업적을 남긴 지도자라 할지라도 그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는 공적과 과오를 구분하였으며 과오로 들어난 노선과 정책에 대해서는 날카로운 비판과 검토를 거쳐 새로운 길을 택하였습니다. 북한은 이런 나라들과 매우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관련 기사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네. 이 사설은 김일성을 “희세의 정치가, 불세출의 위인”으로 찬양하면서 권력세습의 장본인들인 김정일과 김정은의 위대성을 부각하는 방식으로 ‘김씨 가문’에 대한 우상화 선전내용으로 일관하고 있는데요.

첫째, 김일성은 “항일의 혈전만리, 건국의 초행길, 전화의 불 구름과 전후 복구건설의 생 눈길을 헤치며 자주, 자립, 자위의 사회주의국가를 세웠다”고 찬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식민지적 예속과 봉건적 질곡에서 신음하던 인민의 지위와 운명의 적극적인 전환을 가져오고, 조국과 민족의 번영을 위한 모든 토대와 재부를 다 마련해 놓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체제와 경제구조에서 많은 부분이 크게 다르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둘째, 김일성이 열어놓은 사회주의의 길은 “영원한 승리와 존엄, 번영의 길, 성스러운 길”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북한 인민들은 실생활을 통하여 “사회주의의 한길을 따라 전진해온 긍지와 자부심을 가슴 벅차게 체험하고 있으며 주체혁명 위업의 최후승리를 확신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이 또한 현재의 북한 경제실정을 미루어 살펴 보면,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 것입니다.

셋째, 김일성은 사회주의 건설을 위해 “두 차례의 혁명전쟁, 두 차례의 사회혁명”을 승리로 이끌어 왔으며 그의 영도에 의해 “사회주의건설의 독창적인 길”이 밝혀졌다는 것입니다. 김일성의 자주정치에 의하여 북한은 반만년 민족사를 다하여서도 누릴 수 없었던 존엄과 영광의 최 절정에 올라서고 “불패의 사회주의 보루”로 빛나게 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넷째, 전체 당원과 군장병 그리고 인민들은 “김일성 동지의 후손, 김정일 동지의 전사, 제자”로서의 혁명적 본분을 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김일성-김정일주의를 기치로 사회주의제도를 튼튼히 보위하고 사회주의강국건설의 최후승리를 결정적으로 담보하며, 김일성 민족, 김정일 조선의 무궁번영을 위해 유훈 관철로 일관하고 있는 김정은의 사상과 영도를 충직하게 받들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또한 오늘의 총 공격전을 “유훈관철전(戰), 당 정책옹위전(戰)으로 수놓고 당의 두리에 굳게 뭉쳐 사회주의의 길로 전진함으로써 김일성, 김정일 조선의 존엄과 영예를 끝없이 빛 내여 나가자”고 선동했습니다.

오중석: 일반적으로 사망한 지도자들의 기일(忌日)을 전후로 그의 업적을 홍보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권력세습과 세습자의 치적 찬양은 물론, 대를 이어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손자에게 까지 충성할 것을 강요하는 선전보도는 매우 이례적입니다. 종교국가 또는 신정체제에서나 찾아 볼 수 있는 선전내용을 노동신문이 사설로 내보낸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이현웅: 네. 먼저 이와 같은 사설작성이 가능한 이유는 북한 ‘우리 식 사회주의’가 종교와 정치를 결합한 신정체제의 성격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설 내용 중에 북한 인민이 “김일성 동지의 후손, 김정일 동지의 제자”라는 주장이나 북한 주민을 “김일성 민족”으로 세뇌시키는 행태는 종교적 교리 또는 종교와 정치가 미분화된 미숙한 정치체제에서나 찾아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다음은 북한이 스스로를 “사회주의의 보루”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 이것은 사회주의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봉건적 권력세습을 은폐하려는데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선조의 치적을 앞세워 권력세습의 정당성을 유지해 나가려는 하급의 정치적 술책에 따른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해방되자 마자 봉건사회와 제도를 가장 증오하며 최우선적으로 이를 폐기하는 ‘반제반봉건민주주의혁명’을 최단기간에 단행하였으며 이를 김일성의 혁혁한 업적으로 찬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70여 년의 북한 역사는 아이러니 하게도 김일성을 시조로 하는 기형의 ‘봉건사회’를 새로 구축하고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3대 권력세습’을 완성했습니다. 이처럼 명분과 실제가 맞지 않는 거짓내용의 선전사설이 북한사회에 미칠 파장과 문제점을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이현웅: 네. 북한은 이 번 사설에서도 김일성이 1946년에 전격적으로 실시한 ‘반제반봉건민주주의혁명’ 및 1958년에 그 완성을 선언한 ‘사회주의혁명’과 관련하여 “두 차례의 혁명과 사회주의건설”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김일성의 역사적 업적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또한 이 “두 차례의 사회혁명”을 통해 북한에는 “만년 재부(財富)”가 마련됐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오늘날 북한 경제사정과 인민생활 수준은 전 세계에서 하위권에 속해 있습니다. 북한 주민 1인당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은 1천불 내외입니다. 사회주의혁명은 ‘만년의 재부’가 아니라 ‘만년의 가난’을 가져왔을 뿐입니다. 1990년 이전에 태어나 ‘고난의 행군시기’를 직접 경험한 북한 주민들은 사회주의체제의 문제점을 속속들이 알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무시한 채 현재 경제난의 근본 원인이 된 ‘사회주의혁명’ 단행을 찬양일색으로 선전하는 것은 북한 주민들을 속이는 기만행위일 뿐입니다. 북한에 인접해 있는 중국공산당의 지도부는 모택동이 중국대륙과 중국 인민들을 사회주의 사상과 사회문화생활에 맞게 개조한다는 명분으로 전개한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 과정에서, 대륙 전체가 기아에 허덕이고 수천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자 숙청될 것을 각오하고 모택동의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는데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전통이 오늘날 중국의 발전을 가져왔다는 것은 북한 주민들도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과거 지도자에 대한 신격화나 우상화보다는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이어 받을 유산과 폐기해야 할 과오를 구분하고, 현실 발전에 가장 적합한 새로운 방법들을 끊임없이 강구해나가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사회혁명’일 것입니다.

오중석: 조선노동당과 노동신문 사설 집필진이 북한체제의 앞날을 진정으로 위한다면, ‘눈 가리고 아옹 하는 식’의 지도자 우상화 선전활동에 안주해 있기 보다는 변화된 북한 주민들의 의식과 눈 높이에 맞는 정론을 펼치데 더욱 주력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위원님 감사합니다. 다음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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