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수령∙태양 놀음’ 이제는 그만 둘 때”

서울-오중석, 이현웅 ohj@rfa.org
2018-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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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절을 기념해 평양에서 열린 김일성화축전.
태양절을 기념해 평양에서 열린 김일성화축전.
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노동신문 9월 14일자 2면에 게재된 “태양의 빛 발아래 우리조국의 앞길 창창하다“ 제하 기사 입니다. 이 기사는 북한 정권 출범 70주기를 맞아 김일성과 김정일, 그리고 김정은에 대한 칭송과 찬양 일색의 ‘김씨 일가 우상화 선전’ 기사입니다.

오중석: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9월 9일 북한 정권 창건 일을 전후로 ‘김씨 일가 우상화’ 선전에 집중하였습니다. 과거에도 북한 언론매체들은 북한 정권의 수립과 정권의 역사가 오직 김일성과 김정일 그리고 김정은의 탁월한 정권운영 능력 및 지도력에 의해서만 유지되어 온 것처럼 선전해왔습니다. 이번 기사는 어떤 내용으로 채워져 있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네. 이번 기사 역시 북한정권의 창건과 70여 년의 역사 유지가 가능했던 것은 역대 ‘수령님들’ 즉 김일성과 김정일의 ‘영도’가 있었기 때문이며, 북한 정권의 앞날도 수령님들의 뜻을 받들고 나가는 김정은의 ‘지도’로 인해 창창하다는 것입니다. ‘김씨 가문’ 3인에 대한 ‘개인숭배’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김일성에 대한 우상화 선전내용인데요. 김일성은 “사회주의조선의 ‘시조’이며, 영원한 ‘국가주석’이고, 위대한 ‘수령’이며, 영원한 ‘태양’”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김일성을 ‘어버이’ 수령으로 강조했습니다. 수령은 “나라와 민족의 운명이며 모든 행복의 상징”이고 “수령이 위대하면 나라도 위대하고 당도 위대하며 인민도 위대”하다는 것입니다. 김일성이 위대했기 때문에 그 이하인 나라와 당과 인민도 위대하다는 것입니다. 김일성이 위대한 것은 “항일의 혈전만리를 헤치며 나라를 찾아주었고, 북한정권을 수립했으며, 조국해방전쟁에서 승리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선전업적’은 사실도 아니며 김일성 혼자 이룩한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둘째, 김정일에 대한 우상화 선전인데요. 세 가지 측면에서 김정일을 김일성과 같은 반열에 두고 선전했습니다. 첫 번째는 ‘어버이’이라는 표현을 김정일에게도 부여했습니다. 사망 직전에 여러 지역을 현지 지도한 것을 두고 “초강도의 빨치산 식 강행군, 눈보라 강행군, 삼복철 강행군”을 해왔다며, 이점을 부각하기 위해 “어버이 장군님의 위대한 혁명생애, 어버이 장군님 생애의 마지막 날”이라는 개인숭배용어를 동원하여 김정일을 ‘어버이’로 칭했습니다. 두 번째는 김일성과 김정일을 똑같이 “위대한 수령님들”이라고 지칭하여 김정일 역시 ‘수령’이라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김정은이 김정일의 초상화를 ‘태양상’으로 바꾸자고 한 사실을 밝히면서 김정일도 ‘태양’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북한 인민들에게는 김일성과 김정일 두 사람 모두 ‘어버이’이자 ‘수령’이고 ‘태양’이라는 것인데요. 이런 주장은 어린이 동화책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내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셋째, 김정은에 대한 우상화 내용입니다. 김정은은 ‘어버이’ 수령님과 장군님을 언제나 마음속에 모시고 있는 “숭고한 도덕의리의 최고화신”이라는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사회주의 강국을 일떠세워가는 또 한 분의 위대한 ‘태양’을 모시고 있어 조국의 태양의 역사, 강성번영의 역사는 영원하다”며, 김정은을 “태양”으로 받들었습니다. 드디어 북한에 ‘태양’은 셋으로 늘어났습니다. 북한의 ‘태양정치’는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아 보기 어려운 ‘비과학적인 정치의 극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김정일의 “사회주의는 과학이다”(1994년 11월 1일 발표)라는 논문을 ‘불후의 고전적 노작’, ‘과학으로서의 사회주의이론을 집대성한 불멸의 총서’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어버이’이나 ‘수령’, ‘태양’을 강조하는 개인숭배 기사는 ‘과학으로서의 사회주의’와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노동신문이 이런 기사를 계속 게재하는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이현웅: 가장 큰 이유는 북한 사회주의의 비과학성과 정통성 부재에 있습니다. 북한 사회주의 정치에는 주민의 정치적 요구와 참여가 완전히 폐기되어 있습니다. 주민이 정치의 주인이 되어야 하지만 북한에서는 수령이 ‘주권적 제왕’이 되어 전권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북한 주민들이 북한의 ‘지도자’에게 합법적인 정치과정을 통해 ‘주권’을 공식적으로 이양한 적이 없습니다. 더욱이 북한 ‘지도자’에게 ‘어버이’이나 ‘수령’ 또는 ‘태양’에 관한 개념을 만들어 부여하는 과정에 참여한 적도 없습니다. 이런 과정이 모두 생략되고 비합법적으로 이루어졌던 것입니다.

다음은, 정치적 ‘민주화’를 철저하게 차단하려는데 있습니다. 북한의 21세기 시대적 사명은 ‘정치의 민주화’와 ‘경제의 시장화’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의 민주화는 갈수록 수령에게 권력이 집중되고 있고, 민주적 토의가 살아 있어야 할 당(黨)마저 수령의 권력을 집행하는 ‘행정조직’으로 전락되어 있습니다. 그 밖의 ‘직맹’이나 ‘여맹’, 청년동맹과 같은 사회단체들도 위로부터 내려오는 명령을 주민들에게 전달하고 집행하는 ‘인전대’ 역할로 규정되어 있어, 전혀 기대하기 어려운 암담한 상황입니다.

마지막으로 김정은을 “또 한 분의 태양으로 ‘태양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는 선전에서 알 수 있듯이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다’는 봉건시대의 논리를 내세워, 김정은 권력세습의 취약성을 ‘선대(先代)의 권위’를 통해 보완 하려는데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유난히 ‘김씨 가문’ 우상숭배를 위해 수령이나 태양, 어버이와 같은 감성적이고 가부장적인 용어를 동원하고 있습니다. 배급제가 무너져 주민들이 장마당을 통해 스스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상황에서 가부장적인 우상화 선전행태가 북한 주민들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일반적으로 사회주의국가의 가부장적인 우상화 선전은 과학적인 분석과 합리적 근거를 내세울 수 없을 때, 감성적 정서에 호소하는 선전방식입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과거 소련과 같이 전통적인 군주국가에 익숙한 농민들의 정치의식과 습성에 걸 맞는 선전행태입니다. 그리고 선전 대상이 문맹 또는 반(半)문맹상태인 경우에나 그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북한 주민들의 의식수준은 군주시대의 농민이 아니며, 문맹의 상태는 더욱 더 아닙니다. 따라서 이번 노동신문 기사와 같은 ‘김씨 가문’ 우상화 선전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일 주민들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정권에 대한 반감만 살 것입니다.

오중석: 지도자의 권위는 권력의 정당성과 합법성에서 나옵니다. 북한 주민들의 의식수준을 무시하는 ‘수령, 태양 놀음’은 비록 정치사상적 단결 차원에서 거론되었다 하더라도, 정치적 참여가 완전히 배제된 북한 젊은이 들에게는 더 이상 통용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 위원님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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