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시대] 즐거운 크리스마스
2024.12.23
![[여성시대] 즐거운 크리스마스 [여성시대] 즐거운 크리스마스](https://www.rfa.org/korean/weekly_program/woman_era/christmas-12182024100701.html/@@images/facb5fe7-0ea9-420f-8918-5a240011b7c0.jpeg)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이시영입니다. 크리스마스는 예수님의 성탄을 축하하는 기념일입니다. 대한민국에서는 12월 25일을 공휴일로 정하고 있으며 전날인 24일은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부릅니다. 이날에는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다양한 파티는 물론 사랑하는 연인들끼리 달콤한 저녁을 시간을 갖기도 한답니다.
북한에서 김부자의 생일을 민족 최대의 명절로 보낸다면 예수님의 탄생은 전 세계에서 기념하고 있으며 축제가 다양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북한과 다른 점은 무조건 적이 아닌 개인의 의사에 따라 기념일을 즐기거나 평범하게 보내거나 하는 자유가 있다는 것이지요.
북한이 고향인 탈북 여성들도 대한민국에서 종교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며 살고 있기에 크리스마스는 우리들의 명절이기도 합니다. 크리스마스에는 산타할아버지를 기다리는 어린 친구들도 많은데요.
산타할아버지는 성탄절 즈음에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누어주거나, 성탄절 날 밤에 어린이들의 양말에 선물을 넣어주고 간다는 이야기 속의 할아버지인데요.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자라는 어린 친구들은 물론 전 세계친구들은 부모님의 말씀을 잘듣고 친구들과 잘지내면 성탄절에 산타할아버지가 가지고 싶은 선물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귀여운 바람을 가지고 있답니다.
청취자님들은 산타할아버지의 존재를 믿으시나요? 물론 이곳에선 어린 친구들의 이쁜 꿈을 지켜주기 위해 크리스마스면 수 많은 아빠가 산타할아버지를 대신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낸답니다. 이렇게 어릴적 소중한 꿈은 부모님에 의해 다음 세대에 이어지고 다음 해도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을 받기 위해 어린 친구들은 착한 마음을 키워간답니다.
시영이는 40이 넘은 나이에 은근 산타할아버지의 존재를 믿고 싶습니다. 산타할아버지가 다음 해 크리스마스에는 북한에서 고생하는 어린 친구들에게 자유라는 선물을 주시면 좋겠다고 이젠 11년 차 바라고 있으니까요.
크리스마스에 가족들과 혹은 연인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북한이 고향인 친구들이 지난 주말을 이용하여 볼거리 먹거리가 많은 서울 중구에 있는 명동거리를 찾았답니다.
시장, 백화점, 문화센터 정말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한 명동의 밤거리는 낮보다 더 밝았으며 고향이 북한인 여자들은 10년이 넘은 한국 생활에도 매번 감탄하면서 대한민국에서 누리는 자유에 감사한답니다.
맛있는 명동칼국수 집에서 뜨끈한 해물칼국수를 매콤한 김치에 맛있게 먹고 뜨끈한 몸을 식힐 겸 생맥줏집으로 이동하여 닭 다리 튀김과 오징어 튀김에 시원한 맥주 한잔 씩 마셨답니다. 3차로 요즘 뜨고 있는 준코노래방이라는 데를 갔는데요. 술, 맥주 안주가 얼마나 많은지 오히려 다음부터는 1차에서 밥 먹고 바로 노래방으로 가자고 약속했답니다.
여자 3명이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는데요. 정말 가관이었답니다. 북한에서 비사회주의 날라리라고 욕먹으면서 고등학교 시절 몰래 배웠던 90년대 트로트를 소리소리 불렀답니다. 아마도 남한에서 태어난 친구가 있었으면 우아하게 현대 감성 발라드라든가 아이돌의 노래를 불렀겠지만, 고등학교 시절 몰래 배운 노래는 고향의 추억을 떠올리고 우리가 아쉽게 흘려보낸 20대의 청춘을 보상받는 느낌이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11년을 살면서도 아직도 고향에서 불렀던 대한민국의 90년대 트로트를 부르는 여성이 바로 북한이 고향인 탈북민입니다. 속옷 한장 가지고 오지 못하고 맨몸으로 이곳에 정착하면서 살아남으려고 노래 한곡 제대로 배울 수 없었던 바쁜 일상을 보낸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 그날 우리는 추억의 노래를 한껏 부르면서 다음 해 크리스마스에는 새로운 노래 두곡씩 배워 만나기로 약속했답니다.
신나게 놀고 드디어 헤어질 시간이 되었는데요. 친구들과 시영이는 각자 알아서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누구에게 전화를 했냐고요? 저를 아파트 주차장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줄 기사님을 찾았습니다.
청취자님들은 기사가 있는 차를 타는 탈북 여성들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오늘도 탈북하기 참 잘했죠? 대한민국에서는 음주운전을 절대 용납하지 않습니다. 맥주 한모금을 마셔도 운전을 하면 안되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술을 마시면 대리기사님을 불러야 합니다.
대리기사님은 알고 지내야 할 지인이 아니라 대리기사님들이 모여있는 앱 혹은 대리기사님을 보내주는 업체에 전화하면 약속장소에 기사님이 오신답니다. 전화기의 신호음이 흐르고 여자분이 어디서 어디를 가시나요? 라고 물었고 저희는 현재 있는 위치를 알려주고 집 주소를 알려주었답니다.
상담사분은 중간에 내리시는 분이 없냐고 물으시고 단가를 알려주셨고 우리는 대리기사님이 오시는 동안 수다를 떨기 시작했답니다. 함경북도 무산이 고향인 친구는 대한민국 정착 6년 차이고 자강도 강계가 고향인 친구는 대한민국 정착 20년 양강도가 고향인 시영이는 대한민국 정착 11년 차입니다.
정착 기간도, 고향도 이곳에서의 직업도 나이도 조금씩 다르지만, 우리는 북한이 고향인 탈북 여성들이고 오늘도 자유를 찾음에 정말 감사한 대한민국 국민이고 우리 고향에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이 가득 넘치기를 소원하는 나이만 들었지 철없는 소녀들이었습니다.
그냥 웃음이 넘치고 기분이 좋았고 크리스마스에는 누구랑 즐기냐는 실없는 수다로 시작하여 남자친구의 매력도 자랑하고 조카의 사진도 공유하고 시댁의 뒷담도 흘리고 이런 소소한 일상이 어찌하여 우리 고향 북한만 피해 가는지 그날도 안타까웠습니다.
10분쯤 지났을 무렵 기사님 한 분 오셨고 이어 기사님들이 모두 도착하셨습니다. 각자 위치를 알고 오셨기에 바로 기사님을 만날 수 있었고 저는 기사님에게 자동차 열쇠를 드리고 뒷좌석에 앉았습니다.
북한으로 말하면 간부 좌석입니다. 시동을 켜자 바로 제가 좋아하는 대한민국의 90년대 트로트가 흘러나왔는데 기사님은 차주의 나이에 비해 시대에 뒤떨어진 음악을 즐기는 저를 신기하게 생각하셨는지 백미러로 힐끔 보셨습니다.
그 모습 또한 자유를 찾은 지금 재미있는 일상입니다. 한참을 달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도착했고 기사님은 안전하게 주차장에 차를 세워주시고 대리운전비를 받으셨습니다. 대리운전비는 청취자님들이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자면 $30달러 정도입니다.
여자 세 명이 술 마시고 논다고 쌀 60kg을 도로에 뿌리면서 다닌다고 나무람하시겠지만, 이곳 대한민국에서는 음주운전이 불가능하며 열심히 사는 자신을 위해 편안함과 안전은 필수로 챙겨야 할 배려랍니다.
언젠가 우리가 태어난 그곳 한반도의 이북지역에도 즐거운 성탄절이 생겨나고 음주운전이 사라지고 트로트도 감성 발라드도 마음 놓고 부를 수 있는 술 한잔하고 간부 좌석에 앉아 기사님이 운전해주시는 자가용도 타보는 날이 빨리 오게 해달라고 산타할아버지에게 소원을 빌어보며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시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