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어머니

김태희-탈북자
2021-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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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어머니 어버이날인 지난 8일 서울 성북구 생명의전화종합사회복지관 앞에서 열린 어버이날 행사에서 한 어르신이 카네이션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청취자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김태희입니다.

2021년 새해가 엊그제인 것 같은데 어느덧 뜨거운 여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오월은 가정의 달이죠. 그 중에서 5월 8일은 어버이날이었습니다. 어버이 하면 우리는 늘 키워주신 부모님을 생각하게 되지요. 불러만 보아도 늘 가슴 한 켠에 아릿하게 다가오는 어머니, 불러도 불러도 또 불러보고 싶은 그 이름입니다.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저에게도 부모님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과 함께 또 한편 가슴 적시고 생전에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풍요로운 삶을 부모님께서도 함께 누리셨으면 하는 아쉬움을 가지고 있는데요. 오늘은 대한민국에서 4만여 명의 시대를 열어가는 탈북민들이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을 그리는 마음을 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대한민국 입국 10년차 된 이현주님이 고향의 부모님께 드리는 편지를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고향에 계신 엄마께! 얼마 전 어버이 날이었습니다. 북한에서는 한 번도 기념할 수 없었기에 남한에서 맞이한 어버이날이 더 괴롭습니다. 엄마가 예쁘게 키워주신 내 딸이 오늘 아침 예쁜 카네이션으로 꽃다발 엮어 가슴 한가득 안겨주며 낳아주셔 감사하다고... 기쁜 맘으로 꽃다발을 받아 안았지만 볼 수 없는 엄마 생각에 가슴 한켠이 아려옵니다. 함께 있을 때 더 잘해 드리지 못한 죄책감에 마음 한구석은 응어리가 남아 있습니다. 건강하셔서 목소리라도 들을 수 있는 그 날을 소망합니다. 우리엄마, 그리고 이 나라 모든 어버이들께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라고 전해주셨습니다.

현주님은 현재 서울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으로 옷 수선가게를 하고, 또 마음에 드는 옷을 만들어서 수익활동까지 하는데요. 얼마 전에는 사랑하는 딸까지 탈북하여 만나서 너무나도 행복한 생활을 하는데 정작 어머니께는 딸자식 맡겨만 놓고 효도 한번 제대로 못했다고 못내 아쉬워합니다. 북한에서 살 때에는 병원에 출근하시는 어머니가 바쁘셔서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는데 그때에는 효도할 생각조차 제대로 못해봤다고 이제라도 만날 수만 있다면 가슴에 카네이션 한송이 달아드리는 것이 소원이라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비록 만날 수는 없지만 늘 가슴에 따뜻한 사랑으로 그 온기를 간직하고 있는 어머니의 정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이 그립겠죠. 특히나 북한은 어버이날이 정해져 있지 않아 한국에 와서 가정의 달을 맞이하면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 더 사무치게 그려질 수밖에 없는데요. 북한에는 어버이 하면 김일성의 삼대를 우리 어버이라고 칭송하고 기념하였기에 지금으로서는 더욱이 부모님께 불효를 하였다는 죄책감이 더 클 것 같네요.

고향이 청진인 이동현 님은 어버이날 이런 것을 한국에 와서 처음 알았다고 하시면서 부모가 자식을 낳아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왜 이제야 알게 되었는지? 철없던 그 시절 김일성 원수님 고맙습니다. 라고 인사를 하고 소년단 입단과 최우등 성적증을 받아 안으면 늘 수령님께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였는데 왜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을 생각하지 않았는지 부모님은 우리에게 생물학적인 존재일 뿐이었냐고 토로합니다.

그러면서 낳아주고 키워주신 것은 우리의 부모님들이고 자신들이 받아야 할 모든 노고를 김일성과 조선노동당에 부모로서의 신성한 권리를 다 빼앗기고 말 한마디 못하고 사셨다며 지금이라도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부모님이지만 하늘나라에서 이 아들의 축복을 받기를 기원한다고 하셨습니다.

대구에서 거주하는 이순희 님은 한국에서는 부모님 은혜를 기리는데 지금은 효도는 고사하고 갑자기 떠나올 수밖에 없어 부모님 사진 한 장 볼 수 없는 아픈 마음만이 남아있다고 가슴이 시리다고 하시면서 이 설음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하겠냐고 하시는군요. 부모님을 뵐 수만 있다면 카네이션도 달아드리고 용돈도 손에 꼭 쥐어드리고 싶다고 하시면서 남아있는 동생들이라도 건강하게 잘 지내기를 바란다고 하셨네요.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가정의 달이 되고 보니 더 가슴이 아프다고 꼭 전달해달라고 하셨습니다.

대한민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의 마음은 오로지 북한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 그리고 그들이 우리처럼 자유롭고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그 간절한 마음뿐이라고 한결같이 입을 모아 말하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두고 온 부모형제, 사랑하는 내 자식들을 생각하면 그 간절함을 이루 다 말 할 수가 없겠죠.

가정의 달, 어버이날을 보내며 4만여 명의 탈북민들의 마음을 대신하여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들과 대한민국의 모든 어버이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해드립니다. 당신들이 계셔서 우리가 태어났고 여러분들이 계셔서 우리가 찾아올 자유의 땅이 있었음에 너무나 큰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지금까지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탈북민들의 마음을 고향에 계시는 부모 형제들에게 전해드렸습니다.

여성시대, RFA 자유아시아 방송 김태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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