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군에 보낸 탈북민 엄마

김태희-탈북자 xallsl@rfa.org
2021/11/02 09:20:00 GMT-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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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군에 보낸 탈북민 엄마 서울 육군 특수전사령부에서 열린 탈북 청소년 병영체험 현장.
/연합뉴스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김태희입니다.

늘 이맘때쯤이면 북한에서는 잘 키운 아들을 나라에 바친다고 군 입대 시키고 쌀쌀한 가을바람과 함께 어머니들의 마음도 한껏 추워지는 계절이죠. 봄,가을 일년에 두 번씩 입영하는 군인들을 싣고 달리던 열차를 바라보며 괜시리 마음도 들떠보던 시절이 그리워집니다. 그때 그 시절에는 군에 나가는 동창들을 바래주면서 설레고 했는데 한국에 와서 지금은 아들을 군에 보내는 어미의 심정을 겪으면서 당시 북한의 어머니들이 아들을 군에 보내고 마음이 어땠을까? 그 마음이 읽혀지니 이 계절의 바람이 무심한 소리로 들리지 않습니다.

한국에 일찍이 온 탈북민들도 자녀를 키워서 어느덧 군에 보내는 그런 시기가 다가왔습니다. 얼마 전, 사회관계망인 SNS에서 아들을 군에 보내느라고 외식도 하고 군에 나가서 사용할 비상용품과 간식거리를 준비하느라고 바쁜 한 여성의 소식을 접하고 그녀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녹취: “내가 여기(남한에) 올 때는 10년인가? 그리고 남자는 13년인가? 그렇게 바뀌어졌어, 언제 그렇게 바뀌어졌는가 모르겠는데. 그런데 지금은 (내가 군입대 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래도 엄마 입장이니깐 짠 하지 군대 내보내는 게 그래도 나는 무조건 군데 보내야 한다는 입장이거든”

북한에서 현역 군인이면서도 여성으로 최초로 DMZ - 비무장지대를 건넌 송영순 씨는 함께 손잡고 건넜던 남편과 한국에서 가정을 꾸리고 세 아이의 엄마가 되었답니다. 그 중에 큰 아들이 군 입대를 하였지요. 한국은 군 입대도 신청제와 징병, 즉 모집제가 있는데 영순 씨의 아들은 특기병으로 신청하여 군 입대를 했답니다. 아들이 군사훈련 중에 발가락에 물집이 생길까봐 물집방지 패드도 사주고 또 코로나 때문에 바로 병영생활을 못하고 보름간 격리 생활을 하면서 먹을 주전부리도 사고 세 아이의 엄마로서의 역할은 늘 하지만 특별한 엄마는 아들이 군에 나갈 때 더 특별하게 알린답니다. 저도 아들이 군에 갈 때 상처 날 때 붙일 밴드를 열 통이나 사서 꽉꽉 박아서 넣었는데 아들이 그걸 보면서 엄마의 특별한 사랑을 느꼈다는 편지를 보면서 마음이 뿌듯했던 적이 있었지요. 한국은 군에 나가면 집에 편지를 쓸 수 있는데 일주일마다 그 편지를 집에 보내고 집에서는 매일같이 편지를 인터넷으로 써서 보내면 군에서 인쇄를 해서 아들들에게 보여준답니다.

그러니 한국은 군에 가도 부모와 자식 간에 끈끈한 정과 사랑을 마음껏 누려볼 수가 있답니다. 제 경험으로는 아들은 평생 해야 되는 효도를 그때 다 한다고 말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조차 든답니다. 힘든 훈련시간을 마치고 저녁시간이면 눈물자국이 가득하게 쓴 손 편지를 받아보면 어미로서 가슴이 짠하고 또 자식이 기특한 생각마저 들지요. 그럼에도 늘 편지에는 나라를 위하고 국방의 의무에 충실 하라고 엄한 교육을 빼놓지 않는 것이 목숨 걸고 자유를 찾은 탈북민 엄마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처럼 그리고 송영순 씨처럼 아들을 군에 바친 탈북민 엄마들이 한국에 제법 있는데요. 그 중에는 대구에 있는 제 지인도 아이가 군복무 다하고 대학을 편입하고 또 서울에서 능라밥상을 운영하는 이애란 박사도, 구미에서 식당 주방장을 하는 박유진 씨도 아들들이 나라를 지키는 국방의 의무를 다 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학업을 이어간다고 합니다. 그만큼 탈북민 자녀들이 이제는 자라서 대한민국을 지키는 장병이 된다고 하니 이제는 이 땅에서 우리가 할 의무를 다하는 것 같아서 너무나도 마음이 뿌듯해집니다.

영순 씨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북한의 엄마들의 심정이 어떨까 생각이 드는데요. 먹을 것도, 입을 것도 변변치 않는 북한에서 군에 내보냈다가 영양실조에 걸려서 돌아오는 아들을 맞이해야만 하는 엄마들의 심정이 너무나도 가슴이 아플 것 같습니다.

북한에서는 군에 갔다가 영양실조로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 다반사이고 또 일명 “강영실”이라고 부르는 강한 영양실조로 생떼 같은 아들을 잃는 일들도 비일비재하니 아들을 군에 보내는 순간부터 엄마들의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

한국에서는 18개월 군 복무를 하는데요. 복무기간 중 먹는 것도 영양사가 하루 영양 칼로리를 따져가며 식단을 짜서 식사를 공급하고 군인들이 먹고 싶어 하는 치킨 즉 통닭튀김과 피자, 햄버거와 라면까지 공급되고 북한에서 군인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과일도 공급이 되죠. 그리고 달마다 명분을 붙여서 정기휴가며 표창휴가를 나오고요. 지금은 주말마다 휴대폰 사용도 가능하답니다.

북한에서는 군복무중에 부모가 돌아가셔도 못나오고 장장 10년 넘는 시간을 군에만 있어야 하니 보고 싶은 마음인들 얼마일까? 한국에서 행복한 군인생활을 보내는 탈북민 엄마들의 마음으로는 도저히 북한에서의 엄마들 마음을 헤아리기 힘들 것 같습니다. 다만 자식을 향한 어미의 마음이라는 의미만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감히 북한 엄마들의 자식에 대한 애절한 마음을 글로나마 표현해봅니다.

영순 씨와의 통화를 마치면서 가지게 된 마음은 역시 “탈북민 엄마는 강하다.”였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국민이 된 우리의 자녀들이 통일세대를 이끌어갈 주역이 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훌륭한 자식 뒤에는 훌륭한 엄마가 있듯이 자랑스럽고 훌륭한 군인 뒤에는 강인하고 담찬 탈북민 엄마들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김태희였습니다.

진행 김태희,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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