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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 북한에서는 보통 광주라고 부르죠.아시안게임 개최 도시인 광저우에는 현재 조선족 동포들이 3만 여 명이 살고 있습니다.
대회에 참가한 남북한 선수들을 보면서 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중국 광저우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틀째인 13일. 기자는 탁구 경기가 열린 광저우 실내 체육관으로 가봤습니다. 이날은 남녀 단체전 예선전이 펼쳐졌습니다.
주말을 맞아 경기를 보러온 광저우 시민들이 많았습니다. 중국 대표팀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체육관이 떠나 갈 정도로 컸습니다. 그런데 경기장 꼭대기에 달랑 혼자서 인공기를 들고 응원하는 청년이 있었습니다. 조선족 동포였습니다. 이름을 묻자 김명성이라고 답했습니다.김 씨는 하얼빈 출신이며, 5년 전 돈을 벌기 위해 이곳, 광저우로 왔습니다. 지금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무역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김 씨와 얘기를 나누고 있을 무렵, 경기장엔 북한 남자탁구 대표팀이 시합을 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북한의 상대는 세계 최강 중국. 공교롭게도 북쪽 선수들이 뛰는 바로 옆에선 남쪽 선수들이 사우디아라비아와 경기를 하고 있었습니다.북한은 중국을 상대로 예상 밖의 대등한 경기를 펼치면서 경기를 풀어 나갔습니다.
김명성: (북한이) 아주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자: 동포로서 지금 북한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나요?
김명성: 네, 그렇죠?
기자: 지금 세계 최강 중국을 상대로 싸우고 있는데요. 이 정도면 잘 싸우고 있는 거죠. 중국 왕하오가 세계적인 선수이지만, 북한 선수가 이길 수도 있겠는데요.
김명성: 물론 북한이 이기면 좋죠.
김 씨가 열심히 응원했지만, 애석하게도 얼마 후 경기는 중국 쪽으로 완전히 넘어갔습니다. 김 씨는 착잡한 심정으로 경기를 바라만 봤습니다. 북한이 경기에서 일방적으로 밀리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대부분의 중국인들이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설레임과 흥분 속에서 맞이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조선족들은 분단된 조국의 현실과 아픔을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느껴야만 했다고 김 씨는 말합니다. 그렇지만, 나란히 경기를 하고 있는 남북 선수들을 향해 김 씨는 계속 박수를 치며 열심히 응원했습니다.
김명성: 한국도 이겼으면 좋겠고요. 북한도 중국을 이겼으면 좋겠어요. 서로 동시에 경기를 하고 있는데, 한국 선수들과 북한 선수들이 마음속으로 서로를 응원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으로는 경기장 앞에 나가 남북단결과 통일열망을 담은 구호판을 버젓이 내걸고 힘껏 응원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게 못내 아쉽다고 김 씨는 말했습니다.
하지만, 김 씨는 남북한이 개막식 때 공동 입장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선 실망스런 마음마저 들었다고 속내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조선족 사회의 대체적인 분위기는 폐쇄적이고 경제적으로 인기가 없는 북한이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중국과 밀접한 북쪽에 동정이 가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습니다.
김 씨는 이번 대회에서 북한이 좋은 성적을 내서 북한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선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경기는 결국 북한이 중국한테 3대 0으로 졌고, 김 씨는 실망스런 얼굴로 황급히 경기장 밖으로 나갔습니다. 떠나는 그의 뒷 모습에서 조선족들의 심경과 통일염원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중국 광저우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재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