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쿠바의 개헌

권은경-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 사무국장
2018.07.20

중남미 지역을 대표하는 사회주의 국가이자 북한의 ‘사회주의 형제국가’로 알려진 쿠바에 최근 변화의 움직임이 크게 눈에 띕니다.

지난 14일 쿠바 공산당 기관지인 ‘그린마’라는 언론매체가 쿠바 개헌위원회가 준비하고 있는 새로운 헌법 개정안의 일부를 보도했습니다. 사회주의 근본 체제는 유지하되 정치와 사법 분야에 민주적인 요소를 도입하고 경제분야에 시장경제 요소를 수용하는 내용이랍니다.

수정되는 개헌안 내용은 대략 이렇습니다. 국가평의회 의장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키기 위한 의도로 총리직을 신설합니다. 국가평의회 의장은 국가의 대통령 또는 주석의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입법기관의 최고 수장 역할도 하면서, 또 행정부를 대표하는 권력까지 아우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개정 헌법안은 행정부를 책임지는 총리직을 새로 둠으로써 국가평의회 의장의 권한을 축소했습니다. 의장의 임기도 5년으로 정하고 임기 이후에는 한 차례의 연임만 가능하도록 제한했습니다. 이로써 특정 인물이 장기간 집권하는 것은 이제 불가능해졌습니다. 정상적인 민주국가에서 도입하고 있는 제도와 거의 같습니다.

경제 분야에서도 중요한 변화를 시도할 예정입니다. 경제 활동에서 시장의 역할을 인정하고 사유재산권과 외국인 투자를 보호한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토지는 국가가 우선 취득권을 가집니다만 개인의 토지 소유권을 공식적으로 인정했습니다. 사법분야에서도 인권을 존중하는 내용들이 포함됐습니다. 범죄를 저지른 이유로 법정에 서게 된 피의자도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졌습니다. 또 유죄로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는 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을 도입했습니다.

쿠바는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2010년부터 시장 개방 정책을 시도했습니다. 특히 민간분야 경제활동이 허용되면서 쿠바 주민들의 생활에 많은 변화가 왔다고 전합니다. 관광, 운송 사업이나 식당과 숙박 사업 등 개인이 운영하는 자영업이 대규모로 늘어났습니다. 특히 2015년 미국과 외교관계를 정상화 한 뒤부터는 관광산업이 급성장했다고 외국 언론들은 평가합니다.

이렇게 활기찬 변혁의 분위기에 힘입어 쿠바 정부는 손전화로 인터넷을 더 널리 쓸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한답니다. 물론 보급률이 낮긴 하지만 쿠바에서는 북한과 달리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2009년만 하더라도 쿠바 전체 컴퓨터 중에 65%만 인터넷으로 편지를 주고 받는 이메일을 사용했고 국내 자료에 한해서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점차로 인터넷 사용이 확대되었고 2015년부터는 근거리 무선통신망인 와이파이를 설치하기 시작해 전국에 180개에 달하는 무선통신망을 사용할 수 있는 구역이 형성돼 있습니다. 이런 구역에서는 컴퓨터에 통신망 선을 연결시키지 않아도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쿠바 정부는 주민들의 인터넷 사용을 확대하기 위해서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으며 이제는 손전화로 인터넷을 사용하도록 조치를 취할 예정입니다. 정부의 계획은 2020년까지 손전화 사용자 중 60% 이상의 사람들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제는 쿠바도 세계와 함께 발전하겠다는 쿠바 정부의 의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쿠바의 한 고위당국자는 냉전시기에 제정된 헌법이 최근 쿠바 사회의 변화된 모습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므로 헌법개정이 필요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것이 정답입니다.

북한 사회도 2012년 이후 많이 변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장마당에 의지해서 살아가며 장마당의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진다는 것은 이제는 새로운 소식도 아닙니다. 돈주를 중심으로 거대 자본도 형성돼 민간차원의 대단위 사업도 자본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개인들의 재산 소유 의식은 2000년대부터 발생했습니다. 사회의 변화와 함께 조직과 제도, 법의 개혁이 동반돼야 그 동력에 힘을 실을 수 있습니다. 국가 계획경제 시절의 제도와 법으로는 장마당 중심의 자율적 경제변화를 떠받들어 발전할 수 없습니다.

7월 초, 리수용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쿠바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요. 세계를 향해 개혁개방하고 있는 쿠바의 정책들을 잘 배웠기를 바랍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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