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자주성과 창조성이 경제발전 열쇠

권은경-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 사무국장
2018-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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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안북도와 함경북도 일부 지역을 현지지도하던 중 크게 화를 내며 책임자들을 호되게 질책했다는 북한 언론보도들이 몇 차례 나왔습니다.

7 1일 김정은 위원장은 신의주방직공장과 화학섬유공장을 돌아보고 생산 정상화와 공장 현대화뿐만 아니라 근로자들의 생활수준과 노동조건에서 수준미달이라고 비판했답니다. 공장을 돌아보고 낡은 건물 상태와 건물 보수 상태, 근로자들의 생활형편까지 일일이 알아보고 지적과 비판을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공장을 현시대의 요구에 맞게 현대적으로 개건하는데 나서는 과업과 방도들을 구체적으로 지시했다”고 전합니다.

이달 16일경에는 어랑천발전소 건설 현장, 락산바다연어 양어사업소 등 함경북도 일대 현장을 돌아보고 경제 부문 책임자들의 무능력을 질타했다는 조선중앙통신의 보도가 또 나왔습니다. 김 위원장은 발전소 건설이 30년째 성과가 없다고 화를 내면서 ‘말이 안나온다’라는 표현까지 했다고 자세히 보도했습니다. ‘실제적이며 전격적인 경제조직사업 대책을 세운 것은 하나도 없다’고 직설적인 비판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중앙위원회의 조직지도 하에 내년 10 10일까지 공사를 완성하라고 구체적으로 완공 날짜까지 정해줬다고 합니다.

이런 식의 질타와 지시 중심의 현지지도 내용을 북한당국은 로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서 상세히 내보냈습니다. 특히 로동신문에는 사진과 함께 현지지도 보도를 게재했는데 무려 12면이나 할애했답니다. 경제발전을 향한 북한당국의 마음이 그만큼 조급한 것으로 읽힙니다. 과감하면서도 현실적이고 구조적인 개혁이 없이는 수십년 묵은 경제적 그리고 의식적 폐해를 시정하는 일은 쉬워보이지 않습니다.

김정은은 질책과 함께 해결법도 내놓았습니다. 남한의 한 국책연구소 연구원이 그 내용을 세 가지로 요약 분석했습니다. 먼저 노동자에 대한 기업 내 당조직의 사상교양사업을 강화하라는 지시입니다. 그 다음은 생산공정과 생산현장을 기술집약적으로 현대화하라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기업운영에 있어서 기존 제도에 얽매이지 말고 창의성을 발휘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 해법들은 구조적으로 모순되기 때문에 성과를 거둘 수 있는 해결법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먼저 당조직 즉 공장당위원회가 사상교양사업을 강화한다는 건 ‘대안의 사업체계’를 활성화시키라는 지시로 보이는데요. 지금은 모든 주민들이 장마당에서 얻는 경제적 이익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전쟁 후 모든 것이 붕괴된 상태에서 주민들의 사회주의 혁명적 열정에만 의지해 경제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만든 것이 ‘대안의 사업체계’입니다. 여기에 의존해 공장기업소를 운영하라는 것은 너무나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입니다.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2018년 지금, 주민들 중 누가 사회주의 사상과 주체사상을 떠받들기 위해서 일합니까. 창의성을 발휘하라고 지시했지만 이 방안은 오히려 주민들의 자주적이고 창조적인 능력을 숨죽이게 만들 겁니다.

생산공정을 현대화해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자주성과 창조성이 필요합니다. 인간은 무엇에도 예속되지 않고 자주적으로 살려는 요구를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으면서 그 요구를 실현하기 위한 창조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의식을 지닌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은 이 자주성과 창조성을 실현하기 위해 사회적 관계에 의존해 발전해 나가기 마련입니다. 이것이 주체사상의 기본 맥락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현실에서 북한당국은 사람의 기본적인 속성인 자주성과 창조성을 공포정치로 막아버리고 있습니다. 2015년에도 김정은이 대동강 자라공장을 현지지도 한 이후 미비한 사업성과를 문제삼아 공장지배인을 총살했다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올해 5월 초에도 인민무력성 검열국장이 개인적인 결정으로 군관가족들에게 배급을 줬다는 이유로 처형을 당했습니다. 이런 공포분위기 속에서 자주성과 창조성은 메말라 버리기 십상입니다.

당국의 입장에서는 사상과 이념을 내세워 주민을 통제하고 싶겠지만 공포와 통제, 억압을 걷어내야만 경제발전을 위해 주민들의 진정한 자주성과 창조성이 발양될 수 있습니다. 아무리 현지지도에서 격노하고 그것을 전국적으로 보도해도 언제 어떤 포치로 내 생명이 위태로울지 모르는 상황에서 누가 자주적으로 창조적인 생각들을 펼쳐낼 수 있을까요?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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